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밀당(밀고 당기기)의 계절이 찾아왔다. FA 시장이 문을 연지 보름이 다 되어가지만 계약 선수는 한화 최재훈(5년 총액 최대 54억원) 뿐이다. 선수와 구단 모두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밀당을 반복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백정현이 원 소속 구단에 남고 싶다고 공개적으로 밝혀 눈길을 끈다. 프로 15년 차 백정현은 올 시즌 커리어 하이 시즌을 완성했다. 데뷔 첫 두 자릿수 승리(14승)를 달성했고 토종 투수 평균 자책점 1위(2.63)를 차지했다. 만 34세에 처음으로 FA 자격을 얻었다.
백정현은 지난 9일 서울 강남구 리베라호텔 3층 베르사이유홀에서 열린 '2021 나누리병원 일구상 시상식’에서 최고 투수상을 받았다.

그는 "도와주신 분들이 많아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의도하지 않게 일찍 와서 행사 준비 과정을 봤는데 평소에 가졌던 마음보다 이 자리가 무겁게 느껴졌다. 좋은 상을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고 수상 소감을 전했다.
또 "잘하려는 마음보다 내려놓고 하는 시즌이었는데 의도하지 않게 결과가 좋게 나와 평소보다 고마운 마음이 크다"며 "살면서 상 받을 거라 상상도 못 했다. 꿈같은 이야기다 이렇게 상을 받으러 다니다 보니 평소보다 잘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데뷔 첫 FA 자격을 얻게 된 그는 삼성에 남고 싶다는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내가 FA 협상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나보다 협상을 더 잘 알고 잘하는 에이전트에게 맡겼다. 마지막에 내가 선택만 하면 된다. 빨리 마무리가 됐으면 좋겠다. 그간 삼성에서 오래 뛰면서 팬들의 많은 응원을 받았다. '함께 뛰고 싶다'고 말해준 동료들도 고맙다. FA 계약을 맺을 때 고려하는 부분이다". 백정현의 말이다.
백정현은 또 "야구는 어디서 해도 똑같다. 그렇지만 다른 팀이 좋은 제의를 해도 삼성이 제시한 조건과 큰 차이가 안 날 것 같다. 솔직히 삼성에 남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대놓고 잔류 의사를 밝히는 게 협상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지만 그만큼 원 소속 구단과 함께 하고 싶다는 의지가 강하다는 의미. 백정현은 "구단이 필요하면 내가 무슨 말을 해도 계약을 맺을 것이다. 하지만 구단이 날 원하지 않으면 어떤 상황이라도 계약이 성사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백정현에게 밀당은 없다. FA 협상에서 이례적으로 확실하게 잔류 의사를 표현했다. 잠잠해진 FA 시장에서 2호 계약 선수는 백정현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