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자로 해보자" 10년 전, 'FA 150억' 나성범을 예고한 스승의 혜안
OSEN 이선호 기자
발행 2021.12.26 13: 02

만일 그대로 투수였다면? 
FA 최대어 거포 나성범(32)이 6년 150억 원의 초특급 대우를 받고 KIA 타이거즈에 입단했다. FA 역대 최고액 타이기록을 세우며 프로야구 선수로 대성공을 거둔 것이다. 나성범은 투수에서 타자로 전향해 성공한 흔치 않는 케이스이다. 여기에는 스승의 혜안이 있었다.  
나성범은 진흥고를 졸업하고 2008년 LG 트윈스의 2차 4번 지명을 받았으나 프로행을 포기하고 연세대에 진학했다. 연세대에서는 150km를 넘기는 좌완 에이스로 활약했다. 대학 최고의 투수로 스카우트들의 높은 주목을 받으며 NC 2차 1번(10순위)으로 지명을 받았다.

KIA 타이거즈와 FA 계약한 나성범./KIA 제공

가을훈련에 합류하자마자 김경문 초대 감독의 부름을 받았다. 이 자리에서 김 감독은 "타자로 해보자"며 설득했다. 이미 언론을 통해 "성범이는 투수보다 타자가 낫다"고 말한 바 있다. 투수이니 당연히 어깨는 강하고 발도 빠른데다 타자로서 대성할 재능을 발견한 것이다. 
나성범도 언론보도를 통해 감독의 의중을 알았다. 그러나 투수로 살아왔는데 갑자기 타자를 하라니 처음에는 이해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나성범은 "왜 타자로 해야 되지라고 생각했다. 투수만 생각했다. 형(타자 나성용)과 배터리도 꿈꿨다. 그러나 감독님 말씀을 듣고 면담을 계속하면서 생각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이어 " ‘감독님께서 나를 이렇게까지 생각해주시는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선수들 중에 나를 딱 꼽아서 ‘키워보겠다’고 말씀해 주신다는 게 참 감사했고, 나에게 좋은 기회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가능성을 믿어주셔서 타자 전향을 결심했다"고 당시 구단 인터뷰에서 말했다. 
2012년 새해 첫 공식훈련에서 NC 김경문 감독이 나성범의 타격자세를 교정하고 있다. 나성범은 김경문 감독의 추천으로 투수에서 타자로 전향했다./OSEN DB
나성범의 타자 전향은 선수나 팀에게 신의 한수가 되었다. 나성범은 창단 첫 해 퓨처스리그에서 타율 3할3리, 16홈런, 67타점, 29도루를 가능성을 보였다. NC가 2013시즌 1군에 진입하면서 데뷔했고 타율 2할4푼3리에 그쳤지만 14홈런 64타점 OPS .735를 기록했다.  
2013시즌 적응기는 2014시즌 대폭발로 이어졌다. 타율 3할2푼9리, 30홈런, 101타점, OPS .997로 급상승했다. NC의 간판타자이자 리그의 대표적인 좌타 거포로 자리를 잡았다. 어깨좋고 발빠른 5툴 야수라는 평가가 이어졌다. 이후 간판타자로 든든하게 활약했다. 2020시즌과 2021시즌 연속 30홈런 100타점을 기록하며 역대 최고액 대우를 받아 고향으로 돌아왔다. 
타자전향 3년만에 리그 최고의 타자로 발돋음할 정도로 천재성이 있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엄청난 노력을 했을 것이다. 근성과 성실함, 야구에 대한 진지한 자세로 만들어낸 성공이다. 나성범이 만일 그대로 투수로 뛰었다면 어떤 성적을 냈을까? 부질없는 질문이지만 김경문 감독의 혜안이 지금의 나성범을 만들었다는 점은 분명한 것 같다. /sunn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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