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들어 우승 트로피를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LG, 롯데, 한화. 그런데 그 21세기도 벌써 20%가 흘러갔다. 최근 막내 NC, KT마저 우승을 해낸 가운데 형님들의 승전보는 언제쯤 날아들까.
21세기 KBO리그에서 우승을 경험한 팀은 총 7구단이다. 왕조를 구축했던 삼성(2002, 2005, 2006, 2011~2014)을 비롯해 두산(2001, 2015, 2016, 2019), SSG의 전신인 SK(2007, 2008, 2010, 2018), 현대(2000, 2003, 2004), KIA(2009, 2017), NC(2020), KT(2021)가 정상의 영광을 누렸다.
2016년까지만 해도 한 팀이 연이어 우승하는 왕조가 자주 눈에 띄었지만 2017년부터는 매 년 우승팀이 바뀌었다. KIA를 시작으로 SK-두산-NC-KT가 차례로 왕좌에 올랐다. 단, 두산은 2015년부터 7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 아울러 최근 2년간 막내 NC와 KT가 단기간에 통합우승을 차지하며 리그에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NC는 2012년, KT는 2014년 창단한 9, 10구단이다.

그런데 찬란한 우승 역사 속 한 차례도 언급되지 않은 팀이 있다. LG, 롯데, 한화, 키움이 바로 그들이다. 키움은 2008년 창단한 막내급에 속하는 구단. 진짜 문제는 화려한 1990년대를 보냈던 LG, 롯데, 한화 세 형님들이다.
이들 모두 탄탄한 모기업과 팬층을 보유하고도 20년 넘게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하고 있다. LG는 1994년, 롯데는 1992년, 한화는 1999년이 최근 우승. LG, 롯데는 강산이 3번 변하는 30년 가까이 정상에 오르지 못했고, 원년 구단 롯데의 경우 정규시즌 우승 트로피도 없다. 대통령으로 따지면 LG는 김영삼, 롯데는 노태우, 한화는 김대중 대통령 때가 마지막 우승이었다. 참으로 까마득한 옛날이다.

그래도 가장 우승 희망을 품을 수 있는 구단은 LG다. 최근 3년 연속 포스트시즌을 포함해 2010년대 들어 비교적 꾸준히 가을 무대를 밟고 있고, 이번 스토브리그서 박해민, 허도환 영입, 김현수 잔류를 통해 전력을 업그레이드했다. 마운드는 올해 10개 구단 최강 전력을 구축해 놓은 상태. 올해보다는 오히려 내년이 우승의 적기라는 평가도 있다.
반면 롯데와 한화는 전망이 어둡다. 상황에 따라 5강 경쟁은 점쳐볼 수 있으나 우승은 무리라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일단 두 팀은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우승에 크게 관심이 없는 모습이었다. 롯데는 외부 전력 보강은커녕 프랜차이즈 스타 손아섭을 NC에 보내며 당장 외야 및 상위 타선 구성에 비상이 걸린 상황. 꼴찌 한화도 최재훈을 잔류시켰을 뿐 올해도 그 어떠한 투자 없이 FA 시장을 떠났다. 한화의 최근 외부 수혈은 2015년 정우람, 심수창이다.
LG, 롯데, 한화는 리그의 흥행을 주도하는 전국구 인기구단이다. 최근 가을야구 단골손님이 된 LG는 제쳐두고 롯데가 준플레이오프에 나선 2017년, 한화가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한 2018년 당시 엄청난 티켓파워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들이 한국시리즈에 간다면 그 영향력은 실로 엄청날 것이다.
상처로 얼룩진 2021년을 뒤로하고 2022년 프로야구의 부흥을 외치고 있는 KBO리그다. 형님들이 분발한다면 그 목표에 보다 빠르고 수월하게 도달할 수 있지 않을까. /backligh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