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올스타 출신 추신수(SSG)의 제언이 현실이 됐다. 이제 잠실 원정길에 나서는 구단들은 더 이상 복도에서 옷을 갈아입고 씻지 못한 채 경기장을 떠나지 않아도 된다.
지난 20일 방문한 서울 잠실구장은 3루 실내 공간이 대공사에 한창이었다. 사실상 기본 골조와 통로만 남긴 채 모든 구조를 재배치하며 기존 30평이었던 공간을 67평으로 확장 중이었다. 그 동안 문제로 지적됐던 원정라커룸을 포함한 잠실구장 3루 편의시설 개선 공사였다.
잠실구장은 한국야구의 메카로 불리지만 내부 시설은 명성과 달리 심각하게 낙후된 상태였다. 특히 원정라커룸 공간이 협소해 잠실 원정길에 나서는 구단들은 옷을 복도에서 갈아입고, 경기 후 제대로 씻지 못한 채 호텔로 향하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했다. 변변한 치료실이 하나 없어 몸이 재산인 프로 선수들이 힘겹게 치료를 받는 게 일상이었다.

16년의 메이저리그 생활을 거쳐 지난해 KBO리그에 처음 입성한 추신수는 열악한 환경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는 “KBO리그의 후배들을 보면 재능이 넘치고 장래가 촉망되는 선수들이 많다. 그런데 솔직히 이런 환경에서 훈련하면서 국제대회 성적을 내는 게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는 KBO와 선수 모두의 잘못이다”라고 쓴소리를 날렸다.

메이저리그 올스타의 제언은 예상보다 파급력이 컸다. 2021시즌이 끝나고 잠실구장 관리 주체인 서울특별시와 두산 베어스, LG 트윈스가 마침내 숙원 사업을 추진하기로 결정한 것. 서울시가 약 9억 5천만원의 공사비 전액을 부담하기로 결정하면서 지난해 12월 27일 공사가 시작됐다. 잠실구장 구장관리팀 관계자는 “서울시의 적극적인 협조가 있었기 때문에 공사가 빠르고 원활하게 추진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공사의 핵심은 원정라커룸 개선. 3루 쪽 화장실과 원정 감독실 공간을 통합해 33개의 라커가 들어가는 라커룸과 12명이 동시에 샤워할 수 있는 샤워 시설을 만든다. 기존에도 라커룸이 있었지만 공간이 너무 협소해 유명무실했고, 샤워실의 경우 최대 4명밖에 씻지 못했다. 개선 작업이 완료되면 원정팀 구단도 이제 넓고 쾌적한 라커룸에서 경기를 준비할 수 있게 되며, 경기 후 호텔에 가서 씻는 일도 더 이상 없다.
기존 라커룸은 원정 감독실, 코치실, 물리치료실로 재탄생한다. 1982년 잠실구장 개장 이래 코치실과 물리치료실은 처음 생기는 것이다. 여기에 기존 식당도 공간 확장이 진행 중이다.

잠실구장 중앙 로비에는 응급치료실과 장애인 화장실도 들어선다. 구장관리팀 관계자는 “기존 의무실은 환자가 눕기 어려울 정도로 공간이 협소했는데 이제 별도의 넓은 공간에서 치료를 할 수 있게 됐다”고 미소를 지었다.
잠실구장 3루 편의시설 개선 공사는 오는 3월 15일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공사 과정에서 개선 사항들이 추가되며 예정일을 넘길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미 확정된 도면에서 추가 의견을 수렴해 최대한 완벽하게 공사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위의 관계자는 “KBO에 잠실 시범경기를 최대한 미뤄달라고 요청한 상태다"라며 "아무리 늦어져도 시즌 개막(4월 2일) 전까지는 충분히 공사를 마칠 수 있다”고 바라봤다. /backligh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