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적2' 강하늘, 2주마다 퍼머 열정…"호흡 잘 맞아 즉흥 연기 나와"(종합)[인터뷰]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22.01.18 14: 52

 고려 의적이었던 무치(강하늘 분) 일행은 죽음의 위기 앞에서 기적적으로 해적선을 만난다. 선주 해랑(한효주 분)은 하수인 삼을 요량으로 이들을 구조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자신의 자리를 넘보는 무치가 영 거슬린다. 보물을 손에 넣기 위해 일단 힘은 합쳤지만 돌연 마주한 역적 부흥수(권상우 분) 때문에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지게 된다.
‘해적: 도깨비 깃발’(감독 김정훈, 제공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 제작 어뉴·오스카10스튜디오)은 고려 멸망부터 조선 건국 시기를 배경으로 고려 장군이 숨겨놓은 금은보화를 찾기 위해 해적, 의적, 역적들이 바다에서 충동한다는 내용의 모험 활극.
지난 2014년 개봉한 ‘해적: 바다로 간 산적’(감독 이석훈)의 후속작으로 해적들이 바다로 모여든다는 중심 줄거리는 같지만 감독부터 배우들까지 라인업이 바뀌어 캐릭터와 스토리를 달리한다.

강하늘은 18일 온라인 화상 인터뷰를 갖고 영화 ‘해적: 도깨비 깃발’에 관한 이야기를 전했다.
고려 의적에서 해적이 된 우무치 역을 맡은 강하늘은 ‘해적: 도깨비 깃발’의 출연을 결정한 이유에 대해 “제가 어드벤처 무비를 좋아한다. 전작 ‘해적: 바다로 간 산적’도 봤고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도 찾아볼 정도로 재미있게 봤다”며 “무엇보다 이 해적선에 타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는 해적이 되기 위해 겉모습부터 목소리톤까지 바꾸는 열의를 불태웠다. “처음에 헤어스타일에 대해 얘기할 때는 흔히 얘기하는 장발이었다. 근데 관객들이 보실 때 조금 더 우당탕하는 느낌을 드리고 싶었다. 그 과정에서 삭발도 생각했었고.(웃음) 최종적으로 결정한 게 지금의 탄머리 스타일의 퍼머다.(웃음) 머리카락 자체가 제멋대로 난 듯한 스타일을 선정했다”고 캐릭터의 비주얼을 설명했다.
“무치 캐릭터를 맡으며 탄머리 스타일의 퍼머를 촬영 내내 고수하는 게 가장 힘들었다. 촬영할 때는 2주마다 미용실에 가서 4시간 정도 가만히 앉아 있었는데, 제가 할 것도 없고 너무 힘들더라. 퍼머가 너무 강하게 돼서 그런지 머리를 감을 때는 머리카락 안으로 물이 안 들어가서 제가 억지로 물을 넣어 감기도 했다.”
그는 “모든 연기자들이 어디선가 봤던 모습이 나오지 않길 바랄 거다. 저 역시 최대한 다른 모습을 생각해봤다. 해적선을 타고 망망대해를 떠다니는데, 그것에 조금 더 어울리는 비주얼은 이렇지 않을까 싶더라”고 비주얼적 변신을 감행한 과정을 전했다.
비주얼뿐만 아니라 무치 캐릭터에 어울릴 법한 목소리를 고민했다는 강하늘은 “망망대해를 떠다니는데 나긋한 목소리는 안 어울릴 거 같았다. 그래서 무치에게 조금 더 어울릴만한 목소리가 어떨지 고민해봤다”고 캐릭터의 서사를 깊이 있게 만든 자신만의 비법을 전했다.
‘배려의 아이콘’인 강하늘은 함께 호흡을 맞춘 배우들로부터 칭찬 세례가 끊이질 않는다. 그래서 그런지 강하늘이 구체화한 캐릭터는 왠지 그와 닮아 있어 호감이 간다는 점이 짜릿하다.
“저도 ‘연기를 잘한다’는 칭찬을 듣고 싶지만, 저는 ‘작품이 좋다’는 말을 더 듣고 싶다. 배우들부터 촬영감독님까지 흥행이 되든 안 되든 모두가 노력한다. 모두가 다같이 노력한 작품인데, 작품이 좋다는 말이 가장 좋을 수밖에 없다.(웃음)”
그러면서 강하늘은 “대본에 이미 캐릭터가 나누어져 있기 때문에 호흡을 더 잘 맞추려고 고민하기 시작하면 오히려 조화롭지 않다고 생각한다. 배우들이 할 수 있는 건 즐겁게 찍는 거다. 현장이 즐거우면 이미 그 자체가 즐거운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어떻게 저 사람과 조화롭게 어우러질까?’라고 생각하는 건 배우가 아닌 감독님, 촬영감독님들께서 해주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이광수, 한효주 등 배우들과 감독님, 제작진이 배려를 해주셔서 (수중 촬영에 대한) 두려움을 이겨낼 수 있었다. 무치를 소화하기 위해서는 (수중 촬영도)무조건 해야 했다”고 했다.
