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하는 게 눈에 보인다.” “키우는 재미가 있는 선수다.”
NC 다이노스 이동욱 감독이 후반기 1군에 처음 합류한 선수를 향한 평가다. 신인 내야수 김주원(19)은 시즌의 절반만 뛰고도 이동욱 감독의 눈길을 사로잡는데 성공했다.
올해 2차 1라운드 전체 6순위로 지명 받은 김주원. 기대주인 것은 분명했지만 2군에서 갈고 닦을 필요가 있던 신인이었다. 하지만 NC는 ‘술판 파문’이 불거지면서 주축 내야진이 대거 이탈했다. 주전 유격수 노진혁마저 허리 통증 회복이 더뎠다. NC는 불가피하게 김주원을 1군에서 ‘강제 육성’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하지만 수비 코치 출신 이동욱 감독은 일찌감치 김주원의 역량에 주목했다. 2군 코칭스태프의 보고를 받고 김주원을 1군 스프링캠프까지 직접 불렀다. 그런 뒤 1군에서 이동욱 감독의 총애를 받고 쑥쑥 성장하는 캐릭터를 담당했다.
생각보다 빠른 1군 콜업이었고 활약이었다. 김주원 스스로도 “언제든지 1군에 올라갈 수 있다는 생각으로 준비했지만 이 정도로 빨리 올라갈 줄 몰랐다. 시즌 막판 쯤에나 올라갈 줄 알았다”라고 되돌아봤다.
올림픽 휴식기 동안 착실히 준비했지만 헤맸다. 첫 6경기에서 9타수 무안타를 기록했다. 그러다 후반기 4번째 경기인 8월13일 한화전에서 첫 안타를 신고했고 이튿날에는 데뷔 첫 타점과 함께 구단 최초 한 경기 4도루 기록을 남겼다.
타율은 한동안 1할대에 머물렀지만 10월 들어서 완벽하게 적응했다. 69경기 타율 2할4푼1리(166타수 40안타) 5홈런 16타점 20득점 OPS .702의 기록을 남겼다. 유격수와 2루수를 오가면서 나름대로 준수한 타격 기록을 뽑았다. 특히 10월 타율 3할1리(73타수 22안타) 3홈런 7타점 10득점 OPS .845로 1군 타석에 적응한 모습을 보여주며 내년을 더욱 기대하게 했다.
김주원은 “처음보다 많이 성장한 모습을 보여준 것 같다. 나 스스로도 뿌듯하다”라면서 “계속 기회를 받고 감독님, 코치님, 선배님, 형들 모두 옆에서 도와줘서 적응하기 수월했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한때 유행있던 ‘스위치히터’는 자취를 감춘 상태. 아마추어 시절 스위치히터였던 선수들도 프로 입단 뒤 한쪽에 집중한다. 현재 KBO에 스위치히터로 등록된 선수는 총 4명. 이중 홍성민은 투수이고 그 외에 국해성(두산)과 문찬종(키움)은 1군에서 모습을 보기 힘들었다. 또한 문찬종은 방출 통보를 받았다. 1군에서 활약한 스위치히터는 김주원이 유일하다. 이동욱 감독은 “본인이 포기하지 않는 한 지지할 계획”이라며 스위치히터 지속에 힘을 실었다.
그는 “중학교 2학년때부터 스위치히터를 시작했다. 이후 주변에서는 스위치히터를 포기하라고도 많이 했다”라며 “하지만 그 편견들을 모두 깨고 이겨내서 스위치히터로서 가장 유명한 선수가 되고 싶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성장하는 게 눈에 보이는 선수”, “키우는 재미가 있는 선수”라는 말 모두 김주원의 재능을 주목하고 있다는 방증. 특히 앞쪽에 형성된 타격포인트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미 입단할 때부터 타격포인트를 앞쪽에 두고 치고 있었다. 이 감독의 타격 방향성을 굳이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었다. 체구에 비해 많은 장타도 이 때문이다.
김주원은 “강하게 치려면 앞에서 맞아야 한다고 배웠다. 어릴 때부터 타격 포인트를 앞쪽에 두고 치려고 했다. 장타 친다는 생각 없이 정확하게 앞에서 치려고 하다 보니까 장타로 이어지는 것 같다”라며 “감독님과 코치님께서 제가 하고 싶은대로 하게 해주셔서 감사하다”라고 웃었다.
수비에서 기대를 모았지만 되려 공격에서 잠재력을 발휘했다. 그리고 수비는 갈수록 아쉬움을 남겼다. 시즌 절반만 뛰었지만 실책은 12개에 달했다. 공격에서의 자신감을 수비에서도 이어가고 더 발전하는 선수가 되고 싶은 욕심이다.
그는 “수비에서 실수들이 있다 보니까 망설이는 상황도 생겼다. 이점이 아쉽고 많은 조언들을 들었다”라면서 “포구와 송구 모두 안정감 있는 모습으로 발전하고 있다. 내년에는 안정감 있고 다부진 선수가 되고 싶다. 감독님의 말씀들이 뿌듯하지만 그래도 안주하면 안된다고 생각한다”라고 다짐했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