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양현종이 타이거즈 프랜차이즈 스타로서 예우도, FA 계약에서 실리도, 그리고 KIA 팬심까지 모두 놓칠 처지가 됐다.
양현종은 1년 간의 미국 도전이 실패로 끝나고 한국으로 복귀했다. 마이너리그 계약으로 미국에 진출, 꿈의 빅리그 무대를 밟았으나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에서 단 1승도 거두지 못했다.
한국으로 복귀한 양현종은 KIA로 돌아올 뜻을 밝혔고, KIA도 이를 반겼다. 전임 조계현 단장과 교감을 나누다, KIA가 시즌 후 사장, 단장, 감독을 동시에 경질하면서 대개혁에 들어갔다. 이후 장정석 신임 단장이 11월말 취임한 후 양현종과 협상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지난 14일 협상이 결렬된 후 양현종의 “서운하다”는 발언이 알려진 뒤 KIA 팬심은 급격히 돌아섰다. 에이전트는 다른 선수인 나성범과 비교하는 발언까지 했다. 그동안 양현종을 응원하던 팬심이 돌아선 시점이었다.
양현종이 KIA에서 이룬 것이 많지만, KIA는 내년 35세 투수와 4년 장기 계약의 불안요소를 옵션으로 내건 것이 계약의 걸림돌이 됐다. 협상이 이어지면서 제시안이 수정됐고, 보장액이 50억원 수준이고 최대 100억대 계약 규모로 알려졌다. 여전히 옵션 금액을 놓고 이견은 좁혀지지 않았다.
한 차례 파동을 일으킨 후 양현종은 16일 구단 사무실을 찾아가 장정석 단장, 김종국 감독을 만나서 서로 오해를 풀었다고 했다. 그리고 22일 양현종이 직접 협상 테이블에 앉아 최종 제시안을 두고 협상을 이어갔다.
선수가 직접 협상에 나왔다는 것, 앞서 서로 오해를 풀었다는 점 그리고 22일 오전부터 오후까지 마라톤 협상이 이어지면서 계약 발표를 기대했다. 하지만 KIA 구단은 계약 오피셜이 아닌 협상 결렬 소식을 전했다.
KIA는 “서로 의견을 주고 받으면서 공감대를 형성했으나 합의에 이르지는 못했다. 구단은 최종안을 제시했고, 양현종 측이 '조금 더 고민할 시간을 달라'고 요구하면서 협상을 마무리했다”고 밝혔다. KIA팬들은 허탈한 나머지, 다른 팀으로 떠나도 괜찮다는 반응까지 보였다.
KIA가 협상에서 후려치기를 한다기 보다는 옵션으로 안전장치를 한 것을 이해하는 여론이 다수였다. 선수는 자존심이 상할 수도 있지만, 실력으로 100억대 금액을 모두 받아내면 된다. 무엇보다 이미 KIA와 계약 합의를 이룬 나성범의 오피셜 발표가 늦어져 KIA팬들은 비난의 화살을 양현종으로 향했다.
KIA는 팀으로 다시 돌아오는 양현종과 먼저 계약하는 것으로 프랜차이즈 스타 예우를 해주려 했다. 협상이 난항을 겪으면서 나성범 오피셜은 무기한 기다려야 했다. KIA팬들은 매일 나성범 계약 발표를 기대했고, 협상을 접은 NC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지켜봐야 했다.
결국 KIA는 22일 양현종과 협상에서 합의에 이르지 못하자, 23일 나성범과의 FA 계약(6년 최대 150억원)을 먼저 발표했다. KIA는 양현종 예우를 위해 나성범의 계약 발표를 더 이상 기다려주지 않았다. KIA는 나성범과 12월초 이미 계약에 합의한 상태였다.
KIA의 최종 제시안도 보장 금액과 옵션 금액이 비슷한 규모로 보인다. 양현종의 바람대로 보장액이 많이 늘어나지는 않았다. 한 달 가까이 협상을 끌어왔지만, KIA의 최종 제시안을 받아들여야 하는 양현종은 실리도 챙기지 못할 것이다.
그렇다고 다른 팀과 협상으로 돌파구를 찾을 수도 없다. 보상금액만 무려 46억원, 양현종 영입에 관심을 갖는 팀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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