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팀은 바뀌었다. 그만큼 정상의 자리를 지키는 것은 어렵다. 2010년대 이후로 한국시리즈 연속 우승은 삼성(2011~14년), 두산(2015~16년)이 해냈다.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KIA, SK, 두산, NC, KT로 5년 연속 주인공이 바뀌며 한국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강철 매직’ 이강철 KT 감독은 한국시리즈 2연패에 성공할 수 있을까.
KT의 한국시리즈 우승은 마법과 같았다. 한국시리즈에서 두산 상대로 4전 전승의 압도적인 내용으로 우승을 차지했지만, 사상 초유의 단일 시즌 타이브레이커로 정규 시즌 우승을 했기에 가능했다.

KT는 정규시즌 최종전(144경기)에서 승리하며 삼성과 76승 9무 59패(승률 .563)로 동률이 됐다. 2020년부터 1위가 2개 팀이 동률일 때는 타이브레이커를 치르기로 규정이 바뀌었다. (3개팀이 동률이면 상대 성적)
KT는 삼성과 145번째 경기를 치렀고, 쿠에바스의 ‘괴력’을 발판으로 승리를 거머쥐었다. 쿠에바스는 10월 28일 NC전에서 7이닝(108구) 2실점으로 승리 투수가 됐고, 불과 이틀 쉬고 10월 31일 삼성과 타이브레이커에 선발로 다시 등판했다. 그리곤 7이닝(99구) 무실점 투혼을 발휘했다. KT는 강백호의 적시타로 뽑은 한 점을 지켜 1-0으로 승리했다. 딱 1점이 한국시리즈 우승을 만들었다.
타이브레이커에서 패배한 삼성은 플레이오프에서 두산에 2패로 탈락했고, KT는 한국시리즈에서 지친 두산을 밀어부쳐 4연승으로 시리즈를 끝냈다.
KT는 승률 5할6푼3리로 정규 시즌 우승을 차지했는데, 역대 정규 시즌 1위로는 최저 승률이다. 2019년이었다면 4위, 2020년이었다면 5위가 될 승률이었다. 치열한 상위권 다툼에서 운이 따른 시즌이었다.
2017년 8년 만에 KIA에 우승을 안긴 김기태 감독은 2018년 외국인 투수들의 부진, 마운드의 불안으로 5위로 마쳤다. 와일드카드 결정전 탈락.
힐만 전 SK 감독은 2018년 외국인 최초로 KBO리그 우승 감독이 됐다. 2년 계약 마지막 해에 우승을 차지한 힐만 감독은 재개약을 하지 않고 가족의 건강 문제로 미국으로 돌아갔다. 염경엽 감독이 바톤을 이어받았으나, SK도 2년 연속 우승에 실패했다.
2019년 SK는 정규시즌 막판까지 1위를 달리다 두산이 최종전 NC에 승리하면서, 두 팀이 88승 1무 55패로 똑같아졌다. 당시에는 타이브레이커가 없었고, 상대 성적에서 앞선 두산이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했다. SK는 플레이오프에서 3연패로 탈락. 지난해 삼성은 SK와 같은 운명을 뒤따른 셈.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이라는 대기록을 세운 김태형 두산 감독은 2연패 이후로는 5차례 한국시리즈에서 단 1번만 우승했다. 김 감독은 “2등 하면 서글프다”고 했다.
2020년 NC를 창단 첫 우승으로 이끈 이동욱 감독은 지난해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도 못했다. 7월에 터진 코로나19 술판 논란으로 주축 선수 4명이 KBO의 72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당했다. 주전들의 이탈과 어수선한 팀 분위기에서 7위로 시즌을 마쳤다.
KT는 우승 이후 베테랑 유한준이 은퇴했다. 유한준이 빠진 자리는 홈런왕 박병호를 FA 계약(3년 30억원)으로 영입했다. 지난해 실패했던 외국인 타자는 헨리 라모스를 총액 100만 달러에 영입해 기대를 걸고 있다. 투수진은 외국인 투수 2명(데스파이네, 쿠에바스) 모두 재계약을 했고 막강 선발진은 변화가 없다. 불펜진도 리그 상위권이다.
타격 지표가 지난해보다 상승하고, 우승 후유증을 최소화한다면 2연패 도전에 나설 만 하다. 지난해 5강 중에서는 LG만 전력을 보강했고, 두산, 삼성, 키움은 FA 유출로 전력 마이너스가 생겼다. KIA와 NC가 FA 시장에 대대적인 투자로 전력을 보강했다.
힘들게 한국시리즈 정상에 오른 이강철 감독이 1인자 자리를 계속 지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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