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선수들이 바로 적응하기 어려운 리그다.”
카를로스 수베로(50) 한화 감독은 지난해 11월 마무리캠프 일정을 마친 뒤 이렇게 말했다. 그는 “선수들의 잠재력은 보였지만 전체적으로 일관성이 떨어졌다. 어린 선수들에게 대략 800타석 정도 줬는데 타율이 1할7푼에서 8푼에 그쳤다. 생각만큼 올라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외야를 두고 한 말이었다.
지난해 한화는 최인호, 임종찬, 조한민, 이원석, 유로결(개명 전 유장혁), 장지승, 강상원 등 24세 이하 외야수들에게 총 818타석을 부여했다. 전체 외야 1732타석의 절반 가까이 투자했다. 리빌딩 시즌에 맞춰 어느 때보다 많은 기회를 부여했지만 도합 타율 1할7푼3리 13홈런 OPS .536에 그쳤다.

개막 엔트리에 들어 시즌 초반 선발 기회를 받았던 임종찬(.152)과 유로결(.143)이 1할대에 머물렀다. 공식 포지션은 내야수이지만 외야수로 더 많이 나온 조한민도 홈런 5개로 장타력을 보여줬지만 타율은 1할대(.197)였다. 시즌 막판 가능성을 보인 최인호(.206)가 유일하게 타율 2할을 넘겼다.
2020년 시즌을 마친 뒤 베테랑 선수들을 대거 정리하며 전면 리빌딩에 들어간 한화는 하주석, 정은원, 노시환으로 이뤄진 내야가 빠르게 세팅됐다. 그러나 외야는 내야만큼 크지 않았다. 혹독한 시행착오를 겪었다. 노수광, 정진호, 김민하 등 1군 경험 있는 고참 선수들의 부진까지 겹치면서 지난해 한화 외야는 타율 1할9푼7리 OPS .566으로 리그 최악이었다.
출전 기회를 보장한다고 해서 어린 선수들이 쑥쑥 크는 게 아니라는 현실을 깨달았다. 수베로 감독은 “KBO리그는 어린 선수들이 바로 퍼포먼스를 내기 어려운 곳이다. 미국처럼 마이너리그가 단계별로 나눠져 있지 않기 때문”이라며 “고교 졸업한 지 얼마 안 된 선수가 20대 중후반 선수들 상대로 잘하는 게 쉽지 않다. 결과가 좋지 않으면 선수들이 자신감도 잃을 수 있다”고 짚었다.

데뷔 첫 해부터 톱클래스 성적을 낸 이정후(키움), 강백호(KT)도 있지만 그들은 보통을 뛰어넘는 아웃라이어 선수들이다. 보통 대다수의 선수를 기준으로 육성에는 단계와 시간이 필요하다. 이런 현실을 파악한 수베로 감독은 내부 FA 포수 최재훈 잔류와 함께 외부 FA 외야수 영입을 바랐다.
그러나 수베로 감독의 바람은 이뤄지지 않았다. 나성범(KIA), 김재환(두산), 김현수(LG), 박건우, 손아섭(이상 NC), 박해민(LG) 등 어느 때보다 외야 FA 자원이 풍부했지만 한화는 빈손으로 마무리했다. 박건우에게 관심을 갖고 영입 타당성을 내부 검토했지만 육성 기조를 이유로 시장에서 발을 뺐다.
수베로 감독은 FA 지원 없이 2년차 시즌에 다시 외야 리빌딩 숙제를 풀어야 한다. 성장세를 보여준 최인호와 조한민이 상무야구단에 입대했고, 정진호와 김민하 등 베테랑 선수들이 방출되면서 외야 가용 자원은 조금 줄었다. 수베로 감독에게 쉽지 않은 숙제다.

공수주 삼박자를 갖춘 메이저리그 출신 외야수 마이크 터크먼이 새 외국인 타자로 합류한 것이 그나마 다행이다. 외야의 기둥 하나를 세워둔 채로 나머지 두 자리를 맞춰야 한다. 지난해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와 깜짝 활약한 김태연의 코너 외야 컨버전과 시카고 컵스 마이너리그 출신 외야수 권광민의 입단이 기대할 만한 요소. 부상으로 고생한 노수광이 부활한다면 정말 큰 힘이 될 수 있다. 지난해 데뷔 후 개인 최다 플레잉 타임을 쌓은 장운호, 유로결, 임종찬, 이원석의 성장도 뒷받침돼야 한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