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스타보다 '프로세스'…손아섭 대안의 실패는 곧 암흑기다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21.12.31 03: 18

프랜차이즈 스타를 놓쳤다. 대신 구단이 정립해 나가는 시스템과 프로세스의 방향을 지켜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 대가와 후폭풍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손아섭의 빈자리를 채워가는 과정과 결과의 성패는 롯데의 향후 운명을 좌우할 전망이다.
홍역을 치르는 롯데의 오프시즌이다. 특히 프랜차이즈 스타였던 FA 손아섭을 지역 라이벌 NC에 뺏긴 것은 롯데의 치명타와도 같다. 이대호, 전준우처럼 롯데의 현역 프랜차이즈 스타 ‘3대장’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고 3000안타까지도 노려볼 수 있는, 그리고 부산 토박이였던 손아섭을 내보내면서 팬심이 들끓었다.
과열 양상의 시장 상황에서 ‘합리적인 기조’를 유지하면서 손아섭과 협상을 진행했다. 결국 NC가 계약한 4년 64억 원에 미치지 못한 금액을 제시하면서 협상이 결렬됐고 이적이 이뤄졌다. 외야가 확장되면서 손아섭의 타격 능력에 비해 떨어지는 수비 능력, 올해를 거치면서 성장한 추재현, 김재유, 신용수, 장두성 등 젊은 외야수들과 신인 조세진, 군 전역한 고승민 등이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판단 아래 손아섭에게 ‘시장가’ 이상의 제안을 하지 않았다.

손아섭(위)-김재유-추재현-신용수(왼쪽부터) /OSEN DB

이미 시장은 과열 양상인 가운데 롯데는 먼 발치에서 지켜만 봤다. 손아섭에게 최선의 제안을 했다고는 하지만 올해 FA 시장의 적정가는 아니었다. 결국 롯데 구단은 자신들이 정립한 기조, ‘리모델링’이라는 프로세스의 방향성이 프랜차이즈 스타의 잔류보다 우선시 한 셈이다. 사실 현재 성민규 단장 체제에서 롯데는 더 이상 베테랑 선수들에게만 의존하지 않으려는 방향을 수립했다. 30대 중반을 향해 가면서 에이징 커브에 대한 우려를 안고 있는 선수들, 또 FA 자격으로 언제든지 이탈할 가능성이 있는 자원들의 대안을 나름대로 준비했다.
NC 다이노스 손아섭 /NC 제공
문제는 준비 과정 자체가 짧았다. 또 지난 1년 간 대체 자원들이 보여준 퍼포먼스가 1군 풀타임으로서 변별력이 있냐는 의문이 남아있다. 추재현, 김재유, 신용수 등이 올해 두드러지는 성장세를 보여줬지만 표본이 많지 않다. 결국 내년 시즌 내내 변수가 가득한 것이라는 예상은 뻔하다. 시즌 구상과 계획은 개막을 하고 나면 뒤바뀌기 마련이다. 부진과 부상 등 변수들로 낙관한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구상한 대안들이 제 몫을 해주지 못하면 구단 전체의 구상과 플랜 전체가 꼬이게 되고 또 다른 대안을 찾게 된다. 대안만 찾다가 우왕좌왕 1년을 또 허비하는 결과를 맞이할 수 있다.
그동안 롯데는 이탈한 핵심 전력의 공백을 채우기 위한 대안을 찾다가 1년, 1년을 허비했다. 과거는 모두 실패를 말하고 있다. 2013년 FA 김주찬이 KIA로 이적한 뒤 롯데는 매년 ‘나는 좌익수다’라는 오디션을 개최했다. 2016~2017년, 김문호의 뒤늦은 잠재력 폭발과 전준우의 좌익수 전환 등으로 겨우 오디션을 종료했다. 2018년 포수 강민호가 이탈한 뒤 결과는 모두가 알고 있다. 대안을 마련하지 못한 채 강민호를 내보내면서 매년 포수 문제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다. 지난해 김준태(KT)의 성장과 올해 지시완, 안중열 등이 자리를 적절하게 채우면서 그나마 한숨을 돌린 정도다. 그 외에 이대호의 해외 무대 진출 공백은 다시 이대호가 돌아오면서 채워졌을만큼 롯데는 언제나 대체자 찾기에 실패했다.
이전과 다른 점이라면 ‘포스트 손아섭’ 프로세스를 진행하고 있던 것. 성민규 단장은 대안들에 대해서 "생각했던 대안의 선수들이 손아섭의 공백을 똑같이 채울 수는 없겠지만 대안들을 준비는 해야 했다"라면서 "김재유, 추재현, 신용수 선수들 외에 고승민과 신인 조세진이 있는데 고승민은 군대 가기 전에 서튼 감독이 지켜봤던 선수다. 지금은 미복귀 전역 상태지만 몸도 좋아졌다고 한다. 조세진도 교육리그에서 좋은 모습 보여줘서 서튼 감독도 기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과정이 실패하면 결국 롯데는 구단 수뇌부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육성의 무덤’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된다. 프랜차이즈 스타를 잃더라도 지키고자 했던 육성 기조가 결국 흔들리게 될 것이고 구단의 운영 방향도 흔들리게 될 것이다. 그 결과는 또 다른 암흑기의 도래다. 롯데는 '포스트 손아섭' 프로세스가 절반의 성공이라도 이뤄지기를 간절히 기도해야 한다. /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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