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 상한제' 한국 외면하는 외국인, 리그 경쟁력 괜찮을까 [KBO 위기 진단②]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22.01.03 08: 14

 KBO리그가 위기다. 1982년 출범한 프로야구는 올해 40주년을 맞이하지만, 리그 성장세는 정체되고 팬들로부터 질타를 받는 일이 잦아졌다. 리그 경쟁력은 오히려 퇴보하고 있다는 지적, 선수들의 일탈 행위는 늘어나고 팬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KBO가 내세우는 청사진은 공염불에 그치고 있다. 구단 이기주의는 여전하다. 야구계 모두가 KBO리그의 위기 상황을 짚어보고 다시 인기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야구팀
KBO리그는 지난 1998년 외국인 선수 제도를 처음 도입했다. 이후 드래프트에서 자유계약제로 전환됐고 팀당 보유 선수, 연봉, 인상률, 계약 기간 등에서 꾸준히 변화가 생겼다.
최근 신설된 규정은 신규 외국인 선수 연봉 100만 달러 상한제. 2019시즌부터 한국 무대를 밟는 외국인 선수에게 적용됐다. 한정된 외국인 선수 시장에서 연봉과 이적료가 급등을 하면서 현장의 부담이 커졌고 과열된 시장을 억제하기 위해 규제 장치가 필요하다는 판단 아래 ‘100만 달러 상한제’ 규정이 시행됐다.

키움 히어로즈와 계약한 야시엘 푸이그 /키움 제공

제도에는 일장일단이 있는 법. 그러나 시행된지 4년 째에 접어드는 시점에서 이 규정도 ‘폐지론’이 스멀스멀 피어오르고 있다. 일본프로야구 구단들과 외국인 선수 시장이 겹치면서 ‘머니 싸움’에서 연전연패하는 상황이 갈수록 심해졌고 구단들은 전력의 절반이라는 외국인 선수 구성에 난항을 겪고 있다.
올해는 메이저리그 노사협정 만료에 따른 ‘직장폐쇄’ 조치로 외국인 선수 수급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일본프로야구가 돈다발을 들고 미리 움직였다. KBO리그 구단들은 영입전선에 제대로 발을 들여놓지 못했다. 영입 성사 직전이었다가 일본 구단의 참전에 뺏기는 사례들도 많았다.
야시엘 푸이그(키움), 닉 마티니(NC), 이반 노바(SSG), DJ 피터스(롯데) 등 메이저리그 경험이 있고 네임밸류가 있는 선수들이지만 구단들이 ‘1순위’ 선수는 아니었다. 디트리치 엔스(세이부), 레나토 누네즈(니혼햄) 등은 올해 KBO리그들도 눈독을 들인 선수였지만 일본 구단과 경쟁에서 완패했다. 그만큼 국내 구단들이 체감하는 외국인 선수 시장은 빈곤 그 자체다. 빈곤 속에서 풍요로움을 창조해야 한다는 하소연이다.
A구단 단장은 “상한제 초기에는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이적료와 연봉들의 눈높이도 100만 달러에 맞춰서 낮아졌다. 120~130만 달러 선수도 100만 달러에 맞춰서 한국에 왔다”라고 설명했다.
B구단 단장도 “현재 일본과 우리의 외국인선수 시장이 겹친다. 올해처럼 불안한 외국인 선수 시장에서는 일본 구단들이 쓸어간다. 한국 구단들이 대응할 방법이 없다”라며 “우리는 100만 달러에서 이적료와 세금까지 다 떼어내야 한다. 100만 달러 상한이라고 하더라도 결국 모두 공제하면 60만 달러다. 일본 구단들과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고 밝혔다.
[사진] 일본프로야구 세이부 라이온즈와 계약한 디트리치 엔스. KBO리그 구단들의 리스트에도 있던 선수였다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아울러 100만 달러 상한제 시행 초기와 현재 상황은 또 다르다는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현재는 상한제가 되려 부작용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A구단 단장은 “현재는 100만 달러에 올 수 있는 선수들에게 일본은 120~130만 달러를 베팅한다. 국내 구단들과 협상에서는 50~60만 달러급의 선수들이 100만 달러를 먼저 부른다”라고 했다.
B구단 단장 역시 “자유계약제도가 시행되고 있지만 100만 달러를 부를 수 없는 선수가 100만 달러에 맞춰 달라고 요구 한다”라며 “현재 상한선이 억제가 되는게 아니라 덜 줄 수 있는 선수에게 100만 달러 전부를 보장해줘야 하는 부작용이 생겼다”라고 성토했다. 외국인 선수들과 그들의 에이전트도 100만 달러 상한제와 외국인 선수 시장을 파악하고 있다. 선수가 ‘갑’이 되고 구단이 ‘을’이 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수준급 외국인 선수들이 KBO리그를 외면하는 상황이 반복된다. 결국 100만 달러 상한제가 계속 유지되고 현재 상황이 반복된다면 리그 경쟁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한다. B구단 단장은 “한국에 오는 선수들 수준이 낮아진다면 리그 전체의 수준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라며 “외국인 선수 제도의 장단점 있겠지만 분명히 리그의 퀄리티 올리는데 일조를 했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구종을 선보이고 빠른공에도 적응하는 과정이 있었다. 외국인 수준 낮아진다면 리그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100만 달러 상한제에 더해 2023년부터 외국인 선수 총액 400만 달러 샐러리캡 시행까지 앞두고 있다. 두 가지의 규제가 중복으로 적용되는 셈이다. 이 역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C구단 단장은 “100만 달러 상한제와 400만 달러 샐러리캡은 이중 제한이지 않나. 이중 제한이 필요할까”라며 “400만 달러 샐러리캡 안에서 구단들이 자유롭게 쓸 수 있도록 제한을 푸는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라고 전했다.
B구단 단장 역시 “개별 제한보다는 총량 제한을 그대로 두면서 구단별로 유연하게 돈을 쓸 수 있도록 하면서 다른 외국인 선수 전략을 쓴다면 팬들 역시도 보는 재미가 생기고 구단 색깔도 생길 것 같다”라는 생각을 언급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아직 신설된지 5년도 안된 규정을 다시 엿가락처럼 바꾸는 것에 회의적인  견해를 내비치기도 한다. 편의주의적 행정이라는 것. 좀 더 지켜보고 충분한 데이터가 나온 뒤에 규정의 변화 등을 논의하는 게 옳다는 주장을 펴는 관계자도 있다.
D구단 고위 관계자는 “개인적으로 ‘굳이 이 제도가 필요할까’라는 생각을 하기는 했다”라고 전제를 했다. 그러나 “100만 달러 상한제는 10개 구단 모두 똑같은 조건이다. 국내 구단들끼리 유불리가 있는 것은 아니지 않나. 모두가 똑같은 조건이다”라며 “치열하게 논의를 했고 정해진 규정이다. 지금 상황이 좋지 않다고 또 규정을 바꾸는 것은 반대한다. 한 번 규정을 정하면 10년은 지켜봐야 한다”라고 밝혔다. /jhrae@osen.co.kr
2020년 두산에서 활약한 뒤 20201년 ML 시애틀로 유턴에 성공한 크리스 플렉센. 플렉센은 이적료 포함 100만 달러에 KBO리그 무대를 밟았다. 하지만 이제 플렉센급 선수가 100만 달러에 한국을 택할 가능성은 사라졌다 /OSEN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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