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만의 원정 WC' 이충복, "가족+당구 모두 지키는 방법 고민"
OSEN 강필주 기자
발행 2021.12.05 19: 16

한국 당구를 대표하는 이충복(시흥시체육회, 세계랭킹 108위)이 거의 4년 반 만에 해외 월드컵에 출전했다. 
이충복은 지난달 28일(한국시간) 이집트 샤름 엘 셰이크에서 열린 '2021 샤름 엘 셰이크 3쿠션 당구 월드컵'에 예선 2라운드(PPQ)부터 출전, 16강까지 진출했다. 이충복은 지난 3일 '세계랭킹 1위' 딕 야스퍼스(네덜란드)에게 패해 8강 진출이 좌절됐다. 하지만 이충복은 PPQ부터 3라운드(PQ), 4라운드(Q)까지 무패행진(9전전승)을 펼쳐 여전히 기량을 과시했다. 
대회가 열렸던 파크 리젠시 샤름 엘 세이크에서 만난 이충복은 "재미있었다"고 오랜만의 해외 월드컵 출전 소감을 전했다. 이어 그는 "전에는 승부의 세계에서 냉혹한 경쟁을 펼쳐야 했다. 승부에 집착하다 보니 결과도 좋지 않았다. 긴장을 많이 해 부담도 많았고 내가 할 수 있었던 플레이를 못한 적이 많았다"고 과거를 떠올렸다. 

[사진]파이브앤식스 제공

이충복은 지난 2017년 포르투 월드컵(포르투갈) 이후 해외에서 개최되는 월드컵에 모습을 드러냈지 않았다. 최성원, 허정한, 김행직 등 해외에서도 한국 당구 대표주자로 인정을 받았던 이충복의 해외 출전 중단은 궁금증을 자아냈다. "후원사 문제도 있었고 개인사도 있었고 그런 것들이 겹치다 보니 동기부여가 떨어졌다. 개인적인 삶과 당구 선수로서의 방향을 고민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렇다면 다시 해외 원정길에 오르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이충복은 "국내서만 활동해도 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많은 사람들이 그건 아닌 것 같다고 조언해줬다"면서 "결국 당구를 치는 사람으로서 가장 큰 무대, 전 세계에서 당구를 가장 잘치는 무대에 나가야 당구 공부가 더 될 것 같았다"고 밝혔다.
'레슨 마스터', '닥터 복', '당구 교과서' 등 다양한 별명을 지닌 이충복은 젊은 당구선수들에게는 스승이자, 대부격이다. 항상 길을 제시하고 방법을 알려주는 고마운 존재다. 그러나 이충복 스스로는 지금도 많은 고민에 빠져 있다. '어떻게 하면 당구 선수로 롱런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있다. 
이충복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당구 도인'이라는 별명을 더해야 할 것 같다. 그만큼 당구는 물론 인생 전반적인 고민을 하고 있다. 
이충복은 "당구 선수로 롱런하기 위해서는 자기관리가 필수다. 삶의 질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 스트레스를 되도록 덜 받아야 하고 멘탈적으로 관리도 필요하다"면서 "당구가 많이 발전했다. 기술적으로도 마찬가지다. 어린 선수들의 플레이를 볼 때 놀랄 때가 있다. 내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전성기가 다시 올 수 있다는 믿고 있다"고 선수로서 자신을 채찍질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사진]파이브앤식스 제공
당구계에서는 유명인사지만 가정과 개인사를 지닌 인간 이충복이기도 하다. 그는 "개인적으로는 5년 전 십이지장에서 종용을 떼야 했고 심장혈관조영술이 필요하다. 당뇨약까지 먹고 있어 삶의 질을 고민하고 있다. 부모님을 둔 아들이자 두 딸과 아내가 있는 가장으로서의 무게도 견뎌야 한다"면서 "이 두가지를 조화롭게 풀어가는 것이 나의 목표가 될 것"이라고 다짐하기도 했다. 
이충복은 해외 월드컵을 다시 다니기로 결정하면서 유럽 선수들의 기술과 생활패턴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 그는 "기술적으로는 당구의 디테일이 다르다. 공격과 수비가 조화를 잘 이루고 있다. 포지션 플레이도 정말 좋다. 한마디로 경로 파악이 잘되고 있는 모습"이라면서도 "해외 대회를 그렇게 다니면서도 어떻게 체력을 관리하는지도 궁금하다"고 말해 대회 성적만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게 해줬다. 
"나는 스트레스를 스스로 푸는 편이다. 2009년부터 대회 전 골프를 치는 것이 내 루틴이 됐다"는 그는 "매일 5분 동안 거울을 보면서 하루를 반성한다. 핑계를 대지 않도록 노력한다"면서 "과거 동기부여가 떨어지면서 한창 헤맬 때가 있었다. 하지만 그 때가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다고 본다. 그런 시기를 견뎌준 나 스스로를 고맙게 여기는 부분이기도 하다"고 웃어보였다. 
이충복은 한국 대표로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 출전도 앞두고 있다. "목표는 항상 우승"이라는 이충복은 "문제는 내가 공감할 수 있는 승리였으면 한다. 과거 한 대회에서는 우승을 하고도 기분이 좋지 않았던 때가 있었다. 우승상금을 받아 좋았지만 내용이 좋지 않았다"면서 "삶과 성적을 어떻게 함께 추구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다짐했다. /letmeou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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