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호-손아섭 이적에 뿔난 팬심, 냉철한 구단…감성과 이성의 충돌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22.01.01 11: 16

올 겨울 KBO리그 FA 시장의 주목할 만한 특징은 프랜차이즈 스타들의 무더기 이적이었다. 나성범(NC→KIA), 박건우(두산→NC), 손아섭(롯데→NC), 박해민(삼성→LG) 등 데뷔 팀에서 10년 이상 뛴 원클럽맨들이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특히 롯데에서 15년을 뛴 ‘부산 사나이’ 손아섭의 NC행은 충격을 안겼다. 데뷔 팀은 아니지만 프랜차이즈 스타 그 이상 존재였던 박병호(키움→KT)의 이적은 이번 FA 시장의 상징적인 사건으로 남았다. 
팬심은 부글부글 끓는다. 손아섭을 놓친 롯데와 박병호를 떠나보낸 키움이 뿔난 팬심으로부터 집중포화를 맞고 있다. 전성기를 지켜보면서 10년 넘게 함께한 간판 선수를 하루아침에 잃은 팬들의 허탈감을 쉽게 달랠 수 없다. 

박병호-손아섭 /OSEN DB

구단은 과거보다 미래를 봐야 한다. 냉정하게 박병호와 손아섭은 전성기에서 내려오는 선수들이다. 올해로 박병호는 36세, 손아섭은 34세 베테랑이다. 박병호는 최근 2년 연속 하락세가 뚜렷했고, 손아섭도 지난해 장타력이 눈에 띄게 떨어졌다. 
첨단 장비 발달로 각종 데이터를 세분화해 수집하는 현대 야구에선 그 어느 때보다 근사치에 가까운 미래 결과값을 얻을 수 있다. 미래를 정확하게 맞출 순 없어도 확률을 높일 수 있다. 철저하게 계산기만 두드려보면 전성기 지난 선수에게 FA 계약으로 거액을 쓰는 것은 리스크가 크다. 프로는 냉철한 비즈니스 세계다. 
박병호 /OSEN DB
게다가 2023년부터 KBO리그는 연봉 총액 상한 제도 샐러리캡이 도입된다. 구단들은 이제 효율적인 페이롤 관리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과거 성적과 스타성만으로 무턱대고 큰돈을 주면 선수단 구성에 제약이 생길 수 있다.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접근법으로 키움이 박병호를, 롯데가 손아섭을 잡지 않은 건 이해 못할 결정은 아니다.  
하지만 스포츠의 세계는 결코 이성과 합리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팬심은 이성이 아닌 감성의 영역에 가깝다. 팬들이 합리적이고 이성적이라면 수십 년간 우승 못하는 팀들을 조건없이 응원할 이유는 없다. 오랜 기간 추억을 함께해온 프랜차이즈 스타의 무형적 가치, 감성적 영향력을 결코 무시할 수 없다. 
손아섭 /OSEN DB
이성과 감성의 충돌이다. 무엇이 정답인지 정해진 것은 없지만 이 딜레마를 푸는 게 구단의 숙제다. 뿔난 팬심을 달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성적을 내는 것이다. 그러나 당장 성적이 떨어지면 거센 후폭풍을 피하기 어렵다. 키움과 롯데의 2022년이 더욱 주목받는 이유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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