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경이’, 갈라선 용국장-이경 등 개성 악역들과 본격 삼파전 돌입 [김재동의 나무와 숲]
OSEN 김재동 기자
발행 2021.12.06 15: 34

[OSEN=김재동 객원기자]  Jtbc 토일드라마 '구경이'가 인물간 합종연횡을 매조짓고 본격적인 구경이(이영애 분)-용숙(김해숙 분)-송이경(김혜준)의 삼파전에 돌입했다.
용숙이 용도폐기 하려 했던 구경이는 김부장(정석용 분)의 어설픈 살수를 간신히 피해 기사회생했고, 용숙의 우리에 자발적으로 의탁했던 ‘살인마 K’ 이경은 제 볼 일 다 보고 우리를 탈출했다. 용숙으로서는 집토끼 산토끼 다 놓친 셈이다.
여기에 평소 용숙을 혐오하면서도 두려워했던 용숙의 심복 김부장까지도 구경이를 못죽인 후한이 두려워 전전긍긍하는 판이라 어디로 튈지 모른다.

드라마 ‘구경이’의 재미중 하나가 개성 악역들이다. 최종 보스격인 용숙(김해숙 분)은 주로 등산로 파전집 평상 위 텐트에 기거한다. 텐트에서 부스스 나서는 용숙을 보면 지나가던 등산객들이 파전에 동동주를 주문해도 하나 스스럼 없을만 하다.
하지만 그녀 통장에는 일시불로 회사 하나 통째로 사고도 남을 잔고가 있다. 잔고뿐인가. 공항통제실도 제멋대로 휘두르는 권력에, 큰아들 허성태(최대철 분) 하나 잘 키워 나라를 말아먹을 궁리까지 하는 통 큰 여인네다.
그런 용숙의 수족 김부장(정석용 분)은 미식 유투버다. 미식에 진심인 그를 보면 무해해 보이지만 사람 죽이는 일을 포함한 뒤처리의 전문가다. 용숙에 대한 충성심이 강하냐 하면 그도 아닌 것이 안듣는 자리에선 “용숙이 지랄한다”며 뒷담화도 즐겨한다. 물론 용숙 앞에선 고양이 앞에 쥐 신세지만.
압권은 역시 천진난만한 살인자 송이경(K)이다. ‘나쁜 놈 죽이기’를 소명처럼 생각한다. 폭발물 전문가에, 독극물 전문가에, 부비트랩도 람보 이상 만들어낸다. 살인학이 있다면 박사학위는 떼 논 당상이다. 여리여리한 여자라고 방심할 수 없고 해맑게 웃는다고 풀어질 수 없다. 죽일 나쁜 놈 없으면 삶이 무료해져 “사람 죽이고 싶다” 칭얼대는 떼쟁이기도 하다.
이모 정인(배혜선 분)의 죽음으로 흑화해 죽일만큼 나쁘지는 않은 나제희(곽선영 분)를 죽이려 했으나 용숙의 의도에 대한 궁금증으로 살려둔다. 용숙에게 포섭된 후에도 허성태에게 불리한 기사를 작성한 기자를 죽이라는 오더를 받았지만 몰래 살려내기도 한다. 아직까지 이경의 손에 죽은 나쁘지 않은 사람은 예상치 못했던 이모 정인밖에 없다.
5일 방송된 10화에서는 용숙과 이경 두 악당의 차이점이 여실히 드러났다. 살해 오더를 받은 기자를 빼돌린 이경은 뒷탈을 우려해 아예 폭발사고를 일으켰다. 이에 용숙은 “사람 한명 죽이는데 요란법석도 떤다”며 “사람 죽일 때 어떤 느낌이니?"라고 묻고 이경은 ”그냥 내가 해야할 일을 하는 그런 느낌"이라고 답한다. 그때 허성태의 당선 소식이 전해지고 용숙은 이경에게 “앞으로 우리 K 더 바빠지겠다”며 즐거워한다.
즉 이경에게 살인은 당위이자 소명이고 용숙에게 살인은 목적을 위한 수단이다. 언제건 소명은 수단에 앞선다.
그래서 이제 용숙은 큰일나게 생겼다. 길들인 줄 알았던 길들지 않은 맹수가 우리를 벗어났다. 이경은 그저 용숙의 의도가 궁금해 용숙의 손을 잡았을 뿐이고 궁금증을 해소한 이경에게 용숙의 세력만 노출됐다. 결국 용숙은 ‘자신을 위한 보이지 않는 칼’에서 ‘자신을 향한 보이지 않는 칼’이 된 이경에게 신나게 죽여도 될 인간들만 제공한 셈이다.
그리고 그 속엔 애초 발단이 된 요트사건을 일으킨 용숙의 작은 아들 허현태(박지빈 분)와 용숙 자신, 김부장 등이 포함될 모양이다. 큰아들 허성태에게도 드러나지 않은 죄악이 있다면 허성태까지도.
우리의 주인공 구경이마저 나제희를 건들지 않는 조건으로 허현태를 이경에게 넘겨줬으니 구경이가 이경을 잡아들이는 시점은 이경이 용숙 일파의 피를 한껏 포식한 다음일 듯 싶다. 이는 전적으로 승승장구하면서 언제나 상황 통제에 성공해왔다고 믿었던 용숙의 만용이 ‘살인마 K’ 이경의 괴물본색을 과소평가한 탓이다.
구경이로서도 자신의 팀에 살의를 드러낸 용숙을 봐줄 이유는 전혀 없다. 안그래도 죽어도 싼 인간은 죽어 마땅한 것 아닌가 는 의구심에 헷갈려하는 판인데.
드라마는 용숙+구경이 대(對) 송이경으로 시작, 용숙+송이경 대(對) 구경이의 구도를 거쳐 바야흐로 구경이-용숙-송이경의 서로 물고 물리는 삼파전 형국에 돌입했다.
송이경의 위협이 구체화되면 용숙이 다시 구경이에게 손을 내밀지 모르지만, 또 설령 구경이가 그 손을 잡을지 모르지만, 시작 당시와 같은 공통목표를 지향할 순 없으므로 여전히 삼파전이 될 전망이다. 구경이가 보기에 죽어 마땅한 인간만 죽이는 이경보다는 필요에 따라 선악을 불문하고 사람 죽이는 용숙이 더 나쁜 편이니 어쩔 수 없다.
여기에 김부장도 변수가 될 수 있다. 용숙에 대한 로열티는 고사하고 속으로는 진저리치는 처지니 배신의 아이콘이 될 수도 있다. 어쨌거나 본격적인 삼파전이 시작되면서 드라마 ‘구경이’는 한결 흥미진진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그리고 아직 풀리지 않은 정체 하나. “네가 누군지 모를 줄 알아?”라고 이경이 귓속말을 건넨 산타(백성철 분). 누구냐 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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