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들의 바람 속 재데뷔한 가수 양준일이 이젠 팬들과 등지고 있다. 양측의 신경전이 법정 다툼으로 번질 듯하다.
1991년 데뷔한 양준일은 시대를 앞서간 탓에 이렇다 할 인기를 얻지 못하고 미국으로 돌아갔다. 그러다가 유튜브 등을 통해 ‘비운의 ‘가수’, 탑골 GD’로 재조명됐고 지난 2019년 말 JTBC '투유 프로젝트-슈가맨3'에 나와 신드롬 급 인기를 얻었다.
지난해 1월 열린 팬미팅에서 그는 1992년 1집 활동 이후 미국으로 돌아가야 했던 순간, 팬들에게 썼던 편지를 언급하며 “팬이란 일방적으로 열렬하다는 뜻인 것 같다. 나를 아끼시는 분들을 친구라고 불러보고 싶다. 음악을 통해 서로 호흡을 같이 할 수 있다는 건 서로 팬의 관계여야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런 양준일에 팬들은 아낌없는 사랑과 응원으로 화답했다. 그가 MBC ‘쇼! 음악중심’을 통해 재데뷔 무대를 갖자 팬들은 “기다렸어 양준일, 어서와요 양준일, 그리웠어 양준일, 함께해요 양준일, 출구없어 양준일, 출국금지 양준일” 등의 응원구호로 화답했다.

그런데 이들 사이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일찌감치 이혼과 재혼, 고등학생 딸이 있다는 루머 때문에 팬들의 마음이 상했고 양준일은 오락가락한 해명 끝에 결국 현 부인과 재혼한 상태는 맞지만 고등학생 딸은 전 부인이 다른 사람과 결혼해 낳은 것이라고 털어놨다.
특히 포토북과 팬미팅 고가 논란이 컸다. 팬들 사이에서 출간된 포토북이 내용에 비해 8만 원이라는 가격은 비싸다는 볼멘소리가 나왔고 내년 1월 앞둔 팬미팅 가격이 IP석 16만 원, R석 13만 원으로 책정되자 분노를 터뜨렸다. 그동안 양준일이 팬들을 호구로 생각했다는 울분이었다.
여기에 여성을 중고차에 비유한 발언, 포토북 표절 논란 등도 도마 위에 올랐다. 최근에는 포토북 구매할 때 차명계좌로 입금을 해야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탈세 의혹이 일었다. 과거 출입국 관리사무소로부터 비자 연장을 거부 당해 미국으로 건너갔다는 발언 또한 진위 논란에 휩싸였고 1인 기획사로 운영 중인 지금의 회사가 불법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인상적인 건 이러한 논란 제기를 양준일의 팬이었던 이들이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고가의 팬미팅을 앞다투어 취소하는가 하면 국민신문고를 통해 탈세 의혹 등의 민원을 제기한 걸로 알려졌다. 디시인사이드 양준일 9119 갤러리에는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과거 팬들이 많다.
반면 양준일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한 매체 인터뷰를 통해 반박 증거가 다 있다며 “나를 괴롭히고 싶어 하는 것 같다. 안티들은 나를 욕 먹이려는 게 목적인 것 같다. 허위 사실을 얘기한 것에 대해 법적으로 책임을 물을 예정”이라고 반박했다.
돌아선 팬들이 가장 무서운 법. 자신을 소환한 팬들과 싸우게 된 양준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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