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 16시즌 베테랑의 한마디, 잠실구장 리모델링을 이끌다 [굿바이 2021]
OSEN 홍지수 기자
발행 2021.12.31 03: 36

미국 메이저리그 생활을 정리하고 SSG 랜더스 일원이 된 추신수(39)는 올해 KBO 리그 한 시즌 동안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지난 2월 23일 ‘추추 트레인’ 추신수가 인천 땅을 밟았다. 16시즌 동안 누빈 빅리그 무대를 떠나 고국으로 돌아왔다.
추신수는 메이저리그에서 좋은 조건을 제시 받았지만, KBO 리그에서 뛰고 싶은 열망이 강해 신세계 그룹의 제안을 받아 들였다.

SSG 랜더스 외야수 추신수. / OSEN DB

메이저리그 통산 1652경기에 출전해 타율 2할7푼5리, 218홈런, 782타점, 961득점, 157도루로 메이저리그에서 정상급 활약을 펼친 추신수가 한국 야구 팬들 앞에서 뛰게 된 것이다.
아시아 출신 선수 최초 3할-20홈런-20도루(2009년), 아시아 출신 타자 최초 사이클링 히트(2015년)를 기록했으며, 호타준족의 잣대로 평가 받는 20홈런-20도루를 통산 3차례나 달성한 그를 향한 기대치는 컸다. 관심은 상당했다. 그의 말과 행동에 야구계 시선이 온통 쏠렸다.
SSG 일원이 된 추신수는 동료들부터 챙겼다. 야구를 하면서 필요한 선물을 나눴다. 작은 선물일 수도 있지만, 동료들은 감사하게 받았다. 그리고 큰 무대에서 많은 경험을 쌓은 추신수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경기가 있는 날이면, 추신수의 루틴을 주목했다.
후배들은 추신수의 장점을 배우려 했다. 물론 추신수도 올해 시즌 중반까지는 애를 먹었다. 자신이 태어난 땅 한국이지만, KBO 리그 첫 해 적응할 시간이 필요했다. 그러면서도 SSG를 위해, 한국 야구 발전을 위해 조언을 내놓기도 했다.
추신수는 시즌 도중 KBO 리그 환경 개선을 위해 자신의 생각을 솔직히 꺼냈다. 그는 “KBO리그에서 뛰는 후배들을 보면 재능이 넘치고 장래가 촉망되는 선수들이 많다. 그런데 솔직히 이런 환경에서 훈련하면서 국제대회에 나가 성적을 내는 게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낙후된 일부 구장의 원정팀 시설을 지적해 공론화 시키기도 했다. 
SSG 랜더스 외야수 추신수. / OSEN DB
추신수는 “최고 기량을 뽐낼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환경이 갖춰지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가 지적한 원정팀 라커룸 가운데 하나는 잠실구장이었다. 물론 추신수가 지적하기 이전부터 잠실구장 원정 라커룸을 두고 불만이 끊임없이 나왔다. 하지만 변화는 없었다. 그러다 추신수 말 한 마디에 결국 잠실구장 원정 라커룸이 대변신에 들어가게 됐다.
그보다 먼저 롯데 자이언츠가 홈구장으로 사용하는 사직구장도 변화가 있었다. 원정 클럽하우스 리모델링을 마친 것이다. 추신수의 말 한마디 이후 KBO 리그 야구 환경이 바뀌기 시작했다. “후배들이 좀더 나은 환경에서 야구를 했으면 한다”는 추신수의 뜻이 전달됐다.
추신수의 작심발언은 ‘원정팀 라커룸’ 문제에서 끝나지 않았다. 그는 “한국에서 가장 힘든 점이 준비하는 것이다”면서 “타자가 (덕아웃 내)그냥 좁은 공간에서 스윙만 몇 번 하다가 대타로 나가기도 한다. 공을 오래 쳐보고 나가도 칠까 말까 하는데, 그런 준비 없이 앉아 있다가 스윙만 좀 하고 나간다. 연습 없이 어떻게 고우석을 상대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못 쳤을 때 선수들 만의 잘못인가? 되묻고 싶다”고 지적했다.
원정 팀도 쓸 수 있는 실내 배팅 게이지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경기 도중 대타 요원들은 배팅볼을 치면서 타격감을 끌어올릴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 야구는 지난 2020 도쿄 올림픽에서 실패를 맛봤다. 한국 야구가 경쟁력을 갖추려면 작은 부분부터 선수들의 기량 향상을 위한 고민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
추신수는 내년에도 KBO 리그에서 뛴다. SSG와 1년 더 동행하기로 했다. 재계약 후 추신수는 “아내가 짧은 시간이지만 한국 야구장에서 경기를 보면서 내가 한국 야구를 위해 도움이 될 수 있는 부분에 대한 가능성도 봐줬고, 지금처럼 기회가 있을 때 조금이라도 더 선수 생활을 하면서 여러 후배에게도 도움을 줬으면 좋겠다고 말해줬다”고 했다.
함께 그라운드를 밟은 후배들에게 건넨 조언은 그들에게 성장의 밑거름이 됐고, 작심발언은 한국 야구 발전을 위한 이행으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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