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세 로사도(47) 한화 투수코치는 선수 시절 메이저리그 올스타에 두 번이나 선정된 특급 투수 출신이다.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과 같이 한국에 와서 처음 KBO리그를 경험한 그는 내년에도 한화와 동행을 이어간다. 선수들은 물론 전반적인 리그 파악이 이뤄진 만큼 내년에는 한층 더 세심한 지도가 기대된다.
뉴욕 양키스 산하 마이너리그에서 오랜 시간 육성을 책임진 로사도 코치는 올해 한화 마운드의 성장도 이뤄냈다. 2019~2020년 2년 연속 9위였던 한화의 팀 평균자책점은 7위(4.65)로 올랐다. 김민우가 풀타임 선발투수로 자리잡은 가운데 윤대경, 김기중이 선발로서 가능성을 보여줬다. 강재민, 김범수, 윤호솔, 주현상 등 불펜에서도 존재감 있는 투수들이 등장했다.
로사도 코치는 “투수들이 1년간 여러 상황에서 보여준 노력과 헌신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들이 가진 100%를 보여줬다. 정말 고맙게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A등급을 주고 싶다”며 “평균자책점 같은 눈에 보이는 기록을 떠나 공의 퀄리티를 말하고 싶다. 선발 김민우가 훌륭했고, 강재민, 김종수, 김범수는 내가 생각하는 최고의 불펜 요원이다. 윤대경도 보직이 자주 바뀌는 상황에서도 자기 공을 잘 던져줬다. 윤호솔과 주현상 역시 환상적이었고, 김기중의 재능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두루 칭찬했다.

“우리 투수들의 구위는 충분히 자부심을 가질 만하다”고 치켜세운 로사도 코치는 그러나 볼넷 문제를 지나치지 않았다. 올해 리그에서 가장 많은 673개의 볼넷을 허용했는데 9이닝당 4.81개에 달했다. 한 경기 최다 14개 포함 두 자릿수 볼넷 허용이 5경기나 있었다. 로사도 코치는 “볼넷을 많이 준 부분은 개선해야 한다. 내년을 준비하는 과정에 있어 최우선으로 여길 것이다”고 강조했다.
1년의 경험을 통해 로사도 코치는 선수들에 대한 신뢰나 자신감이 커졌다. 마무리캠프에서 내년 특급 신인 투수 문동주와 박준영의 가능성도 확인한 그는 “내년에는 올해보다 더 잘할 수 있을 것이란 자신감이 든다”며 “야구를 하기 전부터 야구 팬이었던 사람으로서 팬들의 기다림이 얼마나 힘든지 안다. 리빌딩 과정은 힘들지만 한화 팬들이 조금만 더 인내해주시면 우리 선수들이 좋은 결과로 보답할 수 있을 것이다”고 자신했다.

로사도 코치는 통념을 깬 투수 부상 관리 방법으로도 주목받았다. 일반적인 이닝이나 투구수 등 기록적인 수치가 아니라 어깨, 팔꿈치, 엉덩이, 발목, 사각근, 햄스트링 등 조절가동역을 정기적으로 체크하면서 신체 역학 기준으로 투수들의 몸 상태를 지속 관리했다. 올해 한화는 닉 킹험과 김범수 외에 장기 부상자가 없었다. 킹험은 팔꿈치 수술 후 복귀 시즌이었고, 김범수는 고질적인 고관절 부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투수 관리가 거의 퍼펙트했다.
시즌 중 투수 관리 가이드라인의 일부 자료를 공개하기도 했던 로사도 코치는 “팬들이 어떻게 받아들이셨을지 모르겠다. 데이터와 신체 역학 기준으로 관리하고 있는데 투수들이 큰 부상 없이 마쳐서 다행이다. 내년에도 지금 시스템을 이어가 부상을 관리하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한국 문화나 KBO리그에도 대만족했다. 그는 “미국이 아닌 나라에서 이렇게 오래 지낸 것은 처음인데 만족스러웠다. 한국 문화를 배우면서 의미 있는 시간을 보냈다. 가족들과 함께 찾았던 롯데타워 102층 야경이 가장 아름다웠다”며 웃은 뒤 “KBO리그 자체도 정말 재미가 있다. 심판들의 일관성 있는 스트라이크 판정이 인상 깊었다. 심판도 사람이라 실수를 할 수 있는데 시즌 내내 꾸준히 일관적이었다”며 심판들을 향해서도 ‘리스펙트’했다.

로사도 코치는 지난 6월23일 대구 삼성전에서 심판과 소통 과정에서 오해를 빚으며 퇴장을 당하기도 했다. 하지만 심판들의 스트라이크존 일관성 유지를 인상적으로 봤다. 수베로 감독도 올해 심판들과 여러 차례 충돌하며 소통 면에서 답답해했지만 “한국 심판들의 볼 판정과 세이프·아웃 판정은 탑 레벨이다. 어떤 리그보다 뛰어나다”고 인정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