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격차 사회?
KIA 타이거즈는 새해를 앞두고 한창 연봉 협상을 벌이고 있다. 분위기가 좋을 일이 없다. 창단 첫 9위의 성적을 기록했으니 훈풍 보다는 칼바람이 불고 있다.

성적이 부진했으니 인상자 보다는 삭감자들이 많다. 성적이 좋더라도 입이 쩍 벌어질 만큼 대폭 인상도 이루어지지 않는다. 팀 성적을 못냈으니 함께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구단마다 모두 연봉체계가 다르다. KIA는 성적에 따라 전체 파이가 달라지도록 설계되어 있다. 성적이 좋으면 전년도 연봉에 비해 전체 연봉이 올라가고 성적이 나쁘면 반대가 된다.
만일 포스트시즌 턱걸이 5등을 한다면 전년도 연봉에서 약간 인상된다. 우승을 한다면 20~30% 가량 전체 연봉이 뛴다. 반대로 가을행에 실패하고 하위권으로 떨어지면 순위에 따라 삭감률이 달라진다. 시즌 9위를 했으니 전년도에 비해 삭감률이 많을 수 밖에 없다.
그 삭감된 전체 연봉을 선수들이 나눠 갖는다. 물론 잘한 선수들은 인상은 당연하지만 성적이 비슷한 다른 구단 선수에 비해 덜 받게 되는 일이 벌어진다. 잘 한 선수들은 억울할 수도 있다. 협상 줄다리가 벌어진다.
KIA는 2021시즌 연봉으로 보자면 가난한 구단이었다. 총액 47억8600만원, 평균 9030만원으로 각각 9위에 그쳤다. 통합우승을 따낸 직후인 2018년 108억6500만 원으로 10개 구단 최고액이었다. 선수 평균연봉도 2억120만 원으로 단연 1위였다. 이어지는 성적 부진으로 가세가 확 기울었다.

KIA는 젊은 선수들이 많다. 3000만 원 대의 저연봉 선수들도 수두룩하다. FA 계약 경력이 없는 선수들 가운데 최고액은 박준표가 받은 1억 6000만 원이었다. 억대 연봉자들도 많지 않았다. 성적까지 9위로 내려앉았으니 인상은 언감생심, 억대 연봉도 줄줄이 깨질 판국이다.
더욱이 엄동설한에 나성범은 6년 150억 원, 양현종은 4년 103억 원의 대박 FA 계약을 맺었다. 최고의 성적을 거두면 부가 따르는 게 프로세계의 법칙이다. 좋은 선수를 영입해 성적을 내면 다른 선수들의 연봉도 오를 수 있다. 그럼에도 이번 겨울 KIA의 저연봉 선수들이 유난히 추워보인다. KIA는 초격차 사회이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