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가 위기다. 1982년 출범한 프로야구는 올해 40주년을 맞이하지만, 리그 성장세는 정체되고 팬들로부터 질타를 받는 일이 잦아졌다. 리그 경쟁력은 오히려 퇴보하고 있다는 지적, 선수들의 일탈 행위는 늘어나고 팬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KBO가 내세우는 청사진은 공염불에 그치고 있다. 구단 이기주의는 여전하다. 야구계 모두가 KBO리그의 위기 상황을 짚어보고 다시 인기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야구팀
1982년에 출범한 KBO리그는 어느덧 40년 역사의 리그가 됐다. 사람의 나이로 치면 ‘불혹’을 넘어섰다. 불혹은 ‘세상 일에 정신을 빼앗겨 갈팡질팡하거나 판단을 흐리는 일이 없게 되는 나이’로 불린다.
대한민국 최초, 최고의 프로스포츠로 군림하던 KBO리그다. 이제는 성숙해진 어른의 모습을 갖추고 모범이 되어야 했다. 그러나 불혹의 KBO리그는 여전히 철이 없다. 온갖 일탈이 난무했고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행동과 결정, 절차들로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팬심은 당연히 들끓었고 야구를 향한 관심은 차가워졌다. 또한 KBO리그를 지탱하는 요소 중 하나인 리그 경기력과 경쟁력도 과거에 비해 떨어졌다는 평가도 주를 이룬다. ‘우물 안 개구리’의 진부한 표현이 이제는 어울리게 된 KBO리그다. KBO리그 스스로 팬들의 관심에서 멀어지도록 상황을 자초했다.

지난해 KBO리그는 흑역사의 연속이었다. 송우현(전 키움)의 음주운전이 적발됐고 애런 브룩스(전 KIA)가 대마초 성분이 검출된 전자담배를 구입하면서 퇴단을 당했다. 사실 이 정도의 잡음은 놀랍지 않을 정도로 KBO리그를 향한 도덕적 잣대는 낮아졌다. 가장 큰 이슈는 시국을 감안하지 않은 일탈이었다. 코로나19 시국이 장기화되면서 거리두기와 집합금지 등 각종 제약에 지쳐갈때 쯤 NC 박석민, 이명기, 권희동, 박민우가 원정 숙소에서 외부 여성 지인 2명과 밤새 술판을 벌였다. 이 역시 박석민, 이명기, 권희동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며 알려지게 됐다.
문제는 그 이후다. 당시 상대 팀이었던 두산에서도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고 NC와 두산 선수단이 대다수가 밀접접촉자 판정을 받았다. 자가격리로 1군 선수단 파행 운영이 불가피진 상황. 매뉴얼 상으로는 확진자와 밀접접촉자가 나와도 중단 없이 리그를 진행하는 게 원칙이었다.
하지만 KBO리그는 중단 됐다. 역사상 처음. 이사회에서 리그 중단을 의결하는 과정에서는 정지택 총재가 특정팀을 비호하는 듯한 부적절한 의사 진행 발언이 세상이 알려지면서 팬들의 지탄을 받기도 했다. 논란이 커지자 문화체육관광부가 이사회 회의록을 들여다 보는 등 홍역을 치렀다.

키움(안우진, 한현희), 한화(주현상, 윤대경) 등도 술판 파문에 휘말렸다는 사실도 알려지며 팬들의 신뢰는 바닥으로 떨어졌다. 여기에 원칙을 어긴 리그 중단, 그리고 이후 도쿄올림픽에서의 졸전과 노메달 수모까지. 리그 권위를 스스로 떨어뜨린 행동들로 리그 인기는 급강하 했다. 역대급 순위 경쟁 시즌이었지만 팬들, 그리고 중계사들은 KBO리그를 외면했다. 정규시즌 막판 선두 경쟁 팀의 중계가 여자배구에 밀렸고 포스트시즌 일부 경기들도 지상파 전파를 타지 못하는 등 수모를 겪어야 했다.
하지만 이런 수모는 자업자득이었다. 안그래도 리그 질적 하락에 대한 우려가 끊이지 않았던 상황. 여기에 선수들의 부족한 도덕적 관념까지 더해지면서 리그의 인기도, 신뢰도 추락을 자초했다.
도쿄올림픽에서의 노메달은 리그 경쟁력에 대한 우려를 더 이상 간과할 수 없다는 신호였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의 영광에만 취해서 강산이 변하는 시간 동안 발전하지 못했다는 것은 곱씹어봐야 하는 지점이다. 경기력 역시 성숙해지지 못했다는 평가도 주를 이룬다. '숙적' 일본과의 격차는 이전보다 더 벌어졌다는 것을 확인했고 한 수 아래라고 평가 받았던 국가들에게도 고전을 면하지 못했다.
베이징올림픽의 성공으로 10개 구단 확장, 144경기 체제 확립, 중계권료 상승 등 양적 팽창은 이뤄졌지만 내실을 다지지 못했다. 평균 미달의 투수들의 1군 마운드에 올라와야 했고 경기력의 질은 떨어졌다. 국제대회에서의 졸전도 궤를 같이 한다. 최선을 다하고 최고가 되려고 하지 않고 ‘적당히’만 하면 구단들은 띄워주고 팬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다. 일반 대중들은 구경하기도 힘든 억대의 연봉은 몇 년만 반짝 활약하면 손쉽게 만질 수 있는 돈이 됐다. 100억 계약도 심심치 않아진 현실. 천문학적으로 연봉은 상승했지만 경쟁력과 질은 예년에 비해 한참 못 미치고 높아진 팬들의 눈높이를 맞출 수 없게 됐다.
불혹을 넘는 성인이고 고액 연봉군에 속하는 직업이 된 만큼 책임감도 커져야 한다. 하지만 책임감은 커녕 여전히 일반 대중들의 도덕적 관념과 잣대를 저울질 하려는 행태만 보이고 있다. KBO리그의 도덕적 해이는 이미 도를 넘었다. 지금의 관심과 인기도 과분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코로나19로 무관중 및 입장 제한이 이뤄지면서 체감 되지는 않지만 시국이 끝나도 과연 관중석이 예전처럼 가득 찰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떠나지 않는다.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하는 것은 순식간이다. 불과 20년 전만 하더라도 텅텅 빈 관중석에서 야구를 하던 시절도 있었다. 선수들은 뼈를 깎는 노력으로 경기력을 끌어올려야 하고 구단과 리그도 현재의 상황을 자각하며 쇄신해야 한다. 이제는 부디, 어른이 되기를 바란다. /jhrae@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