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시즌 LG 트윈스의 시무식 때였다. 새로운 시즌을 앞두고 김현수는 또다시 주장 중책을 맡았다. 김현수는 “올해는 오지환이 맡을 줄 알았는데 내가 2년 연속 맡게 됐다”고 말했다. 오지환은 이에 대해 “내가 주장을 맡으면 시끌벅적할 거 잖아요”라며 “현수 형이 계속 주장했으면 좋겠다고 부탁했다”고 자신의 처지를 에둘러 말했다.
당시만 해도 오지환은 2018년 아시안게임 국가대표 출전 이후 억지 비난이 여전히 따라다니고 있었다. LG 선수단 내에서 주장을 맡을 정도의 위치가 됐지만, 주장으로 전면에 나서는 것은 부담됐다. 주장이 되면 언론에도 자주 노출되는 존재가 된다.
그리곤 2년이 흘렀다. 오지환은 올해 열린 2020 도쿄올림픽 국가대표로 출전해 빼어난 활약을 하며 과거 국가대표와 관련된 비난을 말끔하게 만회했다. 비록 대표팀이 동메달 획득에 실패했지만, 오지환은 대표팀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대표적인 선수였다.

LG는 21일 2022시즌 트윈스의 주장으로 오지환이 선임됐다고 밝혔다. 오지환은 “책임감은 무겁지만 감독님께서 믿고 맡겨 주신 만큼 감사하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겠다. 지난 3년간 현수 형한테 좋은 모습을 많이 배웠고, 주장으로서 항상 소통하고 솔선수범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2년 전 오지환은 “현수 형이 주장을 맡고서 (팀이) 많이 달라졌다. 잔소리가 많다는 말을 하지만, 도움이 되는 부분이 훨씬 많다. 바꿔 놓은 것도 많다”며 “어려운 시절부터 겪은 경험과 운동하는 자세, 준비 과정, 마음가짐 등 배울 것이 많다”고 했다.
김현수가 3시즌 동안 주장으로서 팀을 이끌었던 것을 바로 옆에서 보고 배웠다. 오지환은 “내년 시즌에는 우리 선수단이 하나가 되어 팬들에게 더 밝은 모습을 많이 보여드리겠다”고 약속했다. 오지환 스스로도 성숙된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
오지환은 2020시즌을 앞두고 4년 40억원 FA 계약을 했다. 지금 FA 시장과 비교하면 헐값 얘기가 나올 정도. 절반인 2년이 지났다. 지난해 타율 3할 10홈런 71타점 95득점 20도루 OPS .823을 기록했던 그는 올해 타율 2할5푼4리 8홈런 57타점 62득점 12도루 OPS .691로 모든 스탯이 떨어졌다. 주장의 임무와 함께 개인 성적도 반등시켜야 한다.
류지현 감독은 “오지환은 항상 팀을 위한 열정과 희생이 강한 선수이고 팀 내 선후배들이 믿고 따르는 리더십을 가지고 있다. 오지환이 주장으로서 팀의 중심을 잘 잡아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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