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우완 투수 윤호솔(27)은 시즌 마지막 3경기에서 최고 153km 강속구를 던졌다. 고교 시절 초고교급 투수로 명성을 떨쳤을 때 스피드를 되찾았다. 프로 입단 후 두 번의 팔꿈치 인대접합수술과 재활로 힘겨운 시기를 보냈지만 포기하지 않고 버틴 끝에 유망주 시절 잠재력을 꽃피웠다.
올 시즌 성적은 55경기 48⅔이닝 3승8홀드 평균자책점 4.62 탈삼진 42개. 특급 성적은 아니지만 1군에서 첫 풀타임 시즌을 보내며 의미 있는 성적을 남겼다. 데뷔 9년차 시즌에 첫 승리와 홀드를 전부 기록했다.
윤호솔은 “뿌듯함과 동시에 아쉬움이 남는 해였다. 6월까지 좋았지만 휴식기 이후 성적이 떨어졌다. 풀타임 경험이 없어서 그런지 체력 관리에 소홀했다. 시즌 끝나서 돌아보니 전체적인 성적, 기록은 나쁘지 않지만 조금 더 관리를 했으면 이보다 더 낫지 않았을까 생각이 든다”며 “풀타임 시즌을 오랫동안 해온 (정)우람 선배님이 정말 대단하다는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후반기에 고전했지만 마지막 3경기 모두 최고 153km 강속구를 뿌리며 무실점으로 막았다. 윤호솔은 “호세 로사도 코치님, 이동걸 코치님과 함께 폼을 살짝 수정했다. 왼팔이 들리는 것을 낮추고 심플한 폼으로 변화를 줬다. 캐치볼 할 때부터 구속이 올랐고, 코치님들도 좋아하셨다. 고교 시절 이후 처음으로 153km를 던졌다. 내년 가능성을 본 것 같아 좋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윤호솔에게 올 시즌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따로 있었다. 지난 4월17일 창원 NC전. 팀이 1-12로 크게 뒤진 8회초 한화 타선이 3점을 내면서 윤호솔이 급하게 불펜에서 대기 명령을 받았다. 전날(16일) NC전에서 1⅔이닝 22구를 던진 뒤 연투 준비. 그런데 8회초 3점을 낸 뒤 이닝이 빠르게 끝나면서 윤호솔은 불펜에서 공 3개만 던지고 급하게 마운드에 올랐다.
8회말 투아웃을 잘 잡았지만 박준영에게 솔로 홈런을 맞은 뒤 수비 실책이 나왔고, 김준완에게 3루타를 허용하면서 2점을 내줬다. 스코어가 4-14로 다시 벌어지자 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감독은 윤호솔을 교체했다. 외야수 정진호를 마운드에 올리며 백기를 들었다.

경기 후 윤호솔은 수베로 감독의 호출을 받았다. 이 자리에서 수베로 감독은 “미안하다. 이렇게 하고 싶지 않았는데 내 실수다. 다신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며 사과했다. 몸을 풀 수 있는 시간을 보장하지 않은 것에 미안함을 표시한 것이다.
그 다음날 야구장에서도 로사도 투수코치가 “준비할 시간이 충분할 줄 알았는데 미안하다. 너의 몸 상태와 성적에 부담이 되는 결정이었다”며 미안해했다. 윤호솔이 오랫동안 재활을 했고, 첫 풀타임 시즌이란 점을 고려해 로사도 코치는 4일 휴식을 부여했다.
윤호솔은 “그때 이후로 감독님, 코치님과 관계가 더 좋아졌다. 야구를 하면서 감독님한테 미안하다는 말을 들은 것은 처음이었다. 선수로서 존중받는 느낌이 들었다”며 “감독님과 코치님이 그렇게 신경써주시는 게 감사하다. 저 역시 언제든 던질 준비가 되어있으니 미안해하지 않으셔도 된다는 말을 드렸다”고 말했다.

첫 풀타임 시즌을 치른 윤호솔은 내년 한화의 마무리투수 후보 중 한 명으로 꼽힌다. 그는 “구속만 빠르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 로사도 코치님 주문대로 공에 힘을 잘 전달하는 법을 연구하겠다. 코치님이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영상을 많이 보라고 하셨다. 몸 관리도 잘해서 내년 시즌을 준비하겠다”고 다짐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