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뿔난 팬심의 비난’ 롯데-한화, 한국형 리빌딩 성공시킬까…인내력이 문제다
OSEN 한용섭 기자
발행 2021.12.28 03: 21

 2022시즌을 앞둔 KBO리그의 스토브리그는 화끈하다.
A급 외야수들이 넘쳐난 FA 시장은 877억원의 돈다발이 풀리며 역대 FA 시장 최고액을 손쉽게 경신했다. 4명 남은 미계약 FA 선수들이 모두 계약을 마치면 사상 최초의 1000억원 시장도 가능할 전망이다.
SSG가 내년 시즌을 마치면 FA가 되는 한유섬, 박종훈, 문승원과 5년 다년 계약으로180억원을 투자하면서 실질적으로 1000억원을 이미 넘어섰다.

롯데와 한화 선수단. /OSEN DB

# FA 영입에 소극적인 롯데와 한화
그러나 올 시즌 하위권이었던 롯데 자이언츠와 한화 이글스는 FA 광풍에 비켜서 있다. FA 영입은 전력 보강의 가장 좋은 방법이다. 롯데와 한화 팬들은 성적 부진에도 FA 투자에 소극적인 팀을 향해 아쉬움과 비난을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일부 팬심은 과격할 정도다.
한화는 내부 FA 최재훈과 5년 54억원에 계약을 하고 FA 시장에서 철수했다. 수베로 감독이 최우선 순위로 당부한 주전 포수 최재훈은 확실한 대우로 붙잡았다. 공격력을 갖춘 외야수 영입에 관심을 갖기도 했지만, 수베로 감독 체제에서 투수와 수비 쪽에 중점을 둔 리빌딩 노선을 이어가고 있다.
롯데는 팀내 FA 손아섭을 ‘부경 라이벌’ NC로 떠나보냈다. NC는 손아섭을 4년 최대 64억원에 영입했다. 롯데에서 15년을 뛰며 최연소, 최소경기 2000안타를 달성한 프랜차이즈 스타 손아섭이 다른 팀도 아닌 옆 동네 NC로 이적한 것은 롯데팬들에게 충격이었다. 2018시즌 부터 강민호, 황재균, 손아섭이 차례로 롯데를 떠났다.
# 정민철 단장과 성민규 단장
2019년 9월 성민규 단장이 부임한 롯데, 2019년 10월 정민철 단장이 부임한 한화는 닮은 꼴 행보를 보이고 있다.
비대한 선수단 몸집 줄이기, 2군 육성 시스템 강화, 유망주 육성 등에 중점을 두고 있다. FA 쇼핑으로 단기간 전력을 끌어 올리려는 시도는 자제하고 있다. 팀내 FA와 재계약을 하거나 필요한 선수는 오버페이가 아닌 합리적인 가격으로 영입을 시도한다.
반드시 ‘투자=우승’이 아니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기 때문이다. 일부 A급 선수에게 편중된 고액 연봉으로 팀 페이롤이 급격히 올라갔지만, 성적에서는 실속이 없었다.
한화도 롯데도 FA에 미친듯이 투자를 한 적이 있었다. 한화는 2016년 팀 연봉 103억 1800만원으로 처음 100억대를 돌파하며 10개 구단 1위였다. 2017년에는 106억 1300만원으로 더 늘어났다. 결과는 김성근 감독까지 고액 연봉으로 영입했지만, 7위-8위로 끝났다.
한화가 2007년 이후 11년 만에 ‘가을야구’에 진출했던 2018년 팀 연봉은 89억 9900만원으로 리그 3위였다. 마무리 정우람을 제외하곤 저연봉 선수들이 주축이었던 불펜진의 버닝 시즌이 3위를 차지하는데 가장 큰 원동력이었다.
롯데는 팀 연봉이 2018년 101억 1200만원, 2019년 103억 4500만원, 2020년 91억 5100만원으로 3년 연속 100억대였다. 연봉 순위 2위-1위-1위였는데, 팀 성적은 7위-10위-7위였다. 이대호(2017년 4년 150억원), 손아섭(2018년 4년 98억원), 민병헌(2018년 4년 80억원) 등 몇 명 선수의 고액 연봉. 반면 포수진은 1군 경험자도 거의 없었고, 내야와 불펜은 불안불안한 전력, 불균형의 극대화 상황이었다.
2021시즌 팀 연봉에서 롯데는 54억원으로 8위, 한화는 44억 1700만원으로 10위였다. 선수단 몸집은 확실하게 줄여놨다.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고 믿는다. 
롯데는 트레이드, 신인 지명으로 유망주를 차곡차곡 모으고 있다. 여전히 잠재력이 터지지 않는 윤성빈도 있지만 한동희, 최준용 등 1군에 정착하는 선수도 있다. 한화는 노시환, 정은원이 내야 주축으로 자리잡고, 외야는 시행착오를 겪으며 계속해서 옥석가리기를 하고 있다.
KBO 실행위원회에서 한화 정민철 단장(왼쪽)과 롯데 성민규 단장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OSEN DB
# 그들만의 리빌딩
KBO리그는 30개 구단이 경쟁하는 메이저리그처럼 탱킹에 의한 리빌딩은 힘들다고 한다. 수준급 유망주들을 뽑는다해도 모두가 곧바로 이정후, 강백호처럼 되는 것은 아니다. 마이너리그 3~4단계가 있는 미국과 달리 KBO리그 2군은 신인들이 출발 과정부터 혼란을 겪고 잠재력이 봉인 될 수도 있다.
리빌딩 자체에 반대하는 의견도 있다. 국내 선수들이 리그 평균 정도만 되어도, 외국인 선수 3명을 잘 뽑으면 5강 싸움을 할 수 있다. 10개팀 중 5개팀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리그, 성적과 함께 팀의 체질을 개선해 나갈 수도 있다. 성적을 포기하다시피 하고 리빌딩을 하는 팀에 팬들은 인내를 갖고 기다리기 쉽지 않다.
어쨌든 롯데와 한화는 팀의 방향성을 리빌딩(혹은 리툴링) 쪽으로 잡고 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팀의 체질을 리셋 단계로 만들어 다져간다. 토종 선발진과 불펜진 완성으로 투수력을 최우선적으로 키우고, 수비와 공격으로 전력을 높이면 반짝 시즌이 아닌 지속적인 강팀이 될 수 있다.
당장은 효과가 나오지 않겠지만, 2군 시스템와 육성 프로그램을 정착시켜놔야 장기적으로 꾸준히 선순환이 이뤄진다. 지난 2년간 롯데와 한화(몇 년 더 일찍 시작)는 내부적으로 확고한 방향(프로세스)을 잡고 진행하고 있다.
문제는 시간과 인내력이다. 모기업에서 당장 한 해 성적에 일희일비 하지 않고 현재 구단의 방향을 지지해줘야 한다. 야구 경험이 없는 임원으로 야구단 프런트를 바꾼다면 그동안 이뤄온 과정은 허사가 될 것이다. 2~3년 성적이 안 좋다 해서 갑자기 팀 운영을 바꾼다면(FA 오버페이 영입), 돈은 돈대로 쓰고 팀 순위는 크게 변화없는 과거를 되풀이할 수 있다. 
팬들도 마찬가지. 자신이 응원하는 팀이 하위권에 있는 것이 괴롭겠지만, 어쩌랴. 응원팀을 바꾸지 않는 한, 애증(愛憎)을 갖고 건전한 비난을 하면서 응원하는 수 밖에. /orang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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