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진웅x최우식 '경관의 피', 정의를 위해 불법적 수단은 정당한가?(종합)[Oh!쎈 리뷰]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21.12.30 10: 30

 범인을 잡기 위해서라면 어떤 수단이든 용인된다는 광역수사대 반장 강윤(조진웅 분)과 철칙과 원칙을 엄격히 따라야한다는 강력계 형사 민재(최우식 분). 서로 다른 가치관과 신념을 가진 경찰들이 목숨을 담보로 살인사건부터 마약사건까지 파헤치기 시작한다.(※이 기사에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어느 날 광수대 형사 한 명이 피살되는 사건이 발생하고, 황인호(박희순 분) 감찰계장은 이번 사건의 배후에 강윤이 연루돼 있을 것이라고 합리적 의심을 한다. 그가 성과주의에 매몰돼 조폭들과 은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잘나가는 광수대 반장 강윤은 일반 형사들과 달리 고급 외제차에, 명품 슈트를 즐겨 입는다. 이 모든 게 ‘나쁜 놈’들을 잡기 위한 방식이라고는 하지만 인호는 그런 그를 용납하기 힘들다. 이에 “돌아가신 아버지의 비밀문서를 보여주겠다”는 것을 빌미로 후배 민재에게 ‘박강윤 내사’ 임무를 비밀리에 지시한다.

매력적인 제안을 받은 민재는 광수대 신입으로 들어가 강윤의 일상부터 수사방식까지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황인호에게 보고한다.
한편 강윤의 뒷배로 나선 신흥 마약상 차동철(박명훈 분)은 나영빈(권율 분)을 제치고 업계 1인자가 될 것이라는 단꿈에 빠진다.
‘경관의 피’(감독 이규만, 제공배급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작 리양필름)는 영화 ‘리턴’(2007) ‘아이들…’(2011) ‘커터’(2016) 등을 연출한 이규만 감독의 복귀작이다. 이규만 감독은 다른 지향점을 가진 두 경찰의 심리를 표현하기 위해 어두우면서도 화려한 색감에 집중했다.
형사와 피의자들의 관계, 선배와 후배의 의견 차이 등 여러 인물들의 폭주가 러닝타임 내내 긴장감을 자아낸다.
‘경관의 피’를 통해 선의, 정의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불법적 수단을 용인하는 것은 과연 어디까지 허용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떠올리게 된다.
‘선의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불법을 이용한 수사를 우리는 정당화할 수 있는가?’라는 고민거리가 생기는 것이다. 이는 럭셔리하고 화려한 삶을 사는 리더 강윤의 일상과 가진 것은 없지만 청렴을 필수조건으로 내세우며 업무에 충실하는 일반 경찰들과 대비되면서 질문의 단면을 더욱 효과적으로 드러낸다.
강윤의 입장에서 자신의 행위는 언제나 선의를 목적으로 한다. 때문에 이 과정에서 발생한 소수의 희생과 불법행위는 의도하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민재의 입장에서는 선의를 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불법행위를 정당화할 수 없다. 사회가 합의한 영역이 무너진다면, 오히려 더 큰 문제를 가져온다. 판단은 관객들이 가진 각자의 소신에 맡긴다.
다만 아쉬운 점은 민재의 신념이 끝까지 바뀌진 않았겠으나(그렇다고 믿는다), 고급 승용차를 타고 명품 슈트를 입은 모습이 마지막으로 남아 ‘멋진 엔딩’을 위해 캐릭터의 상징적 의미가 무너진 것으로 비춰질 수 있다.
조진웅, 최우식, 박희순, 권율, 박명훈 등 처음부터 끝까지 몰입도를 유지한 다섯 배우들의 연기 시너지가 재미를 선사한다. 믿고 보는 조진웅과 박희순은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로 형사 캐릭터의 맛을 살렸다.
그간 ‘병약미’가 돋보였던 최우식은 이번 영화를 통해 남자다움을 드러냈고, 체중을 늘리고 말투를 바꾼 권율은 악인의 피가 흐르는 듯 잔인하게 보인다.
또한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에서 충격을 안긴 박명훈은 이번 영화에서 변신을 감행해 등장부터 신선함을 안겼다.
러닝타임 119분. 1월 5일 극장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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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영화 포스터, 스틸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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