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성선수→방출→아마 코치→재입단…인간승리 FA의 메시지 "우리도 할 수 있다"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22.01.06 08: 35

“나 같은 레벨의 선수들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졌으면 한다.”
인생의 첫 번째 챕터는 순탄하지 않았다. 가장 자신 있었고 평생을 해왔던 야구를 그만둬야 할 위기가 숱하게 있었다. 하지만 모든 위기를 이겨내고 야구 선수들의 목표 중 하나인 FA 계약까지 체결했다. 롯데 자이언츠 정훈(35)은 ’버티는 자가 강하다’라는 진리를 다시 한 번 일깨워주며 메시지를 던졌다.
정훈은 지난 5일 롯데와 3년 총액 18억 원에 FA 계약을 체결했다. 올 겨울 마지막 FA 선수였던 정훈까지 계약을 맺으면서 올해 FA 시장은 막을 내렸다.

롯데 자이언츠 정훈 /OSEN DB

박건우(6년 100억 원), 나성범(6년 150억 원) 김현수(4+2년 115억 원), 김재환(4년 115억 원) 등 100억대 계약이 쏟아져 나왔고 총 989억 원이 오가는 역대급 FA 시장이었다. 과열된 시장 속에서 정훈이 맺은 계약 규모는 초라하고 작을 수 있다. 
하지만 정훈이 걸어온 야구 인생을 곱씹어보면 3년 총액 18억 원이라는 금액 자체보다는 FA 계약을 체결했다는 것 자체가 의미 있을 수 있다. 프로 입단 이후 그동안 야구를 더 이상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과 압박감을 극복했다. 잡초처럼 끈질기게 버티며 현재의 위치까지 왔다. 화려하지 않았고 스포트라이트를 받지는 못했지만 끝까지 버티면서 FA 계약까지 마쳤다. “그동안 잘 버틴 나 자신이 대견하고 감사하다는 생각이 든다”라고 조심스럽지만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이유다.
현대 유니콘스 시절 정훈 /OSEN DB
마산 용마고를 졸업한 정훈은 2006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지명을 받지 못했다. 현대 유니콘스에 육성선수로 입단했다. 그러나 1군 무대를 밟지 못한 채 방출 통보를 받았다. 방출 통보를 받고는 현역으로 군 입대했다. 당시에는 이례적이었다. 
제대 이후에도 마땅한 소속팀을 찾지 못했다. 모교인 마산 양덕초등학교에서 코치가 됐다. 이대로 정훈의 현역 선수 커리어가 소리소문 없이 끝나는 듯 했다. 하지만 마지막 기회가 기적적으로 찾아왔고 2009년 말 다시 육성선수로 롯데 유니폼을 입었다.
결국 악바리 같은 모습이 당시 제리 로이스터 감독의 모습의 눈에 띄었고 1군 무대에서 자리를 잡았다. 은퇴를 앞둔 조성환의 2루 후계자로 주목 받았고 타석에서의 끈질긴 자세로 2014~2016년, 풀타임 2루수와 리드오프로 활약하며 어엿한 주전이 됐다.
그러나 수비 불안이 정훈의 발목을 잡았다. 주전 자리를 내주며 2루수 자리에서 밀려났다. 외야와 1루 등을 전전하다가 점점 입지가 줄어들었고 2019시즌이 끝나고는 다시 한 번 방출의 위기를 겪었다.
숱한 위기의 순간들을 이겨낸 정훈은 다시 한 번 오뚝이처럼 일어섰다. 2020시즌 허문회 전 감독 체제 하에서 캠프 MVP가 됐고 신뢰를 얻으며 주전 1루수로 도약했다. 결국 FA를 앞두고 2시즌에서 커리어 최상의 결과를 내며 FA 신청까지 할 수 있었다. 타구단의 제의도 없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정훈은 일편단심 롯데만을 생각하며 잔류했다.
계약서에 도장을 찍으면서 프로에 입단하고 흘러간 16년의 시간들, 그 속에서 역경의 순간들이 어렴풋이 떠올랐다. "나는 스타가 아니다. 굳이 따지면 프랜차이즈 선수"라며 자신을 낮춘 정훈이다. 그리고 자신과 비슷한 위치에 있던 선수들에게 메시지를 전했다.
이대호와 정훈 /OSEN DB
그는 “어려운 시기를 버티고 FA 계약까지 맺은 좋은 예가 된 것 같다. 다른 FA 선수들처럼 대박 계약을 맺은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계약을 맺는 사례가 몇프로나 되겠나”라면서 “그동안 숱한 위기가 있었지만 버텨냈다. 금액을 떠나서 FA 계약까지 했다. 나 같이 위기를 맞이했거나 힘든 시기를 버티는 선수들이 ‘우리 같은 레벨도 할 수 있다’라는 자신감을 가졌으면 좋겠다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자신처럼 아직은 빛을 보지 못한 채 미래의 스타를 준비하는 선수들을 향한 응원의 메시지를 던졌다.
숱한 역경을 극복한 인간승리의 드라마의 첫 번째 챕터가 마무리 됐다. 그리고 이제 다시 한 번 야구인생의 클라이막스를 향해 달려간다. 그는 다시 한 번 롯데 팬들을 향해 감사 인사를 전하면서 "남은 야구 인생에서 '롯데 자이언츠 정훈입니다'라고 소개할 수 있어서 정말 기쁘고 롯데 유니폼을 입고 남은 야구 인생 동안 결과로만 보답하고픈 마음이다"라고 말했다. /jhrae@osen.co.kr
롯데 자이언츠 정훈 /OSEN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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