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 조인 "한예종·파리 유학 관두고 배우 변신, 연기 안 질려요" [인터뷰 종합]
OSEN 연휘선 기자
발행 2021.12.17 08: 55

연기를 위해 모두가 인정할 만한 엘리트 과정을 뒤로하고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모범택시'에 이어 드라마스페셜 '셋'에서 두각을 나타낸 신인 배우 조인이다. 
조인은 지난 10일 방송된 KBS 드라마스페셜 '셋'에서 강보리 역으로 열연했다. '셋'은 성범죄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던 친구 셋 김종희(소주연 분), 우형주(정이서 분), 강보리(조인 분)가 복수를 위해 12년 만에 다시 모이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 서스펜스 스릴러 드라마다. 단막극으로 구성됐으나 KBS에서 좀처럼 볼 수 없던 19세 이상 시청 등급의 파격적인 구성과 성범죄 피해자들의 처절한 심정을 현실적으로 그린 내용 등으로 호평받았다. 
앞서 SBS 인기드라마 '모범택시'에서 첫 의뢰인 마리아 역으로 등장했던 조인은 '셋'에서 강보리 역을 맡아 다시 한번 존재감을 드러냈다. '셋'에 합류할 수 있던 것도 '모범택시'의 마리아 덕분이었다. '셋'을 연출한 구성준 감독이 '모범택시' 속 조인을 눈여겨보고 오디션을 제안했고, 이 덕분에 실제 촬영 준비 시점보다 일찍 출연을 결정하고 '셋'에 함께 하게 됐단다. 

조인 인터뷰 2021.12.14 / soul1014@osen.co.kr

신인 배우 조인에게 강보리는 만만치 않은 캐릭터였다. 조인은 "보리가 다른 두 친구보다 조금 더 세고 초반에는 빌런 같은 느낌의 캐릭터였다. 계속 다른 인물들에게 딴지를 걸어야 했다. 누구보다 진실을 많이 알고 그만큼 상처도 많고 다시 돌아가고 회복하고 싶은 의지도 강한 인물이라 그랬다"라며 "보기에 불쾌하지 않으면서 캐릭터 특징을 살릴 수 있도록 그 적정선을 찾는 게 어려웠다"라고 밝혔다. 
그는 "우울하고 암울한 분위기가 있는데 보리가 깨는 인물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감독님이 보리의 이미지에 대해 '사람들이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이미지와 다르다'라고 하셨다. '접점을 찾으면 새로운 인물이 나올 수 있을 것 같다'고 해주셨는데 조언들을 생각하면서 캐릭터를 찾아갔다"라고 설명했다. 
조인 인터뷰 2021.12.14 / soul1014@osen.co.kr
다만 조인은 "개인적으로 아쉬운 부분은 제가 카메라 연기하는 경험이 많지 않아서 어느 정도 표현을 해야 할지 미숙한 점이었다. 그래서 감정이 변화하는 장면들이 표현이 안 된 것 같아 아쉽기도 했다"라며 멋쩍어했다. 
그만큼 '셋'은 연기하는 배우들의 마음도 무거워지는 작품이었다. 이에 조인은 '셋'에 대해 이야기하며 눈물까지 보였다. 특히 그는 "실제 현실에서도 드라마와 비슷한 사건이 많이 일어나지 않나. 극 중 사건과 닮아 있는 사건이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 나온 걸 보고 참고할 생각에 봤는데 너무 마음이 아팠다"라고 털어놨다. 
이어 "연기에 참고하고 싶어서 봤을 뿐인데도 너무 마음이 아팠다. '모범택시'에서 마리아도 그랬고, 피해자나 약자를 대변하는 역할을 한다는 게 사실 마음이 무거웠다. 실제 피해 내용이 한순간에 소비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면서도 이런 이야기들이 꾸준히 나올 수 있는 게 맞다고 생각해 참여했다. 그래서 내 안에서 갈등도 많고 어려웠던 게 사실이다. 그러면서도 혹시 내 연기를 보고 불편하신 분들이 있을까 우려도 됐다. 그럼에도 누군가에게는 조금이라도 위로나 공감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처럼 섬세한 시선으로 연기를 하기까지 '배우' 조인이 되는 길은 쉽지 않았다. 특히 그는 어린 시절부터 한국 무용을 배워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예술 천재들이 입학하는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한국무용을 전공했다. 그러나 3학년에 돌연 자퇴했다. '다시 태어나고 싶다'는 이유 때문이었단다.
조인 인터뷰 2021.12.14 / soul1014@osen.co.kr
이후 파리에서 디자인 학교에 진학한 조인은 다시 한번 연기로 진로를 변경했다. 어린 시절부터 연기를 하고 싶었는데 다른 배움의 길을 걷던 중 파리 유학 중 벨기에의 세계적인 현대무용단 피핑 톰 공연을 보고 '더 늦으면 안 되겠다'라는 생각에 결단을 내렸다고. 이에 한국으로 돌아와 편입 시험을 본 끝에 중앙대학교 연극학과에 진학해 첫 대학교 진학 10년 만에 졸업장을 따내고 본격적으로 배우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연기는 물론 그 이전에 선택했던 무용과 디자인 모두 나름 엘리트의 코스를 차근차근 밟아왔던 터. 지켜보는 가족들도 안타까웠을 터다. 다만 조인은 "지금은 부모님도 지지와 응원을 해주시고 지원도 해주신다. 가족들과 가깝게 지내 항상 얘기를 많이 하는데 주위 분들께도 제가 어디에 나온다고 자랑도 하시는 것 같아서 뿌듯했다"라며 웃었다. 
돌고 돌아 성인이 된 지 10년 만에 연기자의 길을 걷고 있지만 조인은 과거를 낭비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저 스스로 무언가에 쉽게 질려한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연기는 여전히 즐겁고 항상 재미있다. 나중에는 제가 배웠던 것들을 살려 무용을 하는 연기를 할 수 있어도 좋을 것 같다"라며 한국무용은 물론 파리 유학생활과 디자인에 관한 자신의 경험과 지식, 재능을 살릴 수 있는 연기에 대해서도 열려 있었다. 
나아가 그는 "'꼭 하고 싶은 역할'을 묻는 질문이 제일 어려운 것 같다. 하고 싶지 않은 역할이 없고 어떤 역할이라도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해서 그렇다. 역할보다 무엇을 전달할 수 있는지,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을지가 중요한 것 같다"라고 했다. 배우로서 듣고 싶은 수식어도 '배우 조인'에 관한 게 아닌 '모범택시'의 마리아, '셋'의 보리처럼 역할 자체에 관한 것들이란다. 존재감 강한 신인 연기자 조인이 또 어떤 캐릭터로 기억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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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OSEN 박준형 기자 / soul101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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