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아섭(NC)이 정들었던 롯데 팬들에게 고맙고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지난 24일 NC와 4년간 최대 총액 64억 원(계약금 26억 원, 연봉 30억 원, 인센티브 8억 원)에 FA 계약을 마친 손아섭은 이날 밤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진심을 가득 담은 장문의 편지를 공개했다.
손아섭은 "제가 34년간 살아오며 가장 어려운 결정을 하게 되어 글을 쓰게 됐다. 15년의 프로 생활 동안 오늘이 가장 마음이 무거운 날"이라고 운을 뗐다.
"제가 사랑하는 롯데를 떠나겠다는 결정을 한 순간 가장 먼저 떠올랐던 건 제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팬 여러분들이었다"는 게 손아섭의 말이다. 그는 "24년 전 양정동 뒷골목에서 처음 야구공을 손에 쥐던 순간부터 제 꿈은 롯데 자이언츠 유니폼을 입는 것이었다. 그랬기에 드래프트 되던 날 떨리는 맘에 잠을 이루지 못했고 떨리는 손으로 그토록 꿈꾸던 롯데의 유니폼을 받았다"고 했다.

롯데 선수들이 뛰는 모습을 보면서 야구 선수의 꿈을 키웠던 그는 "제가 처음 사직구장 타석에 섰던 2007년 봄을 잊지 못한다.
손광민이었던 20살의 어린 제게 응원을 보내주시던 팬 여러분들의 목소리 하나하나가 아직 생생하다"고 옛 기억을 떠올렸다. 이어 "아무것도 모르고 그저 부족하기만 했던 가진 건 패기밖에 없던 제가 첫 안타를 치고 첫 득점을 하고 첫 홈런을 치고 저 손아섭의 그 모든 순간순간에는 소중한 팬 여러분들이 계셨다"고 했다.

팬들의 존재는 손아섭이 뛸 수 있었던 원동력과 같았다. 그는 "제가 타석에 들어설 때마다 불러주셨던 응원가에 힘을 얻어 제게 던져졌던 수만 개의 공들 중 어느 하나도 허투루 보낼 수 없었다"면서 "제가 너무나도 힘들고 야구를 그만두고 싶었던 순간에도 팬 여러분들 덕분에 다시 일어날 수 있었다"고 공을 돌렸다.
이어 "그렇기에 너무나도 감사드린다. 몇 번이고 고개 숙여 감사함을 표해도 모자랄 거다. 팬 여러분들의 질타는 제 맘을 다시 잡을 수 있게 도와주셨고 팬 여러분들의 응원은 저를 한 발짝 더 뛰게 했다"면서 "이러한 편지 한 통으로 팬 여러분들께서 제게 주신 것에 보답하지 못한다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지만 저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전달하고 싶다"고 진심을 전했다.
손아섭은 "부산에서 나고 자라 평생 부산을 떠나본 적 없는 저였기에 다른 유니폼을 입은 제 모습을 쉽게 상상하지 못했다. 그랬기 때문에 이 글을 올리는 지금도 실감은 잘 나지 않는다"면서 "팬 여러분들게 말씀드렸던 '롯데를 우승시키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떠나게 되어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손아섭은 마지막으로 "그 어디에서도 그 언제까지라도 보내주셨던 성원과 응원 한마디 한마디 모두 평생 가슴 속에 품고 잊지 않으며 새로운 저의 팀 NC 다이노스에서 인사드리겠다. 사랑하는 팬 여러분 미안하고 고맙다"고 글을 마쳤다. /what@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