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있는 잔류 호소였다.
롯데 자이언츠 ‘캡틴’ 전준우(35)는 지난 10일 열린 골든글러브 시상식이 끝난 뒤 가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FA 정훈(34)과 손아섭(33)의 잔류를 호소했다. 2000년대 후반, ‘노피어’ 야구의 중심과 중흥기의 마지막을 함께 책임졌던 이들과 마지막까지 자이언츠 유니폼을 입고 함께 야구를 펼치고 싶은 마음을 나름 강력하게 표현한 것으로 볼 수 있었다. 이들은 팀 내에서도 실제로도 막역하다.
올해 롯데는 젊은 선수들이 대거 1군에 등장했다. 하지만 아직은 기존 1군 선수들을 위협할 정도까지는 아니다. 가능성 정도는 보여줬지만 확실하게 자리 잡았다고 보기 힘들었다.

이미 구장 확장, 새 외국인 선수 DJ 피터스 영입 등으로 이미 타선 자체에 변수가 많아졌다. 여기에 정훈과 손아섭이라는 검증된 타선의 자원을 놓친다면 타선이 변수 자체로 가득하게 된다. 올해 1군에 등장한 젊은 선수들 가운데 대체 자원을 찾아야 한다.
정훈은 올해 135경기 타율 2할9푼2리(486타수 142안타) 14홈런 79타점 OPS .818의 기록을 남겼다. 뒤늦게 기량이 만개했고 진짜 전성기를 맞이한 듯한 모습이다. 1루 수비도 훌륭한 편이고 중견수 수비도 가능한 멀티 플레이어 자원이다. 손아섭 역시 올해 부진했다고는 하나 여전히 컨택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139경기 타율 3할1푼9리(542타수 173안타) 3홈런 58타점 11도루 OPS .787의 성적을 기록했다. 여전히 경쟁력 있는 타자다. 외야수로의 가치가 다소 떨어지는 상황이긴 하지만 롯데 선수단에서 손아섭을 능가하는 외야 자원을 꼽기는 쉽지 않다.
전준우, 안치홍, 한동희라는 롯데 타선의 대표 주자들이 존재하고 이대호도 마지막 불꽃을 태우고 있는 상황. 정훈과 손아섭도 충분히 타선의 주역으로 올라설 수 있는 타자들이다. 그만큼 이들의 존재감은 큰 편이다.
그러나 만약 동시에 이들이 빠질 경우 이들의 자리를 누가 채울지는 고민해봐야 하는 게 냉정한 롯데의 현실이다. 정훈의 1루 자리에는 상무 지원에서 탈락한 나승엽이 채울 수 있다. 퓨처스리그에서 담금질 하고 있는 김주현도 1루 대체 자원 중 하나. 전준우의 1루 전향도 생각해 볼 수 있지만 풀타임 1루수를 맡기기에는 위험 부담이 크다. 견고한 타격까지 흔들릴 수 있다.
손아섭의 외야수는 그나마 상황이 나은 편. 외국인 타자로 중견수를 보는 DJ 피터스가 합류했고 기존 추재현, 김재유, 신용수 등이 손아섭이 부재시 자리를 채울 수 있다. 추재현과 김재유 모두 중견수 보다는 코너 외야수가 더 어울리는 선수들. 마무리캠프 기간 신인 조세진이 호평을 받았고 발 빠른 장두성 역시 김평호 주루 코치의 집중 케어를 받으면서 성장세를 끌어올렸다. 하지만 검증된 손아섭의 타격 생산력과 존재감을 단숨에 채우기는 힘들다.
다른 포지션에서 매년 새로운 얼굴을 찾는데 시간이 걸렸던 롯데다. 육성이 쉽지 않았던 게 최근의 롯데였다. 비록 육성 시스템이 점점 체계화 되어가는 상황이긴 하지만 완전히 자리를 잡았다고 볼 수는 없다.
기약할 수 없는 미래에 젊은 선수들이 자리를 잡을 수는 있겠지만 성적을 만들어야 하는 내년이 당장 문제다. 새로운 체제에서 2년 연속 가을야구에 탈락하며 보여준 게 없다. 이제는 성적을 내야 하는 팀의 상황. ‘캡틴’ 전준우 역시 팀의 상황을 잘 알고 있기에 FA들의 잔류를 간곡하게 호소했다. /jhrae@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