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서건창(33)은 FA 재수를 선택했다. 현명한 선택이다. 지난해 FA 자격을 취득했으나, 하필이면 성적은 커리어 로우였다.
키움에서 연봉 삭감을 자청한 서건창은 심기일전, 시즌을 시작했으나 도중에 LG로 트레이드됐다. FA 등급은 B등급에서 A등급으로 올라갔고, 성적은 내리막길이었다. 한국시리즈가 끝난 뒤 FA 신청 기간에 고심 끝에 FA를 신청하지 않았다. 2022시즌 좋은 성적으로 거둔 후 도전할 계획.
하지만 서건창이 올해 2루 수비 부담을 극복하지 못하면 FA 재수의 의미도 없다. 성적에서 반등을 이루지 못한 채 FA 시장에서 관심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

서건창의 2루 수비력이 객관적으로 많이 떨어진 것을 부인할 수 없다. 수비 범위가 좁아진 것은 어쩔 수 없지만, 타격 성적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이 더 큰 문제다. 수비 출장 이닝이 많아질수록 타격 성적은 반비례다.
2015년 4월 9일 서건창은 두산 고영민과 충돌로 왼쪽 무릎 십자인대 파열 부상을 당했다. 재활 이후 수비에 급격히 영향을 받았다. 2루수 보다는 지명타자 출장이 점점 늘어났다.
게다가 2018년 3월 31일 삼성전에서 투수 최충연의 공을 타격하다 파울 타구에 종아리를 맞았다. 4주 정도 재활이 예상됐으나, 부상 기간이 길어지면서 전반기에 복귀하지 못했다. 후반기 8월 복귀했는데, 지명타자로만 출장했다. 후반기 30경기 타율 3할5푼1리(114타수 40안타)를 기록했다.
2019년 타율 3할(426타수 128안타)을 기록했는데, OPS는 .756으로 떨어졌다. 201안타를 달성한 2014년 이후로 처음 OPS .700대로 내려온 것. 2루수로는 481이닝 절반 정도 밖에 출장하지 않았는데도 수비 부담을 느끼기 시작했다.
2020년에도 2루수는 440⅔이닝 출장에 그쳤다. 절반 이상을 지명타자로 출장하면서 체력 조절을 배려받았음에도 타율 2할7푼7리 OPS .776으로 하락세가 이어졌다.

2021년은 커리어 최악의 시즌이 됐다. 전반기 키움에서 2루수로 출장이 많아졌다. 김하성이 메이저리그로 진출하면서, 2루수 김혜성이 유격수로 옮기고 서건창이 2루를 맡아야 했다. 후반기 LG로 트레이드됐고 주전 2루수는 변함 없었다.
지난해 서건창은 키움과 LG에서 2루수로 총 1037⅓이닝을 뛰었다. (전반기 키움에서 574⅔이닝). 2루수로 시즌 500이닝을 넘긴 것이 2017년 이후 처음이었다. 힘들었다. 시즌 타율은 2할5푼3리, OPS는 .693까지 추락했다.
전반기 타율/OPS는 .259/.725였는데, 후반기는 .247/.655로 떨어졌다. LG 팀 평균자책점이 키움 팀 평균자책점보다 낮았다는 것을 고려하면 숫자 이상으로 더 하락함 셈.
류지현 감독의 전력 구상에 ‘서건창=2루수'는 일단 변함이 없을 것이다. 스프링캠프에서 특별한 일이 발생하지 않는 이상. 개막 이후로도 이어질 것이다.
그러나 지난해 LG 이적 이후 보여줬던 성적(68경기 타율 .247, OPS .655, wRC+ 82.1에 그쳤다)을 되풀이한다면 주전 자리도 위험해질 것이다. 2루 백업으로는 이상호, 정주현, 신예 이영빈 등이 있다. 외국인 타자 리오 루이즈도 3루 주포지션과 함께 2루수도 가능하다. 뎁스가 좋아서 류지현 감독이 지난해처럼 부진한 주전에게 무기한 신임을 주는 시행착오를 되풀이 하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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