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S우승 비법①]-팀을 제대로 이끌 감독 선임이 최우선이다
OSEN 박선양 기자
발행 2022.01.04 10: 05

지금까지 이런 프로야구 스토리는 없었다. 프로야구단 운영의 한축을 맡아 3년 프로젝트로 우승을 향해 달려가고 마침내 목표를 이룬 야구단 임원이 직접 밝힌 비법이다. 한국프로야구 40년사에 야구단 경영진이 팬들의 야구단에 대한 이해도를 넓히기 위해 자신이 경험한 것들을 에세이로 펼쳐낸 것은 처음이다. 프로야구단의 고위 임원으로 지내면서 팀을 어떻게 강팀으로 만드는지 그 과정 과정 하나씩을 세밀하게 풀어내 팬들에게 알려주는 첫 작품인 것이다. 비록 기사형식이 아닌 자전적 에세이로 쓰여졌지만 야구팬이라면 관심을 가질만한 프로야구단 프런트의 이야기이다. 작가 자신을 비롯해 등장인물들은 실존하는 분들이지만 필명과 가명으로 했다. 이해 당사자들과 팬들의 오해가 없기를 바란다. 지난 해 겨울 방송드라마 ‘스토브리그’가 팬들의 높은 관심을 끌었듯이 이번에는 프로야구 최고 전문지인 OSEN을 통해 에세이 ‘스토브리그’가 야구팬들을 찾아간다.  [편집자주]
▲선장 뽑기(상편)
– 승부를 가져올 수 있는 전략적 역량

