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번째 FA 자격을 행사하면서 여전히 잭팟을 노릴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커리어다. 이 커리어의 정점을 프리에이전트(FA) 200억 선수로 찍을 수 있을까.
올해 통산 6번째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강민호(36)는 다시 한 번 ‘무소속’의 겨울을 맞이하고 있다. FA 자격을 취득하는 순간 엄밀히 소속이 사라지게 된다. 성실하고 건강하게, 그리고 훌륭하게 시즌을 치른 결실이다. 그리고 강민호는 한 번도 취득하기 힘든 FA 자격을 3번이나 취득했다. 지난 2013시즌을 마치고 첫 번째 FA 자격을 얻었고 당시 원 소속팀이었던 롯데와 4년 75억 원의 잭팟을 터뜨렸다. 포수의 가치가 인정 받게 한 선구자였다.
그리고 지난 2017시즌을 끝내고는 4년 80억 원의 계약을 다시 한 번 따냈다. 두 번째 FA 자격을 행사하면서도 기량이 떨어지지 않았고 되려 더 높은 평가를 받았다. 모두가 롯데 잔류를 생각했지만 삼성으로 이적하면서 KBO리그 ‘충격의 이적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그리고 다시 4년이 지났고 3번째 FA 자격을 얻었다. 이미 두 번의 FA 계약으로 155억 원을 받은 강민호는 이제 45억 이상의 계약을 따내면 KBO리그 FA 역사 최초로 200억의 벽을 깨는 선수가 된다. 현재 FA 선수 최고액은 LG 김현수로 2017년 그리고 올해 두 차례의 115억 원 계약으로 총 230억을 훌쩍 넘어섰다. 강민호는 이제 두 번째 200억 FA에 도전한다.
강민호는 올해 123경기 타율 2할9푼1리(406타수 118안타) 18홈런 67타점 OPS .839의 성적을 기록했다. 타석에서의 존재감은 여전했고 기량도 녹슬지 않았다. 특히 홈플레이트 뒤에서 투수들을 이끄는 리더십은 강민호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장점이다. 투수진의 버팀목이라는 것은 수치로 계량화 하기 힘들지만 가치를 더욱 높게 평가받을 수 있는 대목이다.
삼성은 강민호와의 협상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만큼 강민호가 지난 4년 간 팀에 스며든 존재감은 무시할 수 없다. NC와의 트레이드로 주전급 포수인 김태군을 영입했지만 포수 뎁스 강화 차원일 뿐, 강민호의 이탈을 대비한 것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강민호가 삼성에 잔류하면 김태군과 포수 마스크를 번갈아 쓸 전망. 여전히 비중은 높겠지만 이전보다는 체력 부담을 덜면서 타격에 좀 더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이 된다.
다만, 김태군의 합류는 강민호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강민호가 설령 이탈을 하더라도 삼성이 크게 미련을 가지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의미. 구단에 대체 자원이 존재한다는 것은 협상에서 선수 측에 좋은 신호는 아니다. 강민호는 3번째 FA 자격을 얻으면서 FA C등급이 책정됐다. 이적시 보상금만 지불하면 되는데 보상금 역시 7억 5000만원으로 많은 편은 아니다. 이적 문턱은 낮은 편이다.
여전히 ‘포수’ 강민호의 가치는 충분하다. 리그 내 수준급 포수가 귀한 환경이기에 노장 강민호 역시 높은 가치를 지닌 자산으로 평가 받고 있다. 타격 능력은 녹슬지 않았고 포수로서의 역량도 정상급이다. 적절한 체력 안배가 수반이 된다면 더 나은 성적도 가능하다. 롯데와 삼성 모두 강민호의 백업이 마땅치 않았기 때문에 과부하가 생기는 환경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큰 부상 없이 ’금강불괴’의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더욱이 올해 FA 1호 계약 선수였던 한화 최재훈(32)이 5년 54억 원이라는 대형 계약을 체결했다. 나이대가 다르기 때문에 직접적으로 비교하기는 힘들지만 포수에 대한 시장의 평가를 확인했기에 강민호 역시 그에 걸맞는 계약을 따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협상이 장기화되고 있다. 또한 최재훈을 시작으로 올해 FA 시장이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과열되는 시장 속에서 시간은 과연 강민호의 편이 될까. 그리고 FA 역사에 200억 원을 받는 선수로 역사에 이름을 남기게될까. /jhrae@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