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 KT 위즈가 탄탄한 토종 선발을 앞세워 우승을 일궈내며 외인 일색인 KBO리그에 묵직한 울림을 선사했다.
지난 2019년 KT의 제3대 사령탑으로 부임한 이강철 감독의 첫 목표는 강력한 토종 선발 구축이었다. 외국인투수도 중요하지만 일단 토종 선발이 자리를 잡아야 장기적으로 강팀이 될 수 있다는 계산이 섰다. 이에 첫해에는 배제성, 김민수, 김민 등에게 많은 기회를 부여했고, 그 결과 롯데와의 트레이드 당시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배제성을 10승 투수로 재탄생시켰다.
이강철 감독은 통합우승 뒤 “과거 투수코치를 시절 나중에 감독이 되면 토종 선발을 확실하게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신생팀이 자리를 잡기 위해선 공격보다 수비, 마운드가 탄탄해야 한다. 선발, 중간, 마무리가 확실해야 한 팀이 될 수 있다. 그래서 거기에 중점을 두고 움직였는데 다행히 선수들이 많이 성장해줬다”고 흐뭇해했다.

지난해에는 굳건한 선발진을 앞세워 창단 첫 가을야구에 진출하는 성과를 냈다. 에이스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를 필두로 윌리엄 쿠에바스, 소형준, 배제성 등 무려 로테이션 내 4명의 투수가 10승 이상을 올리며 정규시즌 2위를 견인했다. 작년 KT가 거둔 81승(1무 62패) 중 무려 65%에 달하는 53승이 선발진에서 나왔다.

이강철호의 선발야구는 3년차인 2021시즌에도 계속됐다. 당초 기대를 모았던 10승 5명 배출은 소형준의 2년차 징크스, 배제성, 윌리엄 쿠에바스의 불운 등으로 불발됐지만 선발 평균자책점 1위(3.69)와 함께 올해도 시즌 76승 중 약 70%인 53승을 선발투수가 해냈다.
KT의 선발야구는 가을야구에서도 위력을 발휘했다. 창단 처음으로 진출한 한국시리즈에서 역대 최초로 4인의 선발투수가 4선발승을 거둔 것. 퀄리티스타트 1위 고영표를 불펜으로 돌릴 정도로 선수층이 두터워진 이강철표 선발진이었다.
이 감독은 “내가 생각한 선수에게 자리를 주고, 그렇게 꾸준하게 온 게 성장의 동력이 됐다”며 “올해의 경우 고영표가 오면서 선발진이 강해졌다. 엄상백 역시 군 제대 후 좋은 기량을 선보였다. 이래서 수비와 투수를 열심히 만들려고 노력했는데 내 눈이 좋았다”고 흡족한 미소를 보였다.
KT는 지난 시즌 MVP를 거둔 멜 로하스 주니어의 이탈에도 통합우승이라는 대업을 해냈다. 이 역시 선발야구가 있었기에 가능한 부분. 이 감독은 “타선보다는 투수력으로 승부한 게 주효했다. 그리고 (강)백호가 초반 로하스의 공백을 잘 메워줬고, 그 때부터 우리는 누구 하나가 아닌 팀 KT가 됐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올해도 KBO리그 투수 부문 주요 타이틀은 외국인선수의 차지였다. 아리엘 미란다(두산)가 평균자책점과 탈삼진 1위, 에릭 요키시(키움), 데이비드 뷰캐넌(삼성)이 다승 공동 1위, 앤드류 수아레즈(LG)가 승률 1위에 이름을 올렸다. 올 가을 KT의 탄탄한 토종 선발진이 리그 전체에 울림을 준 이유다. /backligh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