영화 ‘쎄시봉’(2015)에서 만났던 한효주와의 호흡에 대해선 “그때는 같이 호흡을 맞춘 장면이 많지 않았다. 또 역할로서 할 게 많으니 제가 괜히 말을 걸어서 방해할까 봐, 당시엔 한 발짝 멀리서 지켜보는 입장이었다”고 회상했다.
이번 영화에서 한효주와의 연기 호흡이 좋았다고 만족한 강하늘은 “해적’에서 본격적으로 만났는데 효주 누나와 연기 호흡도 잘 맞았다. 제가 액션스쿨에 갈 때마다 효주 누나가 액션 합을 맞춰보고 있더라. 해랑을 넘어서, 효주 누나가 멋졌다. 누나는 현장에 와서 감을 떨어뜨리지 않으려고 계속 칼을 휘두른다든지 액션합을 맞춰보더라. 그 모습을 보고 한 역할에 진지하게 파고드는구나 싶었다”고 칭찬했다.
무치 역을 소화하며 가장 신경 쓴 부분에 대해서는 “무치가 싸울 땐 굉장히 잘 싸우고, 그렇지 않을 땐 허당기 있는 모습을 보이고 싶었다. 너무 극과 극으로 가버리지 않게 중간 지점을 잡으려고 했다. 허당기 있음에도 ‘(무치가)나는 열심히 싸우는데 잘 안 되네?’라는 생각을 하도록 중간 지점으로 갔다. 무치가 너무 싸움을 잘하거나, 너무 허당기가 강하면 이상하게 보일 수 있어서 균형점을 잡으려고 했다”고 강조했다.
연기 비법에 관한 질문이 이어지자, ”먼저 대본을 보면서 사전에 준비할 부분과 현장에서 즉흥적으로 연기할 부분을 나눈다. 계획은 전체적으로 하는데, 대본 안에서 어떻게 오르내림을 만들 것인지 사전에 생각한다“면서 ”’해적‘은 배우들의 호흡이 좋아서 즉흥적으로 연기한 게 많았다. 내가 아무리 준비해가도 현장에서 상대 배우가 다르게 하면 준비를 안 한 것과 마찬가지다. 상대방의 액션을 생각하고 가는 것보다, 현장에서 (그들이) 어떻게 나올지 궁금해하면서 현장으로 가면 즉흥적인 연기가 나오는 거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에 테이크마다 제가 경계한 부분은 ‘너무 과하게 갔나?’ ‘아니면 조금 덜 갔나?’ ‘이 정도로 표현한 게 적절한 걸까?’라고 스스로 물어보며 경계했다. 장르물이라고 해서 연기 스타일이 크게 다르진 않지만 저는 이번 영화를 하며 특별히 완급을 조절했다”고 힘주어 말했다.
강하늘은 ‘무치를 제외하고 가장 탐나는 캐릭터가 있었느냐’는 물음을 받고 ”박지환 형이 맡은 아귀 역이다. (극중) 이마에 그은 줄은 분장 회의 때까지 없던 것인데 생각을 해오셔서 촬영 당일에 만들었다. 저는 그게 충격적으로 좋았다. 내공이 괜히 있는 게 아니구나 싶었다“고 답했다.
무치는 해적들의 도움을 받아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구했지만 개인적인 탐욕을 위해 사는 인물은 아니다. 백성들이 함께 잘 살고, 함께 좋은 길로 나갈 수 있게 안내하는 인물로서 영화의 중심을 잡는다.
이에 그는 ”연기자로서 고민은 딱 하나다. ’해적‘과 연관이 있는 지점이기도 하다. 내가 연기하는 이 역할이 작품보다 먼저 가고 있는 건 아닌지 늘 고민한다“며 배우 개인보다 작품 속 캐릭터가 돋보이길 바란다고 말했다.
”제가 좋아하는 것은 작품 안에서 캐릭터로서 지내는 모습이다. 추상적이지만 내가 표현한 느낌이 작품(의 전체적인 선)을 넘었는지, 아니면 그 안에 있는지 항상 고민하고 경계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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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티에이치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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