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 원년부터 참가하며 40년 역사를 자랑하는 롯데 자이언츠. 그러나 40년 역사에서 벌써 20번째 감독이 부임했다. 2년에 한 번꼴로 감독이 교체되는 굴욕의 역사를 갖고 있다. 20번째 감독은 올해 부임했다. 또 한 번 감독 교체로 인한 혼란의 과정을 수습하느라 1년을 허비했다는 비난은 피할 수 없다.
롯데의 2021시즌은 5월 11일을 기점으로 나뉜다. 지난해부터 사령탑을 맡았던 허문회 전 감독을 경질했다. 구단 운영 방향성에서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는 이유였다. 지난해부터 성민규 단장과 허 전 감독 사이의 갈등에서 비롯된 불편한 동거가 끝났다.
성 단장과 허 전 감독 모두 유화된 제스처를 취하면서 수뇌부는 현장 리더십을 재신임했다. 지난해 갈등설로 1년을 피곤하게 보냈던 만큼 올해는 다를 듯 했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본 결과 다르지 않았다. 의견 대립은 여전했고 프런트와 현장의 운영 방향은 너무나 확고해서 영원히 좁힐 수 없는 평행선이 됐다. 이미 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난 상황이었고 더 이상 의견 차이를 좁힐 수 없었다면 시즌 전에 변화를 주는 것이 더 낫지 않았냐는 분석도 나왔지만 롯데는 또 다시 뒤늦게 결단을 내렸다.

30경기 시점에서 12승18패, 최하위로 쳐진 상태에서 허문회 전 감독 대신, 퓨처스팀 감독이던 래리 서튼 감독이 정식 감독으로 부임했다. 1군 사령탑으로 어느 정도 생각했던 인사였고 구단의 운영 방향성을 현장에 이식시킬 수 있는 인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뇌부가 구상한 청사진을 현장의 서튼 감독이 완성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최하위에 처진 성적을 단기간에 반등 시키지 못했다. 부임과 함께 젊은 선수들의 1군 활용 가능성을 점진적으로 테스트 하려고 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그동안 휴식을 취하지 못했던 베테랑 선수들이 대거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강제 리빌딩’ 모드가 만들어졌다. 시즌 중에 벌어진 혼란스러운 상황을 수습하며 부상 리스크까지 관리해야 했다. 본래 계획했던 방향성을 재정립 하는데 예상보다 더 오랜 시간이 걸렸다. 서튼 감독 부임 이후 5월 15경기 성적은 3승11패 1무에 머물렀다.
6월부터 ‘서튼호’는 점전직으로 도약했다. 6월 15승11패, 7월 3승4패를 기록하며 올림픽 휴식기를 맞이했다. 베테랑 선수들이 돌아왔고 김민수, 추재현, 김재유, 나승엽, 신용수 등의 선수들이 점진적으로 1군에 안착하기 시작했다.
본격적인 반등은 올림픽 휴식기 이후였다. 약 3주 가량의 기간을 스프링캠프처럼 보냈다. 한여름의 땡볕 아래에서 스프링캠프급 훈련량을 소화했다.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이전보다 나아졌고 팀 컬러 역시 끈끈해졌다. 불펜진을 바탕으로 지키는 야구가 되면서 중위권 도약, 나아가 5강 진출을 꿈꿨다.
허황된 꿈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미 벌어져있던 간격이 너무 컸다. 간격을 좁히려다가 롯데는 지쳤다. 후반기 막판, 올림픽 휴식기와 슬판 파문으로 미뤄졌던 경기들을 치르느라 7주 연속 더블헤더 등 혹독한 일정을 소화했고 페이스는 떨어졌다. 4년 연속 가을야구 실패였다.
그럼에도 서튼 감독 체제 아래에서 롯데는 유의미한 성적의 변화를 확인했다. 5월 부임 이후와 7월을 제외하면 6월과 8~10월 모두 5할 이상을 마크했고 서튼 감독이 올해 거둔 승률 역시 53승53패8무로 5할 승률을 정확히 찍었다.
베테랑과 신진급 선수들의 조화, 세밀한 야구의 정착으로 서튼 감독 만의 야구 색깔이 조금씩 드러났다. 그러나 서튼 감독만의 색깔을 찾기까지 또 1년의 시간을 허송세월했다. 방향성 재정립을 명분으로 또 감독을 교체하고 1년을 허비한 것은 면죄부가 되지 못한다. 프로야구 1군의 결과는 언제나 성적 지향적이어야 하는 환경이기 때문.
이제 롯데는 서튼 감독과 더 높은 곳을 바라본다. 당초 계약기간은 내년까지였다. 하지만 2023년까지 1년 더 계약기간을 연장하며 구단 운영의 연속성과 방향성을 이어가려는 의지를 천명했다. 과연 굴욕의 대가를 또 다시 치렀던 2021년을 뒤로하고 2022년은 달콤한 결실을 맺을 수 있을까. /jhrae@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