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는 투수 놀음이라는 말이 있다. 그 중에서 선발의 비중이 절대적이다. 선발 로테이션이 제대로 굴러가지 않는 팀은 강팀이 될 수 없다.
지난해 창단 첫 통합 우승을 이룬 KT는 외국인 원투펀치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 윌리엄 쿠아베스 외에도 고영표, 배제성, 소형준 등 국내 선발들이 든든히 뒷받침했다. 후반기 군복무를 마치고 온 엄상백까지 6선발이 가능한 뎁스다.
KT와 1위 결정전을 벌이는 등 6년 만에 가을야구 진출에 성공한 삼성도 외국인 에이스 데이비드 뷰캐넌뿐만 아니라 백정현, 원태인, 최채흥으로 구성된 국내 선발들의 힘이 컸다.

한화도 KT와 삼성처럼 토종 선발 육성을 꿈꾼다. 한화 관계자는 “선발투수는 외부에서 영입하는 게 쉽지 않다. 자원이 한정적이다. 내부에서 키워 쓰는 수밖에 없다. KT와 삼성도 몇 년간 젊은 선발들을 키우면서 팀이 다시 일어섰다. 우리도 그렇게 선발을 키워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단 토종 에이스로 김민우가 자리를 잡는 데 성공했다. 지난해 개인 최다 155⅓이닝을 던지며 14승10패 평균자책점 4.00 탈삼진 125개로 활약했다. 2년 연속 풀타임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하며 어느 정도 계산이 서는 투수가 됐다. 류현진 이후 한화가 가장 성공적으로 육성해 잠재력을 터뜨린 선발이다.

올 시즌도 외국인 투수 닉 킹험, 라이언 카펜터 그리고 김민우까지 3명은 고정이다. 남은 4~5선발 두 자리에 영건들이 치고 올라오면 가장 좋은 그림이다. 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감독은 “선발로 가능성을 보여준 윤대경과 군제대한 김재영도 있지만 어린 투수들의 가능성을 확인하는 자리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고 밝혔다.
즉시 전력으로 활용 가능한 20대 후반의 윤대경과 김재영도 있지만 20대 초중반 또는 10대 후반의 유망주들에게도 충분한 기회를 주며 육성하는 방향도 구상하고 있다. 2~3년차 유망주 김기중(20), 남지민(21), 특급 신인 문동주(19), 박준영(19)이 새로운 선발 후보로 꼽힌다.
지난해 신인으로 53⅔이닝을 던지며 2승4패 평균자책점 4.70으로 가능성을 보인 좌완 김기중은 높은 타점에서 내리꽂는 공이 좋다. 팔꿈치 인대접합 및 골편제거 수술과 재활을 거쳐 돌아온 3년차 우완 남지민도 볼 회전이 좋은 유형으로 지난해 시즌 막판 잠재력을 확인했다. 150km대 강속구 신인 듀오 문동주와 박준영도 구위는 선배들을 능가한다. 이 중에서 한두 명이라도 자리를 잡아주면 한화의 선발 육성 프로젝트에도 큰 힘이 실린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