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자리 텅텅' 프로야구 인기 비상, 국민스포츠 타이틀이 위태롭다 [KBO 위기 진단①]
OSEN 이후광 기자
발행 2022.01.02 08: 12

KBO리그가 위기다. 1982년 출범한 프로야구는 올해 40주년을 맞이하지만, 리그 성장세는 정체되고 팬들로부터 질타를 받는 일이 잦아졌다. 리그 경쟁력은 오히려 퇴보하고 있다는 지적, 선수들의 일탈 행위는 늘어나고 팬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KBO가 내세우는 청사진은 공염불에 그치고 있다. 구단 이기주의는 여전하다. 야구계 모두가 KBO리그의 위기 상황을 짚어보고 다시 인기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야구팀
2008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이후 빈자리가 이렇게 많은 '가을 야구'는 처음이었던 것 같다. 야구팬들의 외면 속에 KBO리그가 국민스포츠 타이틀을 빼앗길 위기에 처했다.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는 코로나19의 대유행과 이어진 각종 악재로 흥행에 큰 타격을 입었다. 코로나19로 인한 무관중, 사회적 거리두기, 사적 모임 제한 등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지만 일부 선수들의 도덕적 해이, 도쿄올림픽 노메달 수모, 수준 낮은 경기력 등도 전염병 못지않게 흥행을 저해했다.

와일드카드 결정전 2차전이 열린 서울 잠실구장 / OSEN DB

올해 포스트시즌에서 KBO리그의 달라진 위상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프로야구의 최대 축제인 포스트시즌은 사실 정규시즌 흥행과 관계없이 매 시즌 상당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외국의 유명 팝가수 내한 콘서트에 버금가는 예매전쟁이 펼쳐지며, 시청률 보증수표라는 평가에 걸맞게 공중파에서 중계를 담당한다. 여기에 올해는 때마침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며 KBO가 관중 입장 비율을 제한 없이 100%로 확대했다.
그러나 KBO리그를 향해 누적된 팬들의 실망감은 예상보다 컸다. 와일드카드 결정전부터 플레이오프까지 7경기 중 단 1경기만이 매진을 기록했고, 한국시리즈는 연속 매진 행진이 30경기에서 끊겼다. 4경기 중 만원사례는 1차전 뿐이었다. 플레이오프의 경우 삼성의 돌풍 속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처음 가을야구가 열렸고, 한국시리즈 역시 수도권 구단인 두산과 KT가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맞붙었으나 곳곳에 빈자리가 보였다. 당일 오후 뒤늦게 직관을 결심하고 예매를 해도 될 정도.
1982년 출범한 프로야구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 9전 전승 금메달을 기점으로 국민스포츠 반열에 올라섰다. 슈퍼스타들이 매 시즌 질 높은 경기력을 선보이며 팬들을 경기장으로 끌어 모았고, 이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프리미어12, 아시안게임 등 국제대회의 꾸준한 활약으로 이어졌다. 축구, 농구, 배구 등 그 어느 프로스포츠도 야구의 흥행을 이길 자가 없었다.
그러나 베이징올림픽이 끝난 지 13년이 흐른 지금은 어떤가. 금메달의 영광에 도취된 나머지 세계를 놀라게 했던 팀에서 우물 안 개구리가 돼 버렸다. 이제 국제대회 참사는 더 이상 놀랄 일이 아니다. 2017 WBC 고척 참사에 이어 야구가 부활한 2020 도쿄올림픽에서 노메달 수모를 겪으며 디펜딩챔피언의 체면을 구겼다. 금메달은 다른 국가들은 아마추어 선수들이 대거 참가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나 가능했다.
도쿄올림픽 야구대표팀 2021.07.24 /jpnews@osen.co.kr
원인은 종합적이다. 일단 도쿄올림픽 노메달의 가장 큰 원인은 류현진, 김광현 같은 확실한 선발투수의 부재였다. 국내에서 날고 기는 투수들을 데려갔지만 그 어느 누구도 5이닝을 완벽하게 책임지지 못했다. 리그에서 거액을 받는 타자들 역시 조금만 빠른 볼, 까다로운 투수가 나오면 방망이가 무뎌졌다.
올 시즌 KBO리그 골든글러브 유격수 수상자는 35실책을 저지른 김혜성이었다. 김혜성의 수상이 잘못됐다는 게 아니다. 그만큼 리그의 뎁스가 얇아졌다.
공인이라는 프로 선수들의 연이은 모럴해저드 역시 팬들을 등 돌리게 했다. 과거 승부조작, 음주운전, 불법 도박 등으로 홍역을 치렀던 KBO리그는 올해 역시 음주운전(송우현)은 물론 NC 박석민, 박민우, 권희동, 이명기는 코로나 방역지침을 위반해 외부인과 술판 파문이라는 전대미문의 사태를 일으켰다. 키움 한현희와 안우진, 한화 주현상과 윤대경도 비슷한 일탈을 하며 야구팬들을 실망시켰다.
NC 선수들의 코로나19 확진은 초유의 리그 중단으로 이어졌다. 또 이 과정에서 몇몇 구단들이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중단을 부추겼다는 풍문이 돌며 팬들의 분노가 더욱 들끓었다.
국민스포츠의 체면이 말이 아니다. 술판 논란과 올림픽 노메달 여파 속 후반기 중계방송 시청률이 1% 아래로 하락하더니 막판 순위싸움 때는 일부 경기가 여자프로배구에 밀려 녹화 중계되는 수모도 겪었다. 그러나 떠난 팬들을 돌아오게 하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끊임없는 연습으로 경기의 질을 높이고, 경기장 안팎에서 공인의 책임감을 가지면 된다. KBO, 구단, 선수가 모두 머리를 맞댄다면 이루지 못할 일도 아니다.
이제 지나간 과거는 과거일 뿐이다. 다가오는 2022년을 리그 부흥의 원년으로 삼고 미래를 준비해야할 KBO다. 다행히 전망은 밝다. 스토브리그서 역대급 FA 광풍이 들이닥치며 이적생들이 대거 발생했고, 메이저리그 직장폐쇄 여파로 야시엘 푸이그, 이반 노바 등 A급 외인들이 KBO리그 무대를 밟게 됐다. 전통적으로 FA 시장 과열은 흥행의 전조로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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