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아섭은 라이벌 구단인 NC로 떠났다. 이대호도 곧 은퇴를 한다. 전준우와 안치홍은 한 살을 더 먹었다. 팀 타선을 이끌 구심점들의 연령대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이제는 만년 유망주, ‘포스트 이대호’라는 그늘에 머물러서는 안된다. 더 이상의 방어막과 면죄부는 없다. 한동희(23)는 이제 팀 타선의 완벽한 중심으로 거듭나야 한다.
롯데는 2022시즌을 앞두고 선수단 안팎의 큰 변화와 마주한다. 팀 내야진을 지탱하고 이끌며 수비 안정화에 기여했던 유격수 딕슨 마차도와 재계약을 포기하고 외야수인 DJ 피터스와 계약을 맺었다. 또한 내부 FA이자 프랜차이즈 스타였던 손아섭을 NC로 떠나 보냈다. 공수에서 중대한 변화다. 그리고 타자 친화적인 사직구장의 외야가 확장된다. 구장 규격이 커지고 펜스 높이도 높아진다. 투수 친화적인 구장으로 변신 중이다.
입단 5년차를 맞이하는 한동희는 지난 2년은 풀타임 주전으로 거듭난 한 해였다. ‘포스트 이대호’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2020시즌부터 붙박이 3루수로 기회를 부여 받았고 2할 후반대 타율 15개 안팎의 홈런을 칠 수 있는 타자라는 계산을 서게 했다. 지난해 17홈런은 이대호(19개)에 이어 팀 내 2위였다. 하지만 여전히 유망주라는 방패막이 있었고 현재의 부족한 부분은 향후 만개할 잠재력, ‘경험이 쌓인다면’이라는 가정으로 치환되기도 했다. ‘온실 속 화초’에서 조금씩 벗어나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 방패막이는 사라졌다. 5년차를 맞이하고 지난 2년을 풀타임으로 뛰었다. 이제 유망주에 머물러서는 안된다. 팀의 전면에 나서 타선의 중심으로 거듭나야 한다. 시기적으로도 그렇지만 상황적으로도 한동희에게 더 많은 것을 기대하게끔 만들었다. 손아섭이 이탈했고 정훈 역시 아직 잔류를 장담하기 힘들다. 외국인 선수 피터스는 장타력을 갖추고 있지만 아직 베일을 벗기 전이다. 전준우와 안치홍이 현재 타선의 중심인데 두 선수만으로는 부족하다. 교타자인 손아섭과 다른 슬러거 유형의 한동희다. 그러나 손아섭이 맡았던 중심 타자의 역할을 해야한다. 관건은 꾸준함. 한동희는 기복이 심했다. 매달 롤러코스터를 탔다.
▲2021시즌 한동희 월별 기록
4월 23경기 타율 .295 4홈런 19타점 OPS .934
5월 19경기 타율 .162 2홈런 8타점 OPS .548
6월 15경기 타율 .306 3홈런 9타점 OPS .945
7월 7경기 타율 .138 1홈런 2타점 OPS .460
8월 16경기 타율 .152 0홈런 3타점 OPS .484
9월 26경기 타율 .349 3홈런 13타점 OPS .975
10월 23경기 타율 .310 4홈런 15타점 OPS .895
타석에서 기복을 줄여야 한다. 김민수, 나승엽 등의 대체 3루수 자원들이 있지만 한동희가 보여준 모습에 비할 바는 아니다. 이제 한동희의 부진과 이탈은 단순한 유망주의 성장통으로 치부할 수 없다.
수비 역시 마찬가지다. 이제 한동희의 옆을 든든하게 지켰던 유격수 마차도는 없다. 한동희의 수비 범위는 넓은 편이 아니었지만 마차도가 한동희의 범위까지 커버했다. 3-유간의 수비력은 전적으로 마차도에 의지했다. 그러나 이제 마차도 대신 배성근, 김민수 혹은 김세민, 한태양 등 신인 유격수들이 나서게 된다. 한동희가 3-유간의 기둥이 되어 내야진을 이끌어야 한다. 지난 2년 간 31개의 실책을 범한 한동희의 수비도 안정감을 갖추고 모두에게 믿음을 심어줘야 한다.

사직구장 확장도 한동희의 변수 중 하나. 가운데 담장까지 거리는 121m로 멀어지고 담장은 6m로 높아진다. 홈런 수치의 하락을 예상할 수 있다. 하지만 한동희는 리그에서도 손꼽히는 타구 스피드를 보유하고 있다. 또한 지난해 홈런 평균 비거리 리그 3위(120.6m)에 올랐다. 17홈런 중 125m 이상 대형 홈런은 10개였다. 쳤다하면 멀리 뻗는 타구를 양산했다. 구장 확장의 악재까지 뛰어넘는 장타력을 과시할 수 있다는 희망이 있다.
과연 한동희는 ‘포스트 이대호’의 그늘에서 벗어나 한동희 그 자체로 자신의 존재감을 드높이고 팀의 중심으로 거듭날 수 있을까. 모두가 하위권으로 예상하는 롯데의 전력. 한동희의 활약 여부에 따라 예상 순위는 더 높아질 수 있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