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만남? 외인 감독 실패...9위 KIA 대수난 [2021 충격2️⃣]
OSEN 이선호 기자
발행 2021.12.21 17: 16

KIA 타이거즈에게 잊고 싶은 2021시즌이었다.
144경기를 마치고 손에 쥔 성적은 9위였다. 외형적으로는 이적과 부상 등 전력의 유출이 컸다. 선발진을 이끄는 핵심 투수들과 중심타자들이 제몫을 못했고, 결과적으로 투타의 붕괴로 이어졌다. 10승 투수도 없었고, 20홈런 타자도 없었다. 내세울만한 투타의 지표가 없었다. 순위가 모든 것을 말해주었다. 
새해 초 부터 전력 이탈이 있었다. 토종 에이스 노릇을 했던 양현종은 2월 초 두 번째 FA 자격을 얻어 텍사스 레인저스와 스플릿 계약을 맺고 이적했다. 마운드의 기둥이 뿌리채 뽑힌 것이나 다름없었다. 스프링캠프 초반까지도 결정을 못한 양현종을 기다리다 다른 FA 보강 시기를 놓쳤다. 

맷 윌리엄스 감독이 선수들과 미팅을 하고 있다./OSEN DB

시즌 중에는 새로운 외국인투수 다니엘 멩덴이 굴곡근 부상으로 두 달 가깝게 이탈했다. 볼도 압도적이지 않는데다 선발 로테이션에 구멍까지 냈다. 에이스로 기대를 모았던 애런 브룩스도 같은 부상으로 한 달 빠졌다. 브룩스는 전반기 막판 위력투를 펼쳐 희망을 안겼다. 그러나 후반기를 앞두고 대마초 성분이 포함된 전자담배를 해외직구로 구입한 사실이 드러나 전격 퇴출됐다. 선발의 힘이 너무 약했다.
타선도 마찬가지였다. 간판타자 최형우가 초반 컨디션을 끌어올리지 못했고 망막질환과 허벅지 부상으로 두 번이나 자리를 비웠다. 104경기 출전에 타율 2할3푼3리, 12홈런, 55타점에 그쳤다. 2020시즌 3할-30홈런-100타점-100득점을 기록했던 프레스턴 터커도 폭망했고, 나지완은 데뷔 이후 최악의 부진을 겪었다. 류지혁, 김태진. 김호령, 이창진도 부상에 시달리며 풀타임을 못했다. 
윌리엄스 감독과 애런 브룩스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OSEN DB
특히 맷 윌리엄스 감독은 지도력에 한계를 드러내며 2년 만에 짐을 쌌다.  2019시즌을 마치고 7대 사령탑으로 당당히 부임해 새바람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2020시즌 5위 싸움을 벌이다 7위로 마쳤다. 처음 경험하는 KBO 리그에 적응하는 시간이었다. 나지완과 최원준의 활약을 이끌어내는 등 수완도 발휘하는 모습이었다. 워싱턴 내셔널스 감독으로 '올해의 감독상'을 수상한 능력이 빛나는 듯 했다. 
그런데 2021시즌을 준비하는 출발선부터 전략이 틀어졌다. 2020시즌을 마친 직후 가을 마무리 훈련을 사실상 없앴다. 치고 던지고 달리고 잡는 등 한참 훈련이 필요한 성장기의 젊은 선수들이 기술 훈련을 못했다. 대신 개인별로 맞춤형 체력프로그램을 쥐어주었다. 2월 스프링캠프의 훈련량도 예년보다 훨씬 적었다. 부상방지를 위한 목적이었다. 
처음으로 펼치는 국내 스프링캠프는 집중력이 떨어졌다. 여기에 궃은 날씨가 잦아 옥외 훈련량이 절대적으로 적었다. 그라운드에서 방망이를 치고, 수비훈련을 하는 모습이 어색할 정도였다. 투수들도 투구수를 철저하게 관리했다. 신인 이승재가 라이브피칭 이후 추가 투구를 하자 불펜으로 달려가 막을 정도였다.
몇몇 선수들이 "훈련량이 적은 것 같다"며 우려를 표시했다. 그 여파는 고스란히 개막 이후에 성적으로 나타났다. 투수들은 제 구위가 아니었고, 타자들의 스윙도 신통치 않았다. 4월에는 장현식과 정해영 불펜투수들이 경기를 지켰지만, 5월부터 전력의 한계가 드러나며 와르르 무너졌고, 꼴찌까지 내려앉았다.
마무리 정해영과 필승맨 장현식이 승리후 기쁨을 나누고 있다./OSEN DB
윌리엄스 감독은 브룩스와 멩덴을 무리하게 나흘 간격으로 돌리다 철회했고, 터커의 1루수 변신은 타격까지 망가지는 역효과를 냈다. 세이브 기회가 왔는데도 마무리 투수를 기용하지 않고, 장현식의 사흘 4연투의 무리수도 있었다. 더 빠른 선수가 있는데도 다른 선수를 대주자로 내세웠다. 한국식 기동력과 작전야구 등 스몰볼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엔트리를 폭넓게 활용하지도 못했다. 특정 선수를 계속 기용하는 경직성을 보였다. 5강 탈락이 확정됐는데도 경직성은 변함이 없었다. 회생 불가능한 터커를 계속 기용하다보니 다른 젊은 타자들의 성장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2군에서 홈런포를 날리던 좌타거포 김석환은 1군행 기회를 얻지 못하다 시즌 막판에야 콜업했다. 결국 윌리엄스 감독은 시즌을 마친 다음 날(11월1일) 계약기간 1년을 남기고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물론 윌리엄스 감독도 불가항력 부분은 있다. 외부 FA 등 전력보강이 되지 않은데다 안치홍 롯데 이적, 양현종 미국행 등 전력 이탈이 컸다. 또 2년 연속 자리를 비운 에이스 브룩스 리스크 등 불운까지 겹쳤다. 그러나 팬들이 기대했던 새 바람, 새 야구를 보여주지 못한 것은 분명했다. KBO 야구에 대한 적응과 대응이 부족했다. KIA에게는 잘못된 만남이었다. /sunn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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