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호 집 앞까지 찾아갔다” 단장의 지극정성, 국민거포 마음을 움직였다
OSEN 이후광 기자
발행 2021.12.30 04: 31

KT 이숭용 단장은 황재균 협상 때처럼 이번에도 박병호의 집 앞을 직접 찾아갔다. 통합우승팀은 그만큼 국민거포가 필요했다.
KT가 마침내 외부 FA 시장에서 지갑을 열었다. 지난 29일 오전 보도자료를 통해 ‘국민거포’ 박병호와의 3년 총액 30억원의 FA 계약을 발표하며 2017년 11월 황재균(4년 88억원) 이후 4년만에 외부 FA로 전력을 보강했다.
KT의 이번 외부 FA 영입 전략은 크게 플랜A와 B로 나뉘었다. 쉽게 정리해 A는 외야수, B는 지명타자 보강이었다. 이에 먼저 유한준과 제라드 호잉의 자리를 메우기 위한 플랜A를 가동했지만 협상에 난항을 겪었고, 곧바로 플랜B로 방향을 틀어 박병호에 접근했다. 그 때가 11월 말이었다.

FA 계약을 마친 박병호(좌)와 KT 남상봉 대표이사

이숭용 단장은 OSEN과의 전화통화에서 “박병호는 당시 제주도에 있었다. 병호가 시간을 달라고 했는데 한 달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아마 고민을 많이 했을 것으로 본다. 키움에 대한 의리를 생각했을 것이다. 어쨌든 우리는 한 달을 묵묵히 기다렸다”고 뒷이야기를 전했다.
박병호와의 컨택은 주로 전화통화와 문자메시지로 이뤄졌다. 이후 기다림이 장기화되자 박병호의 집 앞으로 직접 찾아가는 승부수를 띄웠다. 이 단장은 “제주도에서 서울로 올라왔을 때 집 앞까지 찾아가서 식사를 했다. 그 때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며 “병호의 마음을 파악하는 게 첫 번째였다. 그리고 그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설명했다.
박병호는 은퇴한 유한준의 공백을 메울 적임자라는 평가다.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 승부처 한방 능력, 지명타자 소화 등 비슷한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 유한준과 달리 아직 수비도 거뜬하기에 주전 1루수 강백호의 체력 안배까지 가능하다.
이 단장은 “유한준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계산적으로 박병호에 접근했다. 우리로선 최선의 선택이었다”며 “그 동안 보시면 알겠지만 베테랑의 존재가 중요하다. 어린 후배들이 존경할 수 있는 선배들이 있어야 한다. 그 동안 (유)한준이, (박)경수가 역할을 너무 잘해줬고, (박)병호도 그 역할을 해준다면 내년에도 다시 우승에 도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박병호 / OSEN DB
박병호는 내년이면 36살이 되는 베테랑 중의 베테랑이다. 지난해부터 에이징커브를 겪으며 타율도 2년 연속 2할대 초반에 머물렀다. 그러나 3년 총액 30억원에 보상금 22억5000만원은 결코 오버페이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올해까지 8년 연속 20홈런을 때려냈기 때문이다.
이 단장은 “필요하면 잡는 게 맞다. 계약 규모가 적정선인지 아닌지는 나중에 판단하면 된다”며 “박병호는 3년 이상도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고척돔과 위즈파크는 아무래도 뜬공 비율에서 차이가 있다. 에이징커브라고 하지만 그런 가운데서 20홈런을 쳤다. 최고 못 친 게 20홈런이다”라고 신뢰를 보였다.
그러면서 “이강철 감독님 리더십 또한 베테랑들과 잘 맞을 수밖에 없다. 우리 감독님은 기다려주신다”며 “구단 역시 선수에 대한 리스펙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여긴다. 우리가 잘만 활용하면 충분히 원하는 퍼포먼스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핑크빛 미래를 전망했다.
KT는 황재균(4년 60억원), 장성우(4년 42억원) 단속에 이어 박병호를 영입하며 모든 FA 협상을 사실상 마무리 지었다. 아직 내부 FA 허도환이 남아있지만 현재로선 1년 계약이 유력하다.
이 단장은 “우리가 계획했던 대로 잘했다. FA 시장이 과열왰다고 하지만 그에 맞게 잘 움직였다”며 “내부 FA도 평가가 어떨지 모르지만 황재균, 장성우 모두 우승 프리미엄을 더해 잘 잡았다. 박병호 또한 확신이 있으니 영입한 것이다. 밖에서는 우려할지 몰라도 구단은 매우 만족한다”고 총평했다.
KT는 이제 외국인투수만 계약을 완료하면 스토브리그 업무를 마치게 된다. 이 단장은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 윌리엄 쿠에바스와 이번 주 내로 재계약을 끝내는 게 목표다”라고 밝혔다. /backligh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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