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스토브리그가 이상하리만치 과열됐다. 전력 강화를 위해 KBO 리그 구단들이 아낌없이 투자하고 있다. 코로나 19 시국에 적자 운영에 울상짓던 게, 마치 오래전 일처럼 여겨진다.
12월 17일 하루 100억 원대 FA 계약자만 두 명이 나왔다. 오후 1시 두산 베어스가 내부 FA 외야수 김재환과 4년 총액 115억원 FA 계약을 맺었다고 발표했고, 오후 4시에는 LG 트윈스가 내부 FA 외야수 김현수와 4+2년 최대 115억원에 계약을 체결했다고 알렸다.
김현수까지 이번 FA 시장에서 모두 6번째 계약이 이뤄졌다. 지난달 27일 한화 이글스가 내부 FA 포수 최재훈과 5년 54억 원 조건으로 1호 계약을 알린 후 박해민이 정든 삼성 라이온즈를 떠나 LG로 향하면서 4년 60억 원, 박건우가 원소속팀 두산 대신 창원 NC 다이노스행을 택하면서 6년 100억 원 계약이 나왔다.

FA 투수 백정현은 4년 38억 원에 원소속팀 삼성에 남았다. 여전히 FA 시장을 향해 관심은 뜨겁다. 외야수, 투수, 포수, 내야수 등 KBO 리그 정상급 선수들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짚어볼 점은 코로나19 시국에 지난 2시즌 동안 적자 운영을 했다고 울상짓던 구단들이 이번 FA 시장에서 지갑을 활짝 열었다는 것이다.
프로야구 각 구단은 지난 시즌부터 구단 재정에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았다. 무관중 또는 관중 입장 제한으로 수익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각 구단은 100억 원 이상의 적자를 봤다. 10%, 30% 관중 입장 허용은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 오히려 10% 관중 입장 경우에는 그에 따른 인력 운영으로 적자 폭이 더 커질 뿐이었다.
시즌 도중 앓는 소리가 나왔다. ‘허리띠를 졸라맨다’며 울상이었다. 그에 따라 올해 FA 시장이 너무 과열됐다는 비판의 소리가 나오고 있다. 수도권 한 구단 관계자는 “올해 FA 시장이 열리기 전부터 과열될 것 같았다. 너무 과열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17일 기준 FA 6건 계약이 성사되면서 482억 원이 지출됐다. 17일까지는 LG가 내부 FA 김현수와 외부 FA 박해민을 잡으면서 총 175억 원을 투자했다. 가장 많이 썼다. 두산이 115억 원, NC가 100억 원으로 뒤를 이었다.
그런데 아직 FA 시장은 끝나지 않았다. 여전히 대형 계약이 남아 있다. FA 외야 대어 나성범을 비롯해 메이저리그 도전을 종료하고 돌아온 투수 양현종, 삼성 안방을 지키던 포수 강민호, 롯데 자이언츠 핵심이었던 외야수 손아섭, KT 위즈 창단 첫 통합 우승 주역 내야수 황재균과 포수 장성우, 국가대표 4번 타자 키움 히어로즈 박병호 등이 있다.
이들 모두 FA 계약을 완료하면 올해 FA 시장에 쏟아지는 돈만 1000억 원이 넘을 것이라는 전망이 벌써부터 나돌았다.
물론 그만큼 팀 전력에 큰 도움이 될 만한 정상급 선수들이 이번 FA 시장에 많이 몰리기는 했다. 그럼에도 ‘너무 과열됐다, 거품이 심하다’는 부정적인 인식도 엄존한다. 지금까지 100억 원대 FA 계약자만 3명이다. 앞으로 더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다. 역대급이다.
지난 2시즌 동안 관중 수익이 나지 않았다. 게다가 2023년부터는 샐러리캡 제도가 도입된다. 그럼에도 구단들은 아끼지 않고 지갑을 열고 있다. 이해하기 어려운 현상이다. 모기업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단들의 살림살이가 악화됐는데도 지나친 경쟁이 한국 프로야구판을 들뜨게 만들고 있다.
/knightjisu@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