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히어로즈는 결국 홈런왕 박병호를 붙잡지 못하고 떠나보냈다. 이별에 익숙한 키움 팬들이지만, 상징적인 박병호와의 작별은 울림이 크다. 그러나 2년 뒤에는 더 큰 이별이 다가온다. 이정후를 떠나 보낼 준비를 해야 한다.
박병호는 29일 KT와 3년간 총액 30억원에 FA 계약을 했다. 보상금까지 포함하면 KT는 박병호 영입에 52억 5000만원을 투자했다.
키움은 팀 역사에서 가장 뛰어난 타자를 떠나보냈다. 박병호는 LG에서 거포 잠재력을 터뜨리지 못했지만, 히어로즈 이적 후 KBO리그 역사에 남을 타자가 됐다. 홈런왕 5회, 타점왕 4회, 골든글러브(1루수) 5회, MVP 2회 등 한국시리즈 우승만 빼곤 다 이뤘다. 히어로즈의 프랜차이즈 스타, 은퇴한다면 첫 번째 영구결번의 자격으로 충분했다.

그러나 내년 키움이 아닌 다른 유니폼을 입게 된다. 키움은 애초에 박병호를 붙잡을 마음이 적극적이지 않았다. 서로 시간을 갖고 천천히 생각하자는 것으로 포장을 했지만, FA 협상을 내년 1월로 미뤘다. 다른 팀에서 오퍼가 있으면 먼저 만나보라는 의미와 다름없다.
박병호가 떠나더라도 보상금 22억 5000만원이 남기에 모기업이 없는 키움으로선 나쁠 것도 없었다. 박병호가 최근 2년간 에이징커브를 보이며 하락세인 것도 팀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인정받지 못했다.
키움은 2년 뒤에는 더 큰 결단의 시간이 온다. 현재 키움을 대표하는 이정후의 거취다. 이정후는 2023시즌을 마치고 나면 해외 진출을 시도할 것이 유력하다. 올해까지 5시즌을 뛴 이정후는 2시즌만 더 뛰면 포스팅 시스템으로 해외 진출을 할 수 있는 자격(7시즌)이 주어진다.
키움은 강정호, 박병호, 김하성 등을 FA가 되기 전, 절정의 기량에 올랐을 때 포스팅 비용을 받고 해외로 진출시켰다. 2020시즌이 끝나고 7시즌을 채운 김하성은 미국 진출을 시도, 샌디에이고와 4년 보장 2800만 달러 계약에 성공했다. 덕분에 키움은 포스팅 비용으로 552만 5000달러(약 65억원)를 받았다. 키움이 포스팅 금액을 최대한 많이 받으려면, 이정후는 2023시즌을 마치고 팀 선배들의 길을 따라갈 가능성이 높다.

미국 매체 팬그래프닷컴은 12월초 향후 메이저리그에서 뛸 가능성이 있는 해외 유망주들을 랭킹을 업데이트했다. 이정후는 해외 유망주 야수 중에서 당당하게 1위로 평가 받았다. 일본 주요 타자들도 제쳤다. 스트레일리 등 KBO리그에서 뛴 외국인 투수들은 메이저리그에서 이정후의 성공 가능성을 얘기한다.
일본 구단들도 이정후를 눈여겨 보고 있다. 이종범의 아들이라는 후광 효과도 있어 더 관심있게 보고 있다. 이정후는 도쿄올림픽에서 일본 대표팀의 에이스 야마모토 요시노부 상대로 2안타(2루타, 단타)를 때려냈다. 140km 포크볼을 받아쳐 안타로 만드는 능력을 보여줬다. 야마모토는 올해 18승5패 평균자책점 1.39, 206탈삼진, 승률 7할8푼3리를 기록하며 최고의 선발투수에게 주는 사와무라상, 리그 MVP를 수상했다.
요미우리 1군 타격코치를 시즌을 마친 김기태 전 KIA 감독은 "현재 일본 최고 투수인 야마모토 상대로 이정후가 2안타를 때렸고, 일본 구단들이 이정후에게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김 감독은 “이정후의 군더더기 없는 타격폼은 일본 투수들의 떨어지는 변화구도 충분히 대응과 공략이 가능하다. 일본에서 뛴다면 성공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정후는 2017년 히어로즈에 입단해 144경기 전 경기에 출장해 타율 3할2푼4리 111득점 OPS .812를 기록하며 신인상을 수상했다. 이종범의 아들로 야구 DNA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이후 올해까지 매 시즌 타율 3할3푼 이상을 기록했고, 올해는 타격왕(.360)을 수상했다. 홈런 숫자는 적지만 2년 연속 2루타를 40개 이상 때려내고 있다. 타격에서는 리그 최고 선수로 손색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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