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 마음’ 보다보니..‘공감 과잉’ 송하영과 ‘공감 부재’ 황시목을 엮어보면? [김재동의 나무와 숲]
OSEN 김재동 기자
발행 2022.01.23 11: 40

[OSEN=김재동 객원기자]  어린 시절 기억에 남는 드라마를 떠올리라면 개인적으로 당시 대세드라마 ‘여로’보다 ‘자하골 미투리’가 강렬하다. 김추자씨가 부른 “해지~는 사~ㄴ 마루에 그림자아 하아나~‘ 주제가까지 기억하는 당시 최애 드라마였다. 어린이들이 좋아할만한 의적 이야기였다. 내용은 기억나지 않지만 ‘미스터 리 이제 그만 흥분이여 안녕히~’란 주제가의 이일웅씨 주연 드라마도 좋아했었다. 다 연속극이었다.
그런데 유일하게 기억하는 단막드라마가 있다. ‘자하골 미투리’의 주인공 김성옥씨가 주연을 맡은 단막 드라마여서 열심히 봤던 것 같다. 마지막 장면이 충격적이었다. 형사들이 보는 앞에서 벽이 깨지고 그 속에 김성옥씨가 살해한 아내의 머리 위에서 그녀가 아끼던 검은 고양이가 울고 있었다.
크고 나서야 에드가 앨런 포우의 ‘검은 고양이’를 각색한 드라마인 걸 알게 됐다. 얼마나 충격적이었던지 드라마를 보고 나선 허구헌 날 흥얼대던 ‘검은 고양이 네로’를 한동안 부르지 못할 정도였다.

그 영향인지 사춘기에 접어들며 추리소설에 빠져들었다. 코넌 도일, 아가사 크리스티, 엘러리 퀸, 개빈 라이얼 등등 가격 저렴한 동서추리문고 문고판 모으기에 열을 올렸었다.
그러던 중 다시 한번 충격을 받았다. 토마스 해리스의 ‘양들의 침묵’을 읽고 나서다. 덩치 큰 여자를 죽여 가죽을 벗기는 버팔로 빌이나 조언자를 자처한 식인 살인마 한니발 렉터나 어디서도 접해보지 못한 캐릭터들의 생경함이 공포를 안겨줬다. 그전까지의 범인들의 클리셰인 치정·돈·원한이 아닌 불특정 다수를 향한 살의는 충격적이었다.
브라운관이나 책을 통한 공포가 아닌 현실의 공포도 있었다. 어린 시절 해 저물녘 다방구나 찐돌이를 하고 있으면 부리나케 불러대는 엄마의 목소리가 있었다. 이전과 달리 불안하고 다급한 목소리였다. 등짝도 정말 아프게 얻어맞았다. 김대두 때문였다. 55일동안 무려 17명을 살해한 대한민국 최초의 연쇄살인마 때문에 당시 전국이 몸살을 앓았었다.
SBS 금토드라마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극본 설이나·연출 박보람)은 이처럼 동기 없는 살인을 저지르는 연쇄살인마를 상대하는 프로파일러의 세계를 다루고 있다.
특히 범죄행동분석팀 분석관 송하영(김남길 분)의 캐릭터가 눈길을 끈다. 조승우가 연기했던 ‘비밀의 숲’ 황시목 캐릭터와는 대척점에 선 캐릭터라서 더욱 그렇다.
황시목이 말 그대로 공감 능력이 결여된 사이코패스라서 주변의 시선 의식하지 않는 캐릭터라면 송하영은 공감과잉 탓에 의도적으로 주변을 차단하는 캐릭터다. 6살 어린 나이에 물에 불은 시신을 보고 공포 대신 연민을 느낄 정도니 인생살이가 얼마나 피곤하겠는가. 그의 단절은 자기 보호의 본능일 뿐이다.
송하영의 상대들은 대부분 사이코패스다. 5살 아이를 성폭행하고 토막살해한 조현길(우정국 분)은 취조 중 “죄송합니다”를 연발하지만 정작 누구에게 죄송한 지를 모른다. 범행 대상이 아이인 것에 대해서도 “애들은 착하잖아요”라며 미소를 짓는다. 조현길로서는 손가락이 절단된 자신을 꺼려하는 성인들과 달리 ‘착한’ 아이들은 그래서 더 손쉬운 범행대상일 뿐이라는 의미다.
‘공감 과잉’의 송하영은 그런 의미에서 ‘공감 능력 부재’의 사이코패스 범죄자들에겐 최고의 카운터파트일 수 있다. 미국의 뇌과학자 제임스 팰런은 사이코패스의 특징으로 공감력, 동정심 같은 인간미를 관장하는 안와피질, 편도체 등의 발달이 극도로 떨어져 있는 것이 특징이라고 했다. 그런 그들의 공감부재 속 의식의 흐름을 송하영만은 잡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런 악마들의 삭막한 내면을 들여다보는 일이 ‘도대체 이해를 못하겠네’하고 접어둘 수 있는 보통의 사람들보다 송하영에게 얼마나 힘든 일이 될 지는 그만이 알 일이다.
조현길 검거로 일명 창의동 사건을 매조진 범죄행동분석팀의 회식에서 일찍 나선 그는, 보통 사람 국영수(진선규 분)가 술을 먹고 울분을 토하는 동안 국화꽃을 피해 아동 집 앞에 두고 귀가해 잠자리에서 소리죽여 울음 운다. 그의 고통이 읽히는 장면이다.
한편 사이코패스는 최고의 지도자가 되기도 한다고 한다. 강한 지배욕이 강력한 리더십으로 발현되는 경우에 그런데 스티브 잡스, 빌 클린턴, 간디, 테레사 수녀에게서도 사이코패스의 성격적 특징이 나타난다고. 앞서의 제임스 팰런 교수조차 자신의 fMRI(기능적 자기공명영상촬영)상 자신도 사이코패스이며 본인 가족력에 7명의 살인자들이 있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그는 사이코패스는 막 나가지 않는 이상 필연적으로 감정을 가장하는데 능하고 이를 통해 남을 조종하는 능력이 생긴다고 말한다. 느껴지지 않는 감정과 타인에 대한 공감능력을 흉내내다보니 보통 사람들처럼 감정에 휩쓸리지 않고 이성에 따라 움직일 수 있기 때문이란다. ‘비밀의 숲’ 황시목 검사에게서 발견되는 특질이다.
그러다보니 문득 드는 생각. ‘공감 부재’ 황시목과 ‘공감 과잉’ 송하영 캐릭터를 묶어 드라마 한편 만들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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