"100점 만점에 50점에 불과하다".
대전고를 졸업한 뒤 올 시즌 삼성 유니폼을 입은 우완 이재희는 5경기에 등판해 승리 없이 1패(평균 자책점 5.40)를 떠안았지만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지난 8월 15일 수원 KT전(3⅓이닝 4피안타(1피홈런) 1볼넷 3탈삼진 2실점)에서 첫선을 보인 이재희는 지난 9월 28일 SSG와의 홈경기에 선발 등판해 데뷔 첫 5이닝(3피안타 1볼넷 5탈삼진 1실점)을 소화했다.

지난달 16일 대구 키움전 더블헤더 2차전에서 5이닝 4피안타(1피홈런) 2볼넷 4탈삼진 2실점 호투했다. 승리 투수 요건을 갖추고 마운드를 내려왔으나 구원 투수가 동점을 허용하는 바람에 데뷔 첫 승 달성을 다음 기회로 미루게 됐다.
22일 경산 볼파크에서 만난 이재희는 올 시즌을 되돌아보며 "점수로 매긴다면 100점 만점에 50점에 불과하다. 보완할 게 너무 많았다. 데뷔 첫해 1군 무대를 밟은 걸 제외하면 점수를 줄만한 요소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재희는 이어 "5경기에 등판했지만 팀 승리는 한 차례에 불과하다. 한 경기라도 더 이겼으면 우리 팀에 한국시리즈에 직행했을 텐데"라고 아쉬움을 숨기지 못했다.
5차례 마운드에 오른 게 전부지만 1군 무대의 경험을 통해 배운 점도 많았다.
이재희는 "1군에서 어떻게 승부하고 경기를 이끌어가야 할지 배웠다. 확실히 체력 보강의 중요성을 제대로 느꼈다. 우규민 선배님께 투구 템포에 대해 배웠고 (원)태인이 형에게서 배운 체인지업도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또 "뷰캐넌과 아직 친하지 않아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 못했지만 등판하는 날과 등판하지 않는 날의 차이는 컸다. 평소에는 분위기 메이커지만 경기 당일에는 완전히 다른 사람 같았다. 뷰캐넌의 루틴을 보면서 많이 느꼈다"고 덧붙였다.

'끝판대장' 오승환의 존재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다. "선배님께서 운동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저렇게 해야 하는구나 하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 젊은 선수들도 따라가기 힘들 만큼 열심히 하신다. 배우고 싶은 부분이 많다". 이재희의 말이다.
이재희에게 가장 까다로운 타자를 묻자 강백호(KT), 손아섭, 전준우(이상 롯데)를 꼽았다. "강백호 선배님과 처음 대결할 때 아우라가 느껴졌다. 그런 거 느끼면 안 되는데 느껴졌다. 손아섭 선배님, 전준우 선배님과 상대할 때 처음으로 던질 곳이 없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재희의 롤모델은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 그는 "야구 선수 오타니가 아닌 인간 오타니를 멘토로 삼고 싶다. 인성이 아주 좋다. 계획표를 보고 고1 때 세웠다는 게 믿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내년 목표를 물었다. 이재희는 "오치아이 에이지 감독님께서 '꿈을 크게 잡는 것도 좋지만 현실적으로 세우는 게 더 좋다'고 하셨다. 태인이 형처럼 차근차근 나아가라고 말씀해주셨다. 내년에 구속 150km 10승 달성이 목표"라고 대답했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