잠실구장에 관중들이 가득찬 가운데 포스트시즌 경기가 진행되고 있다. / OSEN DB

2016년 10월 중순 어느 날 오후, 앤더슨은 나를 자신의 집 2층 서재로 안내했다. 앤더슨은 K구단의 감독 후보들중 한 명이어서, 이날 인터뷰가 예정되어 있었다. 그래서 나를 그의 미국에 있는 집으로 초청한 것이다. 
나무계단을 이용해서 2층에 들어선 순간, 한쪽 벽면에 사슴을 비롯한 동물 박제들이 걸려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겨울철이 되면, 취미로 사냥을 즐긴단다. 눈 쌓인 로키산맥에 올라 사냥했던 장면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우리들 사이의 어색한 분위기를 조금이나마 누그러뜨릴 수 있었다.  
서재에는 서너 개의 길쭉한 테이블들이 각각의 벽면을 따라 놓여 있었다. 그리고 그 위에 다양한 책과 자료들이 정리되어 있었다. 우리가 소파에 둘러앉았을 때, 소파 테이블 위에도 두툼한 세 개의 파일이 눈에 띄었다. K구단의 이름이 붙여진 파일들이었다. K구단 감독 후보 인터뷰를 앞두고, 앤더슨은 많은 준비를 한 것 같았다.
나는 앤더슨과의 인터뷰를 위해서 3가지 범주의 질문들을 준비했다. 경기에서 이길 수 있는 전략 및 전술 역량, 원팀으로 만들 수 있는 리더십 역량, 그리고 외국인 감독으로써 한국 선수들과의 문화적 차이를 극복할 수 있는 능력이다. 테이블에 놓여진 K구단의 파일들을 살펴보면서, 자연스럽게 첫번째 주제부터 질의 응답이 이루어졌다.  
“K구단을 공부하면서, 홈런에 편중된 득점력과 많은 수비에러 등의 문제점은 이미 파악하셨겠군요. 감독이 된다면, K구단을 어떻게 강팀으로 만들 수 있겠습니까?”
나는 K구단의 장단점을 감안한 강팀 구축방안을 알고 싶었다.
“K구단이 장타력은 좋지만, 출루율이 낮아서 득점력이 많이 떨어지죠. 출루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번트 등 스몰 볼(small ball) 전략*과 투 스트라이크 플랜(two strike plan)*을 접목시킬 필요가 있어요. 그리고 디테일한 수비 연습을 통해서 수비 에러를 최소화하고, 더블 플레이 연습을 강화해야 할 것 같아요.”
(* small ball 전략: 점수를 내기 위해 번트, 희생플레이나 도루 등 다양한 작전야구를 수행하는 것
* two strike plan: two strike 이후에는 방망이를 짧게 잡고 타격의 정확도를 높이는 것)
앤더슨은 마치 이 질문을 예상이라도 했다는 듯이, 자신있는 말투로 답변을 하였다. 이후 강팀 구축방안과 관련된 질의 응답은, 최대한 디테일한 내용까지 이어졌다. 앤더슨이 제시한 주요 방안들을 집중적으로 질문하는, 압박 면접과 같은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출루율을 높이기 위한 선수들의 타격 방안, 경기중 스몰 볼 전략을 실행할 수 있는 타이밍이나 상황, 선수들이 투 스트라이크 플랜을 제대로 실행할 수 있도록 하는 연습방법, 그리고 디테일한 수비연습 방안 등등. 
앤더슨과의 인터뷰 내내 진지하면서도 긴장된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사실 그는 미국 감독을 역임했을 뿐 아니라, 일본 프로야구단에서도 감독을 하면서 우승까지 경험했던 인물이다. 그리고 당시 미국 메이저리그의 현직 수석코치로 활동 중이었다. 그래서 K구단이 감독직을 제안해도, 협상이 결렬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다. 굳이 한국 프로야구단에 올 의사가 없을 수도 있고, 과거 화려한 경력으로 인해서 높은 연봉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결렬될 수 있더라도, 일단 그를 만나보기로 결심했다. 최소한 앤더슨이 다른 미국 후보들의 역량 수준을 측정할 수 있는 가늠자 역할은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였다. 
당시 K구단은 5~6년동안 리그 중위권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나는 리더십의 획기적인 변화없이는, K구단이 우승을 노려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KBO리그에서 경험이 많은 감독들은 아예 후보군에 제외시켰다. 대신 국내의 젊은 감독 후보들과 함께, 앤더슨을 포함한 미국의 감독 후보들을 만나보기로 했다. 
미국으로 떠나기 전에, 국내의 감독 후보들과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후보들 중에서는 K구단에서 선수와 코치생활을 오랫동안 한 이경진 코치도 있었다. 이경진 코치는 1군뿐 아니라 2군 선수들 개개인의 역량까지도 파악하고 있었다. 따라서 ‘강팀 만들기’를 위해서 1군의 약한 포지션에 대한 선수 스카우트와 함께, 육성계획까지 포함된 실행이 필요하다고 역설하였다. 
“유격수 포지션에 FA나 트레이드가 꼭 필요합니다. 그리고 다양한 득점 루트를 만들기 위해서는, 장타력보다는 타격의 정확도가 높은 선수를 키워내야 합니다. 또한 강한 수비력을 바탕으로 한 지키는 야구가 이루어져야, 경기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경진 코치의 ‘강팀 만들기’ 계획은 주로 개별 선수의 능력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이에 비해 앤더슨은 감독의 전략 및 전술역량에 비중을 많이 두고 있었다. 앤더슨이 개별 선수들의 능력을 충분히 파악하지 못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이경진코치와 앤더슨의 ‘강팀 만들기’ 계획은 서로 보완될 수 있는 의미있는 방안들이라고 생각했다. 
한국프로야구에 미국 출신 외국인 감독의 개척자인 제리 로이스터 전 롯데 자이언츠 감독 (기사의 특정사실과 관련없습니다) / OSEN DB
K구단의 ‘강팀 만들기 전략’에 대해 앤더슨과 1시간이 넘는 질문과 답변이 오고 간 후, 나는 대화의 주제를 바꿨다. 앤더슨이 어떤 리더십으로 선수단을 이끌어갈 수 있는 지가 궁금했다. 그러자 그는 기다렸다는 듯이 답변을 내놓았다. 
“나의 리더십은 ‘존중’과 ‘신뢰’를 가장 중요한 기반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그래서 꾸준한 대화를 통해서 이 두 가지를 만들어 갑니다.”
그는 선수와 코치들 상호간에 존중과 신뢰를 바탕으로 한 관계가 형성이 되었을 때, 좋은 성적을 만들 수 있다고 믿었다. 이것을 위해 그 자신이 가지고 있는 야구관이나 경기 운영방식을, 선수들에게 일방적으로 강요하지 않는단다. 대신 많은 대화를 통해서 서로에게 믿음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한다고 했다.  
앤더슨은 감독으로서 선수들에게 신뢰를 느낄 때는, 선수들이 그의 지시를 잘 따라 주었을 때가 아니란다. 그것 보다는 선수들이 자신의 역할을 잘 해줬을 때이다. 홈런을 칠 수 있는 선수가 홈런을 치고, 주루 플레이가 좋은 선수가 도루를 성공했을 때이다. 이렇게 스스로의 장점을 살려나갈 때, 선수들도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 
“그리고 나는 ‘사람들간의 관계’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특히 가족간의 사랑이 저의 인간관계의 근간이 되고 있지요.”
가족간에 서로 존중하고 신뢰할 수 있어야 하고, 이것은 코칭스태프와 선수들, 야구단 프런트, 더 나아가 야구단과 팬들과의 관계에서도 똑같이 적용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미국 프로야구선수들의 절반이상이 이혼을 한단다. 일년에 6개월이상을 부인과 떨어져 살 수밖에 없으니까, 어쩌면 당연할 수도 있다. 앤더슨의 가족 사랑은 이러한 환경에서 나온 것이다)
------감독 선임편 다음 이야기는 1월 7일(금) 연재됩니다.
/글. 유진  /사진. OSEN (사진은 기사의 특정사실과 관련이 없습니다)
*이전 기사 목록
= [KS우승 비법①]-팀을 제대로 이끌 감독 선임이 최우선이다  (https://sports.news.naver.com/news.nhn?oid=109&aid=0004535584)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