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2억 돈쭐' FA는 타이밍, 2년 전엔 찬바람…전준우-오지환의 불운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21.12.17 18: 26

예상은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KBO리그 FA 시장에 역대급 광풍이 몰아치고 있다. 
올 겨울 FA 최대어 중 한 명이 외야수 김재환과 김현수가 17일 나란히 총액 115억원에 계약했다. 김재환은 두산과 4년 115억원, 김현수는 LG와 4+2년 115억원에 계약했다. 한화 포수 최재훈(5년 54억원), LG 외야수 박해민(4년 60억원), NC 외야수 박건우(6년 100억원), 삼성 투수 백정현(4년 38억원)에 이어 올 겨울 5~6호 FA 계약이 같은 날 나왔다. 
아직 시장에 13명의 FA 선수들이 남아있지만 지금까지 계약한 6명의 몸값 총액만 482억원에 달한다. KIA와 6년 150억원에 계약을 앞두고 있는 최대어 외야수 나성범까지 더하면 100억원 이상 계약자만 5명이 될 전망. 지난해까지 100억원 이상 FA 계약자가 5년간 총 5명에 불과했지만 올 겨울에는 한 번에 5명이나 대박을 쳤다. 

전준우-오지환 /OSEN DB

2년째 이어진 코로나19 여파로 각 구단들의 관중 수익이 전무하고, 2023년부터 도입되는 샐러리캡 제도로 무분별한 지출이 어려운 상황인데도 FA 광풍이 몰아친 데에는 이유가 있다. 
워낙 좋은 매물들이 시장에 많이 나왔다. 팀 전력을 바꿔놓을 수 있는 대형 FA들이 연쇄 이동하면서 시장에 돈이 쏟아졌다. 사장·단장·감독을 전원 교체한 KIA가 큰손으로 나서면서 시장이 크게 출렁였다. KIA에 나성범을 빼앗길 위기에 처한 NC가 박건우를 데려갔고, 박건우를 놓친 두산이 김재환 잔류에 총력을 기울이면서 도미노 효과를 누렸다. 김현수도 경쟁이 붙자 LG가 최대 6년 계약으로 눌러앉혔다. 
FA 거품 이야기도 나오지만 시장은 생물과 같다. 정해진 가격이란 게 없다. 매년 수요와 공급에 따라 시장 가격이 형성된다. ‘때’를 잘 만난 선수들은 대박 계약으로 큰돈을 손에 쥐지만 시기를 잘못 탄 선수들은 저평가로 박한 대우를 받기도 한다. 
박건우-김재환 /OSEN DB
불과 2년 전 FA 시장에는 매서운 찬바람이 불었다. 긴축 경영에 나선 구단들이 저마다 내부 육성을 외치면서 선뜻 투자에 나서지 않았다. 경쟁이 붙지 않자 FA 시장도 얼어붙었다. 선수 측에선 “구단들이 답합이라도 한 것 아니냐”고 볼멘소리를 할 정도였다. 
당시 FA 시장의 특급 선수로 분류된 롯데 전준우(4년 34억원), LG 오지환(4년 40억원), KIA 김선빈(4년 40억원)은 시장의 큰 관심을 받지 못한 채 원소속팀에 잔류했다. 3명의 몸값을 합쳐 114억원으로 올 겨울 김재환이 혼자 받은 115억원보다 적다. 
2년 전 겨울 유일하게 팀을 옮긴 안치홍(KIA→롯데)이 2+2년 56억원으로 최고액을 받았지만 상호 옵션을 주렁주렁 달아 보장 금액은 21억원이었다. 그해 겨울 FA 총액은 401억2000만원으로 4년 연속 하락 추세를 보이면서 바닥을 쳤다. 
그런데 코로나19가 불어닥친 지난해 446억5000만원으로 FA 총액이 상승 전환됐고, 올해는 5년 만에 700억원대를 바라본다. 2년 전 FA 한파에 시달렸던 전준우, 오지환, 김선빈, 안치홍은 2년간 몸값이 아깝지 않은 활약을 했다. 지금 시장 분위기라면 훨씬 좋은 대우를 받았을 것이다. 지금 FA 광풍을 바라보는 마음이 어떨까. 말하지 않아도 알 것 같다. /waw@osen.co.kr
KIA 시절 안치홍-김선빈 /OSEN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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