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 10년 공든 탑 와르르…애지중지 프랜차이즈 스타 사라지나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21.12.15 08: 14

NC 다이노스가 프랜차이즈 스타를 잃을 위기에 처했다.
NC의 올해 오프시즌 최대 목표는 내부 FA였던 나성범의 잔류였다. 시즌 막판부터 이동’욱 감독은 “나성범은 NC 선수다. 다른 팀이라는 건 생각해본적 없다”라고 강조하면서 시장에 사실상 ‘언터쳐블’ 선언을 했다. 독점 협상 분위기가 마련됐다. FA 시장 개장 초반에도 NC와 나성범은 순조롭게 협상을 이어갔고 잔류 무드가 형성됐다.
하지만 최근 들어 협상에 이상 기류가 생겼다. 사장, 단장, 감독이 모두 사퇴한 뒤 정상화 단계를 거친 KIA 타이거즈가 나성범 영입전에 참전했고 막대한 돈다발을 들고 왔다. NC 역시 붙잡고자 하는 선수들을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를 피력했지만 광주 출신 나성범의 고향 컴백을 위한 KIA의 의지도 만만치 않았다. NC는 지난 주 이후 나성범과 협상 테이블을 사실상 접었다. 

나성범 /OSEN DB

NC는 14일 FA 외야수 박건우와 6년 최대 100억원의 대형 계약을 했다. 사실상 나성범의 빈 자리(우익수)를 메우려는 영입이다. 
구단 창단 이후 사실상 첫 내부 FA이자 프랜차이즈 스타가 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나성범의 이탈은 충격과도 같다. 그만큼 NC는 나성범에게 많은 공을 들였다. 나성범은 NC의 첫 신인 드래프트였던 2012년 전체 2라운드로 10순위로 지명이 됐다. 연세대 출신 좌완 파이어볼러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초대 감독이던 김경문 감독은 나성범을 프랜차이즈 스타 재목으로 점 찍었고 매일 경기에 나서며 팬들과 접점을 계속 만들 수 있는 타자 전향을 권유했다.
결국 나성범은 타자로 전향했다. 이후 탁월한 운동신경을 바탕으로 외야수, 타자로 빠르게 적응했다. 프로 초반 포지션도 초반에는 외야의 중심이던 중견수였다. 타자로의 재능은 탁월했고 투수 출신으로 강견을 자랑했지만 외야수로의 위치 선정, 타구 판단도 좋지 않았다. 그럼에도 김경문 감독은 뚝심으로 밀어붙였고 2012년, 2군에 첫 시즌을 무사히 마쳤다.
신인시절 나성범 /OSEN DB
2013년, 나성범은 팀과 함께 첫 1군 데뷔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개막을 앞두고 나성범은 왼손 유구골 골절 부상을 입어 NC의 역사적인 창단 첫 1군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5월이 되어서야 1군에 투입됐다. NC는 나성범의 복귀를 한 달 가량 앞두고 ‘WILL BACK’이라는 타이틀로 수술부터 1군 복귀까지의 과정을 시리즈물로 제작하는 등 나성범에게 시선이 집중되게끔 환경을 조성했다. 당시 NBA의 슈퍼스타였던 데릭 로즈의 십자인대 부상 이후 복귀 과정을 담은 에피소드를 모티브로 제작했다.
구단의 의지에 나성범 역시 엄청난 노력과 훈련량으로 타자로 연착륙했다. 2014년 1군 풀타임 첫 해 타율 3할2푼9리 30홈런 101타점으로 괴물 같은 활약을 펼쳤고 매년 이에 버금가는 활약을 펼칠 수 있는 타자로 성장했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대표팀을 시작으로 2015년 WBSC 프리미어12 등 국가대표 단골 손님이었다. NC도 나성범의 성장과 함께 강팀 반열에 올라섰다.
2019년 시즌에는 아픔도 있었다. 나성범은 시즌 중반 십자인대 부상을 당하면서 그대로 시즌 아웃이 됐다. 당초 이 해가 끝나고 메이저리그에 도전할 수 있는 자격을 얻을 수 있었지만 끝내 이루지 못했고  해외 진출과 FA 자격 취득도 자연스럽게 1년씩 미뤄졌다. 대신 나성범은 2020년 성공적으로 복귀해 팀의 창단 첫 정규시즌 우승과 한국시리즈 우승을 동시에 이끌며 프랜차이즈 스타로서 최고 영광의 자리에 올라섰다.
비록 시즌이 끝난 뒤 메이저리그 진출에 도전했지만 어느 구단과도 계약에 다다르지 못하면서 NC로 원대복귀 했다. 그리고 올 시즌까지 무사히 마친 뒤, 나성범은 또 다시 메이저리그 무대에 도전하는 대신, FA 신청을 하면서 국내 잔류를 택했다. 이는 사실상 NC 잔류와 동의어였다. 하지만 고향팀의 참전으로 나성범은 NC 잔류가 힘들어지는 상황이 됐다.
NC로서도 10년 간 키운 프랜차이즈 스타가 사라진다는 허탈감과 마주해야 한다. 이종욱, 손시헌, 박석민, 양의지 등 외부 FA 선수들이 대거 영입했지만 이들을 NC 프랜차이즈 스타라고 부르기는 힘들다. 이들의 네임밸류가 더 높다가 할 지라도 나성범은 NC의 상징과도 같은 선수였다. NC 프랜차이즈의 성장을 함께했던 선수였다.
결국 나성범이 이탈한다면 NC가 진정한 프랜차이즈 스타로 부를 수 있는 선수는 전무하다. 투수 중 이재학, 원종현 등이 창단부터 함께했지만 무게감이 덜하다. 내야수 박민우가 존재하지만 지난 여름, 리그를 대혼란에 빠뜨린 호텔 술판 파문의 일원이었다. 매년 연봉 협상 시즌마다 구단과 잡음도 잦았다. 지난 겨울에도 구단을 비난하는 듯한 SNS게시물로 한바탕 홍역을 치른 바 있다. NC의 정체성이 사라질 위기다. /jhrae@osen.co.kr
나성범 /OSEN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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