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FA 유출&외인 듀오 부상…그런데도 7년 연속 KS 갔다 [2021 충격 9️⃣]
OSEN 이후광 기자
발행 2021.12.29 18: 36

오프시즌 주축 선수 3명이 FA로 팀을 떠나더니 포스트시즌을 앞두고는 외국인투수 2명이 부상으로 나란히 이탈했다. 그러나 결말은 KBO리그 최초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이었다.
시간을 올해 초로 돌려보자. 두산의 한국시리즈 진출을 예상한 이가 과연 몇이나 됐을까. 최주환, 오재일, 이용찬 등 핵심 FA들이 연례행사처럼 타 구단으로 이적했고, 검증된 원투펀치였던 라울 알칸타라-크리스 플렉센이 새로운 도전을 위해 한국을 떠났다. 유희관, 김재호, 오재원 등 왕조 주역들의 노쇠화 역시 마이너스 요소였다. 실제로 두산은 올 시즌 중위권을 전전하다가 9월 한때 8위 추락의 굴욕을 경험했다.
그러나 올해도 가을은 두산의 계절이었다. 날씨가 선선해지자 귀신 같이 가을 DNA를 발휘한 것. 9월 승률 1위(6할6푼7리)를 질주하며 SSG, NC, 키움을 넘어 단숨에 4위로 올라섰고, 10월에도 승률 3위(5할6푼5리)의 활약 속 7년 연속 포스트시즌 티켓을 따냈다. 두산에게 찾아온 첫 번째 미라클이었다.

두산베어스 선수단이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의 기쁨을 나누고 있다.2021.11.10 /rumi@osen.co.kr

두산은 가을야구의 기쁨도 잠시 외국인투수 듀오의 동반 이탈이라는 악재를 맞이했다. 에이스 아리엘 미란다가 어깨 피로 누적을 호소했고, 워커 로켓은 팔꿈치 수술을 받기 위해 10월 중순 미국으로 떠났다. 토종 선발진은 최원준 외에 크게 믿을만한 자원이 없었기에 올해만큼은 두산의 가을이 짧게 끝날 것으로 예상됐다. 그 동안 외국인투수가 있어도 와일드카드 결정전부터 한국시리즈에 오른 사례는 단 한 차례도 없었다.
8회말 2사 2루 두산 김재환이 동점 2점 홈런을 날리고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2021.11.01 / soul1014@osen.co.kr
하지만 미라클 두산은 결코 약하지 않았다. 화수분야구의 대명사답게 ‘잇몸야구’로 잇따른 도장깨기를 해냈다. 창단 첫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1승 1패로 통과한 두산은 준플레이오프에서 한 수 위로 평가된 LG를 2승 1패로 격침한 뒤 플레이오프에서 준우승팀 삼성을 2경기만에 무찌르고 한국시리즈까지 올라갔다. 외국인투수 없이 최원준, 곽빈, 김민규 3명의 선발진에 이영하, 홍건희 등 필승 스윙맨들로 이뤄낸 성과였다.
삼성과의 플레이오프를 앞두고는 선발 곽빈마저 허리 통증으로 전열에서 이탈했다. 그러나 1차전에서 선발 최원준에 이어 올라온 홍건희가 투혼을 발휘하며 기선 제압을 이끌었고, 홈에서 펼쳐진 2차전에서 상대 마운드를 초토화시키며 대승을 거뒀다. KBO 사상 첫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에 성공한 순간이었다. 아울러 2015년 와일드카드 결정전 신설 이후 처음으로 4위부터 시작해 한국시리즈까지 향하는 새 역사를 썼다.
다만 미라클의 결말이 우승은 아니었다. 지칠 대로 지친 두산에게 정규시즌 챔피언 KT는 넘지 못할 산이었다. 한국시리즈에서는 에이스 미란다가 합류하며 숨통이 트였지만 믿을맨 이영하, 홍건희의 구위가 더 이상 통하지 않았고, 플레이오프까지 불을 뿜던 타선은 KT의 강력한 선발야구에 꽁꽁 묶였다. 결국 1차전부터 4차전까지 내리 무릎을 꿇으며 KT의 창단 첫 통합우승을 지켜봐야 했다.
그러나 이미 7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 자체가 기적이었다. 시즌 종료를 두 달여 앞둔 가운데 8위에서 순위를 무려 4계단이나 끌어올렸다. 또한 외국인투수 없이 키움, LG, 삼성을 차례로 물리치고 한국시리즈까지 진출한 건 기적 그 이상으로 평가 받아 충분하다. 역대 KBO리그 한국시리즈 준우승 팀 가운데 가장 위대한 구단을 꼽으라면 주저 없이 두산을 언급할 수 있는 이유다. /backlight@osen.co.kr
한국시리즈를 마치고 두산 선수들이 도열해 KT 우승을 축하해주고 있다. / OSEN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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