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1000억 시대, 전성기 장종훈이었다면 얼마 받았을까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22.01.03 03: 46

KBO리그에 FA 총액 1000억원 시대가 왔다. 아직 FA 미계약자 정훈이 남아있지만 계약을 끝낸 14명의 FA 선수 몸값 총액은 971억원에 달한다. FA 신분은 아니지만 내년 FA를 포기한 대가로 다년 계약한 SSG 박종훈·문승원·한유섬의 계약을 더하면 1151억원으로 불어난다. 
지난 1982년 출범 후 40년 동안 리그와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선수들의 몸값도 천청부지로 치솟았다. 지금 야구 잘하는 선수들은 시대를 잘 만난 행운아들이다. FA 제도가 도입되기 전에 화려한 전성기를 보냈던 옛 스타들로선 부러운 마음이 들지 않을 수 없는 요즘이다. 
KBO리그 최초로 40홈런 시대를 열며 3년 연속 홈런왕(1990~1992)에 통산 340홈런을 기록한 ‘레전드’ 장종훈(54) 전 한화 수석코치는 선수 생활 말년에 FA를 한 번 했다. FA 도입 2년째였던 2000년 시즌 후 계약금 1억6000만원, 연봉 1억3000만원, 연간 인센티브 5000만원 등 총액 7억원 조건에 원소속팀 한화와 재계약했다. 당시 그의 나이 만 32세로 전성기에서 내려오던 시기. 

2006년 KBO 올드스타 올스타전 때 장종훈이 연습 스윙을 하고 있다. 2006.07.22 /OSEN DB

현행 FA 규정을 적용하면 장 코치는 1994년 시즌을 마친 뒤 첫 FA 자격을 얻을 수 있었다. 만 26세 전성기 때다. 연습생 출신으로 1987년 빙그레에서 데뷔한 장 코치는 1994년까지 첫 8년간 861경기 타율 2할8푼8리 797안타 169홈런 553타점 451볼넷 611삼진 출루율 .398 장타율 .535 OPS .933으로 맹활약했다. 
이 기간 홈런, 타점, 장타율, OPS 1위를 휩쓸었다. 리그에서 가장 무서운 타자가 만 26세에 FA가 됐으니 요즘 시세라면 올 겨울 역대 최고액 타이 150억원(6년) 계약을 따낸 나성범(KIA) 이상의 특급 대우를 받았을 것이다. 
빙그레 시절 장종훈 /한화 이글스 홈페이지
부질없는 가정에 웃음을 터뜨린 장 코치는 “FA를 한 번 했는데 그때는 제도가 자리잡기 전이었다. FA에 대해 이해도가 낮았고, 뭐가 뭔지 잘 모르고 하던 때였다”며 “요즘 FA는 부르는 게 값인 것 같다. (부러움은) 저보다 이만수, 김성한, 박철순 등 윗세대 선배 분들이 훨씬 더 크실 것이다”고 이야기했다. 장 코치야 FA를 한 번이라도 해봤지만 원년 스타들은 한 번도 못해보고 은퇴를 했다. 
선수 은퇴 후 한화와 롯데에서 타격코치, 수석코치를 지낸 장 코치는 지난해 세광고와 유원대에서 후진 양성에 힘을 썼다. 처음으로 프로 무대를 떠나 아마추어 팀에서 지낸 그는 “35년 만에 아마추어 야구를 직접 경험했는데 환경이 너무 열악했다. 고교야구는 그나마 프로 스카우트들의 관심도 받지만 대학야구 상황은 그렇지 않다. 경기장 환경도 그렇고, 경기 수가 부족해 선수들이 경험 쌓을 기회가 많지 않다. 몇 경기로 선수들을 판단하기 어렵다. 재정적 문제도 큰 것 같더라”며 구조적인 어려움에 안타까워했다. 
새해에는 유소년 지도에 나선다. KBO 넥스트레벨 트레이닝캠프 감독으로 선임, 1~2월 제주도에서 열리는 유소년 캠프를 총괄한다. KBO 차원의 우수 유소년 육성 프로젝트로 초등부, 중등부로 나눠 전국 유망주들을 한 데 모아 지도한다. 장 감독을 필두로 김동수 배터리코치, 차명주·홍민구 투수코치, 이종열 타격코치, 채종국 수비·주루코치 등 경험 많은 프로 출신 지도자 6명이 뭉쳤다. 
중책을 맡은 장 감독은 “KBO에서 좋은 기회를 주셨다. 오는 10일 소집해서 11일부터 캠프 훈련이 시작된다. 선수 인원이 44명으로 많다. 기본기 위주로 선수들이 다치지 않고 건강하게 할 수 있도록 코치 분들과 잘해보겠다”고 다짐했다. /waw@osen.co.kr
장종훈 KBO 넥스트레벨 트레이닝캠프 감독 /OSEN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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