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의지 이어 No.2 포수, 5년 54억이 그렇게 과한 대우인가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21.12.07 04: 11

광풍이 불 것이라던 KBO리그 FA 시장이 조용하다. 지난달 27일 한화가 포수 최재훈(32)과 5년 최대 54억원에 1호 계약을 한 뒤 6일까지 9일 동안 추가 계약자가 나오지 않고 있다. 
업계에선 한화와 최재훈의 1호 계약 여파로 보고 있다. 최재훈이 예상보다 높은 금액에 계약하면서 다른 FA 선수들의 눈높이도 높아졌다는 것이다. 상징성이 큰 FA 1호 계약은 시장에서 기준점이 된다. 최재훈이 대박을 치면서 다른 FA 선수들의 협상도 원점으로 돌아간 분위기다. 
원소속팀과 우선협상기간이 폐지된 뒤 올해로 6년째. 최재훈의 54억원은 지난 2016년 11월 두산과 4년 50억원에 계약한 내야수 김재호를 넘어 1호 계약자 중 최고액이다. 대개 준척급 FA들이 1호 계약을 하기 마련인데 포수 최대어였던 최재훈이 예상보다 빠르게 잔류하면서 시장이 충격을 받았다. 

한화 최재훈 /OSEN DB

한화는 내부적으로 최재훈의 가치를 높이 평가했고, 한 번에 최대치 계약을 제시해 붙잡았다. 물밑에서 B등급으로 보상 족쇄가 느슨한 최재훈에게 관심을 보인 팀이 있다는 얘기가 나왔고, 한화는 협상을 질질 끌지 않았다. 최재훈도 다른 팀들의 제의를 기다릴 만했지만 팀에 대한 애정과 5년 장기 계약에 일찌감치 사인을 했다. 이렇다 할 줄다리기도 없는 계약이었고, 구단과 선수 모두 합리적인 선에서 만족하고 있다. 
그러나 FA 시장이 더디게 흘러가면서 최재훈 계약을 두고 이런저런 말이 나온다. 요약하면 ‘최재훈이 54억원이나 받을 만한 선수인가’라는 점이다.  최재훈은 2019년 NC 양의지(125억원), 2018년 삼성 강민호(80억원), 2014년 롯데 강민호(75억원), 2019년 SK 이재원(69억원)에 이어 포수 역대 5번째로 좋은 대우를 받았다. 이 중 5년 계약은 최재훈이 유일하다. 
1일 오후 서울 강서구 메이필드호텔에서 ‘2021마구마구 플레이어스 초이스 어워즈’가 열렸다.리얼글러브 포수상을 수상한 삼성 강민호가 수상 소감을 말하고 있다. 2021.12.01 /sunday@osen.co.kr
나이대로는 4년 전 지금 최재훈과 같은 만 32세였던 강민호와 비교할 수 있다. 4년 80억원에 계약한 강민호는 FA를 앞두고 3년간 ‘스탯티즈’ 기준 WAR 13.74로 포수 중 1위였다. 1WAR당 5억8200만원의 가치가 매겨졌다. 최재훈은 최근 3년간 WAR 9.96을 기록했다. 양의지(18.52)에 이어 리그 2위 포수로 1WAR당 5억4200만원의 가치가 산정됐다. 4년 전 강민호와 비슷한 가치 평가가 이뤄진 것이다. 삼성의 경우 롯데에서 데려온 FA였기 때문에 가격이 크게 붙었다. 
3년 전 만 31세였던 이재원은 3년간 WAR 6.43으로 69억원의 대박 계약을 따냈다. 1WAR당 무려 10억7300만원의 가치가 매겨졌다. 무옵션 계약으로 연평균 17억2500만원을 보장받았다. 최재훈은 옵션을 제외하면 연평균 9억8000만원으로 이재원의 반값 수준이다. 이재원의 경우 계약 당시에도 오버 페이 논란이 있긴 했다. 
최재훈은 강민호나 이재원처럼 홈런을 많이 치는 중장거리 타자는 아니지만 요즘 야구에서 각광받는 출루율에서 정상급이다. 최근 3년간 1000타석 이상 선수 72명 중 출루율 10위(.396)로 포수 중 양의지(.416)에 이어 2위. 타율도 양의지(.336)에 이어 2위(.288)였다. 조정득점생산력 wRC+도 119.2로 양의지(167.2) 다음. 리그 최고 수준의 프레이밍을 자랑하는 최재훈은 수비력도 높은 평가를 받는다. 최근 3년간 포지션 조정 포함 평균 대비 수비 승리 기여 WAA 수치가 2.506으로 포수 중 1위였다. 5년 54억원이 조금 후하긴 해도 과한 오버 페이로 보기는 어렵다. 
한화 정민철 단장과 최재훈(오른쪽)이 FA 계약 후 악수를 하고 있다. /한화 이글스 제공
FA 개장 전 최재훈의 몸값은 40억원 안팎으로 전망됐다. 4년 기준 연평균 10억원 수준. 그런데 5년 계약으로 총액 50억원을 넘어섰고, FA 시장 분위기도 후끈 달아올랐다. FA를 잡아야 할 팀들로선 1호 계약으로 인한 과열 양상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최재훈의 계약을 두고 볼멘소리가 나올 법하지만 벌써 오버 페이 평가를 내리기에는 이르다. 남은 겨울 FA 대어급 선수들의 계약 규모를 보면 정확한 평가가 가능할 것이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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