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층 성숙해져 돌아왔다. 그런데 돌아오니 '2000안타' 손아섭(34)의 대안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주어진 운명을 피하지는 않을 생각이다.
롯데 자이언츠 고승민(22)은 지난 5일 자로 '공식적인' 민간인이 됐다. 2020년 7월 6일 강원도 화천 15사단으로 입대해 현역으로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왔다. 보직은 81mm 박격포. FA로 잔류한 정훈, 지난해 불펜 마당쇠로 떠오른 김도규도 같은 보직이었다.
지난 2019년 신인 드래프트 2차 1라운드로 지명을 받았고 대형 내야수 재목으로 기대를 받았다. 데뷔 시즌 30경기 타율 2할5푼3리(83타수 21안타) 6타점 OPS .657의 기록을 남겼다. 당차게 배트를 휘두르며 당돌한 신인으로 각광 받았다. 이후 구단은 고승민의 신체 사이즈와 타격 잠재력을 고려해 외야 전향을 제안했고, 고승민 역시 흔쾌히 받아들였다. 고승민 스스로도 외야수에 대한 호기심이 있었고 의지를 갖고 있었다.

2020년 스프링캠프부터 외야수로 시즌을 준비했고 동시에 군 입대를 계획하고 있었다. 이 과정에서 예기치 않은 사생활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현재는 모두 해결이 된 상황.
그는 군 입대 시점을 떠올리면서 “2020년 스프링캠프가 끝나고 군 입대를 구단에 건의했고 구단도 승낙을 해주셨다. 어차피 빨리 해결 해야 하는 병역 문제였다”라고 전했다. 그 당시 불거진 사생활 논란에 대해서는 “민폐를 끼쳤다. 팀에 너무 죄송했고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군 복무를 하면서도 부대의 도움으로 공을 놓지 않을 수 있었다. 그는 “대대장님께서 야구를 좋아하셨다. 배려를 해주셔서 운 좋게도 운동을 할 수 있었다. 또 중학교 친구와 동반입대를 해서 파트너로 운동을 했고 부대에 독립야구단을 준비하는 선수 출신들이 많았다"라며 "일과시간 이후에 잔디 풋살장에서 수비 훈련도 했고 그물망도 설치 해주셔서 타격 훈련도 했다”라고 부대에서의 훈련 과정을 전했다.
아울러 웨이트 트레이닝에도 매진했다. 8kg 가량 증량에 성공했다. 마른 체구는 다부지게 변했다. 그는 “그 전에는 웨이트 트레이닝을 많이 하지 않았다. 하지만 다치다 보니까 보강 차원에서 필요성을 느꼈다. 근육량도 많이 늘었다”라며 달라진 체구에 대해 설명했다.
아직까지 내야 글러브를 놓지는 않았다는 고승민이다. 하지만 팀의 사정상 외야수로 더 많은 기회를 받을 것이다. NC로 FA 이적한 손아섭의 대안이 필요한 상황. 기존 김재유, 신용수, 추재현 등 지난해 기회를 받은 외야수들에 더해 신인 조세진, 그리고 고승민까지 언급이 되고 있다. 성민규 단장도 고승민에 대한 기대감을 숨기지 않은 상황.
고승민도 구단의 기대를 알고 있다. 지난달, 코로나19로 밀린 휴가를 몰아쓰며 미복귀 전역 상태에서 상동구장에 합류해 훈련에 매진하고 있다. 부담도 있지만 자신에게 찾아온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다. 더 절박해졌다.
그는 “부담감도 있겠지만 그래도 나에게는 오히려 기회라고 생각한다. 어느 포지션이든 나가면 저한테 도움이 되고 좋은 것이다”라면서 “군대에서 야구 생각이 안 날 줄 알았다. 하지만 야구 생각이 간절했다. 군대 안에서 너무 걱정이 많이 됐다. (추)재현이 형이 잘하는 모습을 보니까 빨리 복귀해서 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야구 할 일만 남았고 야구만 집중하려고 한다”라고 성숙해진 모습을 그라운드에서 보여주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jhrae@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