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버와 클래식의 정면 충돌이다.
2021 KBO 골든글러브 후보가 지난 1일 공개됐다. 총 84명의 후보 자격을 갖춘 가운데 시선은 최대 격전지는 2루가 꼽힌다. 김상수(삼성), 서건창(LG), 안치홍(롯데), 김선빈(KIA), 정은원(한화) 등 5명의 선수들이 후보에 올라있지만 정은원-안치홍의 2파전으로 판세는 굳어졌다.
프로 4년차 정은원은 개인 첫 수상 도전. 순수 한화 2루수로도 첫 황금장갑 배출을 노린다. 지난 2013년 수상자 정근우는 소속이 한화였지만 FA 이적 직후로 그해 성적은 SK에서 기록한 것이었다. 안치홍은 KIA 시절인 2011년, 2017~2018년에 이어 4번째 수상을 노린다. 역대 2루수 골든글러브를 4번 이상 받은 선수는 이 부문 최다 박정태(5회)가 유일하다.

두 선수의 성적은 세이버와 클래식으로 요약된다. 역대 최연소 100볼넷 기록을 세운 정은원은 현대 야구의 대세가 된 세이버메트릭스상 최고 성적을 냈다. 3할 타율의 안치홍은 눈에 잘 드러나는 클래식 기록에서 돋보인다.
일단 클래식 기록을 보면 안치홍의 우위. 안치홍은 올해 119경기 타율 3할6리 129안타 10홈런 82타점 52볼넷 출루율 .379 장타율 .458 OPS .837를 기록, 139경기 타율 2할8푼3리 140안타 6홈런 39타점 105볼넷 19도루 출루율 .407 장타율 .384 OPS .791을 기록한 정은원에게 타율, 홈런, 타점, 장타율, OPS 등 주요 성적에서 앞서있다.
10년 전만 해도 안치홍의 여유 있는 승리로 끝날 수 있는 성적. 하지만 시대가 바뀌었다. 현대 야구는 각종 기록을 세분화해 실질적인 공헌도를 산출한다. 세이버메트릭스 관점에선 정은원이 안치홍보다 좋은 시즌을 보냈다.

정은원은 KBO 공식기록업체 스포츠투아이 기준 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도 WAR 수치가 4.53으로 안치홍(3.55)을 앞선다. 안치홍보다 1승 더 승리 기여도가 높다. 각 구장 효과를 보정해 타자의 득점 생산력을 의미하는 조정 득점 생산력, wRC+ 수치도 정은원이 129.3으로 안치홍(121.6)보다 좋다.
세이버메트릭스 기록은 클래식 기록처럼 직관적이지 않고, 산출 방법에도 약간의 차이가 있다. 하지만 대표적인 야구통계사이트 스탯티즈 기준으로 봐도 정은원이 WAR(4.46-3.45), wRC+(126.6-124.3) 모두 우위를 점한다.
2루 수비에선 안치홍이 실책 10개로 수비율 9할7푼9리를 기록, 13개의 실책으로 수비율 9할7푼5리인 정은원에 근소 우위. 하지만 정은원이 125경기 1015⅔이닝을 수비한 반면 6월 무릎 부상으로 잠시 자리를 비운 안치홍은 110경기 908⅔이닝으로 정은원보다 107이닝 적게 수비했다.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정은원이 더 좋은 시즌을 보냈지만 광범위한 투표 인단의 선택은 예측하기 어렵다. 투표지에 WAR, wRC+ 같은 세이버 기록은 없다. 눈에 보이는 클래식 기록의 힘을 결코 무시할 수 없다. 만약 정은원이 수상한다면 시대 전환의 상징이 될 수 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