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을 했다고 끝이 아니다. 그냥 우승도 아니고 통합우승을 한 만큼 이제는 KT 왕조를 구축하기 위한 노력을 필요하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선 과감한 투자가 동반돼야 한다.
지난 18일 고척스카이돔에서 두산을 꺾고 1군 진입 7년만에 감격의 통합우승을 달성한 막내 KT. 그러나 우승 과정은 순탄치 못했다. 그렇기 때문에 우승이 더욱 감격스러운 부분도 있었지만 얇은 야수진 뎁스로 인해 하마터면 6월 말부터 4달 가까이 지켜온 1위 자리를 삼성에게 내줄 뻔했다.
KT의 10월은 그야말로 고난의 시간이었다. 9월 말까지만 해도 2위 삼성과의 승차가 5경기였지만 이후 6승 3무 12패의 부진 속 10월 23일 결국 삼성에 1위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가장 큰 원인은 타격 침체. 베테랑 유한준, 박경수가 부상과 부진을 겪으면서 득점권 해결사 부재에 시달렸다. 황재균, 장성우 등 다른 해결사들도 동반 슬럼프를 겪었고, 배정대, 심우준이 포진한 아래 쪽은 사실상 쉬어가는 타선이었다.
KT의 10월 득점권타율은 한화와 함께 리그 최하위(2할9리)였다. 병살타는 두 번째로 많은 9개. 오죽하면 이강철 감독이 취재진에 “좋은 타자가 딱 1명만 더 있었으면 좋겠다”는 하소연을 하기도 했다.
그나마 이 감독 부임 후 가장 많은 공을 들인 마운드를 앞세워 타이브레이커를 거쳐 창단 첫 정규시즌 우승을 이뤄낼 수 있었다. 그리고 타격감이 하락세인 상태서 리그를 마친 덕분에 다행히 한국시리즈에서 득점권 맹타가 가능했다. 어쨌든 결과는 통합우승이라는 해피엔딩이었다.

KT의 이번 스토브리그는 그 어느 스토브리그보다 중요해 보인다. 장성우, 허도환, 황재균 등 핵심 멤버들이 FA 자격을 얻은 가운데 정신적 지주인 유한준이 은퇴를 선언했고, 대체 외인 제라드 호잉과는 결별 가능성이 높다. 집토끼를 모두 잡는다고 가정했을 때 외야와 지명타자 한 자리가 공석이 되는 상황. 다시 말해 무조건 전력 보강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2022년 FA 승인 선수 명단에는 예년과 달리 대어급 외야 자원이 즐비하다. 두산의 7년 연속 한국시리즈행을 이끈 김재환, 박건우를 비롯해 박해민, 김현수, 나성범, 손아섭 등 이름만 들어도 위압감이 느껴지는 선수들이 새로운 계약을 기다리고 있다. 장타력 보강이라는 KT의 과제에도 딱 맞는 선수들이다.
KT의 최근 외부 FA 영입은 2018년 황재균과의 4년 88억원 계약이었다. 2019년 이강철 감독 부임 후 단 한 명의 FA 영입 없이 우승을 해냈다. 이강철 감독의 지도력만으로 정상에 올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모기업의 투자가 인색했다.
그러나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내년 시즌부터 통합우승팀이라는 타이틀을 단 이상 이제는 매 시즌 우승을 위해 전력을 갈고 닦아야 한다. 그래도 다행히 이 감독의 체계적인 플랜 아래 마운드 세대교체는 선순환이 이뤄지고 있지만 야수진은 육성만으로 한계가 있다. 이제는 정말 지갑을 열어야할 때다.
야구계 소식통에 따르면 KT는 이번 스토브리그서 외부 FA 영입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장성우, 황재균도 무조건 잡겠다는 기조다. 과연 어떤 대형 계약으로 왕조 구축의 서막을 열지 벌써부터 관심이 쏠린다. /backligh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