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0년간 ‘최저 연봉’으로 우승했다, ‘박병호 사 주세요, KS 2연패 해야죠’
OSEN 한용섭 기자
발행 2021.12.29 03: 22

 정상에 오르는 것 보다 지키는 것이 힘들다고 했다.
창단 첫 우승을 차지한 KT 위즈는 내년 정상 자리를 지키고, 한국시리즈 2연패를 위해서는 전력 보강이 필요하다. KT는 우승 포수 장성우(31), 주장 황재균(34)과 FA 계약을 마무리 했다.
KT는 지난 20일 장성우와 계약기간 4년 총액 42억원(계약금 18억원, 연봉 20억원, 옵션 4억원)에 FA 계약을 발표했다. 27일에는 이적 가능성이 있던 황재균과 계약기간 4년 총액 60억원(계약금 25억원, 연봉 29억원, 옵션 6억원) 계약으로 붙잡는데 성공했다. 2018시즌을 앞두고 KT와 4년 88억원 계약으로 KT맨이 된 황재균은 다시 한 번 더 4년 계약을 하며 KT에서 선수 생활을 마무리할 전망이다.

FA 박병호. /OSEN DB

그런데 외부 영입이 아니라 현재 전력 유지다. 오히려 지금까지는 전력 공백이 있다. 은퇴로 빠진 자리가 있고, 주축 베테랑은 나이가 한 살 늘어난다.
올해 리그 최고령 선수였던 유한준이 우승과 함께 은퇴했다. 유한준은 104경기에서 출장해 타율 3할9리(282타수 87안타) 5홈런 42타점 OPS .827을 기록했다. 잔부상과 컨디션 조절을 위해 출장 기회가 줄었지만, 중심타선에서 마지막까지 무게감을 실어줬다. 한국시리즈에서 결정적인 호수비로 영웅이 된 박경수(37)는 내년 더 노쇠화 될 것이다. 박경수는 올해 118경기에 출장해 타율 1할9푼2리 OPS .648로 부진했다.
공격력 보강을 위해서, 유한준이 빠진 지명타자 자리에 딱 맞는 FA가 있다. 홈런왕 출신 박병호(35)가 아직 미계약 FA로 남아 있다. 박병호의 커리어는 설명이 따로 필요없다. 다만 최근 2년 성적이 하향세 우려가 있고, 많은 보상금을 부담해야 한다.  
박병호는 FA C등급이라 보상선수는 없지만, FA 보상금이 22억 5000만원이다. 부담 되는 액수. 올해까지 8년 연속 20홈런 기록을 이어갔지만, 올 시즌 118경기에서 타율 2할2푼7리(409타수 93안타) 20홈런 76타점 OPS .753으로 아쉬웠다.
그러나 외야 펜스까지 거리가 타구장 보다 짧고 타자친화적인 수원구장은 장타력이 좋은 박병호의 반등을 기대케 한다. 유한준이 그랬다. 유한준은 2016년 히어로즈를 떠나 KT와 FA 계약을 했고, 중심타자로 활약했다. 4년 연속 3할 타율을 기록했고, OPS는 .897-.806-.939-.826으로 좋은 수치를 유지했다. 4년간 14홈런-13홈런-20홈런-14홈런을 터뜨렸다.
정지택 KBO 총재(앞줄 맨 왼쪽)가 남상봉 KT 대표이사(앞줄 오른쪽 2번째), 염태영 수원시장(앞줄 맨 오른쪽), KT 주장 황재균에게 트로피를 전달하고 있다. /OSEN DB
# 최근 10년간 한국시리즈 우승팀의 팀 연봉
연도 / 우승 팀 / 팀 연봉 / 연봉 순위
2021년 KT 58억 5700만원  ⑦
2020년 NC  80억 9400만원  ③
2019년 두산  80억 3200만원  ④
2018년 SK  83억 6200만원  ④
2017년 KIA  98억 1900만원  ②
2016년 두산  69억 2600만원  ⑥
2015년 두산  61억 3700만원  ⑥
2014년 삼성  77억 700만원  ①
2013년 삼성  67억 1200만원  ①
2012년 삼성  62억 3700만원  ①
KT는 올해 팀 연봉(외국인 선수 제외)이 58억 5700만원이었다. 10개 구단 중 7위였다. 그럼에도 통합 우승으로 창단 첫 우승 트로피를 차지했다. 게다가 최근 10년 동안 한국시리즈 정상에 오른 팀 연봉 중에서 가장 적다. 물가 상승률을 고려하지 않는다 해도 10년 전 2012년 삼성은 팀 연봉 62억 3700만원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KT는 이보다 4억 가까이 적은 돈을 쓰고도 우승했다. 최근 5년 동안 한국시리즈 우승팀은 KT를 제외하곤 모두 팀 연봉 80억원이 넘었다.
10구단으로 팀 역사가 짧다고는 하나 KT는 그동안 투자에 인색한 편이었다. 팀 연봉이 우승을 반드시 담보하는 것은 아니지만, 팀 연봉이 적고 하위권이라는 것은 선수층이 얕다는 것을 내포하고 있다. 저연봉 신인급 선수들의 활약이 좋거나, 갖고 있는 전력 이상으로 성적을 낸 셈이다. 그랬기에 이강철 감독은 ‘팀 KT’가 우승을 했고, MVP라고 말했다.
KT는 특히 10월 들어 공격력 침체로 거의 정규 시즌 우승을 놓칠 뻔 했다. 144경기까지 삼성과 동률이 됐고, 지난해부터 달라진 규정으로 정규 시즌 우승을 놓고 삼성과 타이브레이커를 실시했다. 2019년까지 규정이라면 상대 성적에서 앞선 삼성이 정규 시즌 우승을 차지했다.
타이브레이커에서 선발 투수 쿠에바스의 미친 역투와 불펜진의 환상 계투로 삼성에 한 점도 내주지 않고, 강백호의 결승 적시타로 1-0으로 승리, 정규 시즌 우승을 차지했다. 마법과 같은 우승이었고, 1점 차 승리의 결과는 엄청난 차이를 가져왔다. 포스트시즌에서 삼성은 플레이오프에서 두산에 2패를 당하며 어이없게 탈락했고, 한국시리즈에 직행한 KT는 두산을 4승무패로 꺾고 창단 첫 우승을 차지했다.
KT의 마운드는 탄탄하다. 리그 2위의 팀 평균자책점. 선발진은 리그 1위였다. 불펜의 필승조도 여느 팀에 뒤지지 않는다. 박병호를 영입해 유한준이 빠진 자리를 메운다면 공격력 보강이 완성된다. KT의 외부 FA 영입은 4년 전 황재균이 마지막이었다. 과연 KT는 2연패를 향한 마지막 퍼즐을 끼워맞출 수 있을까. /orange@osen.co.kr
KT 선수단이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OSEN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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